여심(女心)을 잡는 자가 승리한다. 최근 유통 및 외식업계에선 여심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젊은 여성 소비자들의 경우 입소문 전파력이 강한 데다가 구매력도 점점 커지고 있어 모셔야 할 고객 1순위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

주류업계에서는 부드러움과 건강을 강조한 막걸리 열풍이 부는 한편, 소주의 도수는 점점 낮아져 여성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여심 잡기에 뛰어든 또 다른 업계는 의외로 한우, 그것도 날로 먹는 육회다. 육회 전문점은 올 초에 처음 선보이기 시작해 빠른 속도로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경기침체 등으로 한동안 리딩 아이템을 찾기 어려웠던 외식 창업시장에 육회 전문점이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것.

한우 전문기업 ‘다하누’가 운영하는 유케포차에서부터 육회지존, 육회달인, 육회본좌, 유쾌한판 등 그 이름도 다양한 육회 전문점들이 무서운 속도로 가맹점을 늘려 나가고 있다.

그 덕에 특별한 날에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던 육회가 언제고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음식으로 변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육회 대중화를 이끄는 한 축에 젊은 여성 고객들이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유케포차 관계자는 “20대 젊은이들과 여성들까지 소비층을 넓히기 위해 오랜 기간 동안 다양한 한우 요리 메뉴를 개발하는 한편, 인테리어도 타깃 층에 맞게 업그레이드했다”고 말한다. 늘어나는 여성 고객들을 위한 준비에도 신경 쓰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젊은 층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가맹점에선 남성 고객보다 여성 고객이 더 많다.

막걸리가 여심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비결이 부드러움과 건강에 있다면 육회는 건강은 공유하되 부드러움 대신 신선함이라는 카드를 꺼낸다. 여기에 저렴한 가격이 추가된다.

날로 먹는 특성상 수입산 쇠고기를 사용할 수 없는 육회 요리는 믿고 먹을 수 있는 한우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준다. 원산지표시제와 이력추적제가 시행되면서 신뢰도는 더 커졌다.

믿을 수 있는 재료의 신선함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육회 요리의 관건. 유케포차가 업계 최초로 새벽 2시에 접수를 마감하여 그날 오후 5시까지 배송을 완료하는 ‘당일도축·당일배송’ 시스템을 구축한 후로 많은 육회 전문점들도 이 방식을 따르고 있다.

까다로운 여성 소비자를 사로잡은 키포인트는 바로 믿을 수 있는 재료와 그 신선함에 있었던 것. 또한 한우가 건강에 좋다는 것은 더 이상 부연할 필요가 없는 사실.

쇠고기 가격안정에도 도움
여기에 유통단계 축소로 가격도 현저히 낮아졌다. 대부분의 육회 전문점은 메인메뉴인 육회를 1만5000원 선에 판매하고 있다.

일반 고깃집에서 먹는 것에 비해 절반 가까이 싼 가격으로 젊은 층과 여성들에게도 부담이 크지 않다.

무한리필 서비스도 여성 소비자를 포함해 단골고객을 늘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유케포차와 육회달인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쇠고기 무국 무한리필 서비스는 한 테이블당 4~5회씩 리필을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육회보다 시원한 쇠고기 무국 때문에 육회 전문점을 찾는 고객이 생길 정도. 쇠고기 무국 리필 회수가 늘어날수록 소주 등 주류 매출도 함께 늘고 있다.

육회 전문점 관계자들은 “육회 전문점의 성장가능성은 매우 크다. 특히 잠재된 여성 고객들을 고려한다면 시장이 몇 배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육회 전문점의 확대를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다. 최계경 다하누 대표는 “한우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지만 등심과 갈비 등 특정 부위에 대한 편식이 가격안정과 대중화를 가로막고 있다.

현재 소 한 마리 중 선호부위 30%만 제값을 받고, 나머지는 상대적으로 헐값에 팔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미국이나 호주 등 외국에서 수입하는 물량 가운데 이들 부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76%, 44%에 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 대표는 “비선호 부위를 활용한 다양한 메뉴개발과 소비촉진을 통한 가격안정과 소비저변 확대가 절실한 과제”라고 지적한다. 육회 전문점의 활성화가 쇠고기 가격안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말이다.

500만원 있으면 전문점 창업 가능
이처럼 시장이 확대되다 보니 육회 전문점을 창업하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 육회 전문점은 다른 외식업에 비해 창업비용도 낮은 편이어서 당분간 인기를 끌 전망.

육회 전문점의 경우 점포비를 제외한 창업비용이 3000만원대로 다른 외식업종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특히 유케포차의 경우 최대 3000만원까지 창업비용을 지원해 준다. 유케포차는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예비창업자들을 위해 IBK기업은행 계열사인 기은캐피탈의 공식 에이전시 코어네트웍스 등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49.58㎡(15평형) 기준 점포비를 제외한 창업비용 3500만원 중 85%에 해당하는 3000만원까지 지원을 해줌으로써 결과적으로 500만원으로 창업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었다.

또한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업체들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업계 최초로 인테리어와 디자인 등 9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선결제 시스템’을 도입, 동반자적인 발전관계도 구축했다.

육회달인 역시 창업비용은 비슷한 수준이다. 점포비를 제외하고 33.06㎡(10평형) 기준으로 가맹비 500만원과 인테리어비 1100만원, 간판·시설집기 1650만원 등 총 385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인건비 부담도 크지 않다. 재료의 신선도에 크게 의존하는 육회의 경우 특별한 조리법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주방에 많은 인원을 둘 필요가 없다.

주문 즉시 썰어놓은 배와 함께 양념에 무친 육회를 내면 되기 때문에 적은 인원으로 신속하게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이로 인해 주방과 홀 구성도 간단히 할 수 있다.

실제로 순천향 대학병원 앞에 위치한 육회지존 한남동점의 경우 실평수가 11평형에 불과하고, 점장을 포함해 직원도 4명이 전부다. 하지만 하루 최고매출액이 324만원에 달할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쏟아져 나오는 육회 전문점 브랜드 중에 믿을 만한 물류 시스템을 갖춘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전문가들은 창업 시에 가맹사업법에 따라 공정위에 정보공개서를 등록한 곳인지 확인한 후 업체를 선택하라고 권하고 있다. 또한 신선한 고기를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는 업체인지를 잘 가려야 한다.

이재훈 기자 hu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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