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과 비염, 축농증 등과
같은 단순 호흡기질환은
물론 위액이나 위속의 음식물이 후두를 자극해서 생기는
역류성 식도염과 같은 위장관 질환 또한 기침을 유발하기도 한다.

신종인플루엔자 사망자의 속출로 기침 환자의 마스크 착용은 에티켓이 됐고, 병원에서만 쓰던 손 소독제는 개인위생에 빠질 수 없는 필수품이 됐다.
그러나 신종인플루엔자로 난리법석을 피우는 동안 겨울철 더욱더 관심을 갖고 살펴야 할 호흡기 질환은 우리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기침과 열, 콧물, 근육통 등이 있는 경우 인플루엔자의 의심 증상으로 인지돼 쉽게 병원을 찾지만 특별한 증상을 동반하지 않는 마른기침의 경우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는다. 특히 흡연자의 경우 습관성 기침은 더욱더 그러하다.

기침은 흡입된 이물질을 배출하기 위한 우리 몸의 일시적인 반응이다.
비록 기침이 당장에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더라도 호흡기계 질환의 중요한 증상인만큼 관심을 갖고 관리해야 한다. 기침을 소홀히 여겨 치료가 지연된다면 그만큼 회복기간이 길 수밖에 없다.

3주 이내로 기침이 그치는 경우는 대부분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단순 감기로 진단한다. 하지만 8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은 만성기침으로 원인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고운숨결내과 진성림 원장은 “기침으로 병원을 찾기 보다는 민간요법을 통해 단순히 기침해소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아 치료 시기가 지연되고 있다”며 “기침에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치료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식과 비염, 축농증 등과 같은 단순 호흡기 질환은 물론 위액이나 위 속의 음식물이 후두를 자극해서 생기는 역류성 식도염과 같은 위장관 질환 또한 기침을 유발하기도 한다.

역류성 식도염으로 인해 발생되는 기침은 단순한 호흡기 질환으로 오인해 기침약을 장복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사소한 기침 증상이라도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그 밖에 8주 이상의 오랜 기침을 유발하는 질환으로는 항생제 치료가 필요한 기관지염증을 비롯해 콧물이 목으로 넘어가는 후비루 증후군, 알레르기, 기관지 결핵, 폐결핵, 폐암 등이 있다.

흔히 알고 있는 만성기관지염인 만성폐쇄성 폐질환(COPD)은 처음에 기침으로 시작해 서서히 호흡곤란으로 진행되는 병이다.
원인은 흡연이나 대기오염물질로 인해 산소가 제대로 폐에까지 이르지 못해 기도의 호흡기능이 떨어져 생긴다.

만성폐쇄성 폐질환(COPD)은 성인인구의 12%가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침과 가래와 같이 흔한 증상을 보여 발병을 인지하기 어려운 일명 ‘생활습관병’이라 불린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에 걸렸다고 해서 당장에 나쁜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는다.
다만 병이 악화될수록 호흡하기 어려워져 심한 고통을 동반한다.
악화되면 회복이 불가능한 질환이기에 폐기능 검사를 통한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핵과 폐암의 경우 X-ray 촬영이나 저선량 흉부C-T 촬영 등으로 초기 진단이 비교적 용이하지만 우리나라는 의외로 높은 발병률과 사망률을 기록하고 있다.
후진국형 질병인 결핵은 우리나라에서 1000명당 1명꼴로 발병되는 질환으로 OECD국가 중 사망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결핵은 과로, 스트레스, 다이어트 등으로 인한 영양결핍시 면역력이 저하돼 결핵균에 쉽게 전염된다. 우리나라의 결핵은 20대와 30대에서 높은 발병률을 보이는 게 특징이다.

특히 결핵환자가 결핵인지도 모르고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다가 주변사람들에게 오랫동안 병을 옮기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결핵 초기에는 마른기침을 하다가 점점 질병이 진행되면서 가래가 섞인 기침이 나오는 게 특징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감기나 기관지염, 흡연 등으로 인해 발생되는 기침도 유사한 형태를 보임에 따라 결핵 유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폐암의 경우 위암보다 발병률은 적지만 암 중에서도 사망률이 가장 높다.
통계청의 질병사망통계에 따르면 국내 사망자의 27%가 암으로 죽고 암 사망자 중 24%가량이 폐암으로 사망한다.

특히 폐암의 사망률이 높은 것은 3기 이상이 진행돼야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한 위 내시경처럼 정기검진에 대한 인식부족도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동국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오진영 교수는 “폐암은 3기 이상이 진행돼야 기침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반드시 정기적인 검진이 권고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또한 “기침과 함께 체중감소를 보인다든가 예전과 동일한 운동량에도 호흡곤란을 보인다면 이 또한 폐암 증세인만큼 세심한 주의와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폐암학회에서는 50세 이상 하루 한 갑 20년을 피웠거나 하루 두 갑 10년을 피웠다면 흡연력을 지닌 폐암발병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때문에 적극적인 정기적인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가족 중에 폐암으로 치료를 받았거나 사망한 경우는 정기검진을 꼭 해야 한다.

그리고 정기검진뿐만 아니라 평소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술과 담배를 줄이고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많이 섭취함으로써 면역력을 키워주는 생활습관도 중요하다.

한미영 의학전문기자(hanm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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