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규 SK네트웍스 사장이 임직원들에게 비전 2020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있다.


SK네트웍스가 2020년까지 매출 60조, 세전이익 1.5조, 기업 가치 20조 원 규모의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고객의 행복을 위해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이라는 비전을 세우고 세계 시장을 한국·중국·비중국의 3대 축으로 나누고 ‘자원 개발, 토털 카라이프, 소비재’ 등 3대 사업을 우선적으로 집중 육성키로 했다.

SK네트웍스의 2020 비전에는 모든 경영 활동의 가치 창출이 고객의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이뤄지고 창출된 가치는 다시 고객과 공유한다.

특히 고객의 니즈를 미리 예측하고 한 발 앞서 최상의 솔루션을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SK네트웍스는 비전 실현을 위해 플랫폼형 사업 구조로 회사의 경영 시스템을 탈바꿈시켰다. ‘플랫폼형 사업 구조’란 기존의 정보통신, 에너지 마케팅, 무역, 프레스티지 등 4대 사업과 6대 신성장 사업인 자원 개발, 플랜테이션, 카 라이프, 소비재, 금융, 모바일 플랫폼 사업에 대해 그 자체로 밸류 체인 확대, 토털 솔루션 제공,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가치를 높여나간다.

특히 사업 간 결합을 통해 사업 모델을 변형시켜 고객의 기대를 넘어서는, 보다 가치 있고 차별화된 솔루션을 도출하는 것을 말한다.

중국 시장 선점과 메이저 성장에 초점
SK네트웍스의 ‘비전2020’은 무엇보다 올림픽 개최 이후 개인 소득·구매력의 증가와 함께 본격 소비시대에 접어든 중국 시장에서의 기회 선점과 메이저 기업으로의 성장에 전략적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 세계 기업들의 무한경쟁이 이뤄지는 가운데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거대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 없이는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진정한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의 도약은 불가능하다는 게 이창규 SK네트웍스 사장의 생각이다.

이 사장은 전사 비전 달성의 성패가 중국 시장에 달려 있다는 인식 아래 중국 사업 전략을 국내 사업의 중국 이식 차원이 아닌, 철저히 중국을 근간으로 하는 현지화 전략으로 업그레이드시켰다.

중국 시장에서의 사업 기회 포착과 성과 극대화를 달성함으로써 2020년까지 중국 매출 18조, 세전이익 5000억 원 규모의 중국 메이저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목표는 현재 국내에서의 경영 성과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한국에서 50여 년에 걸쳐 이룬 성과가 급속한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는 중국에서는 불과 10년 안에 압축 달성하겠다는 이 사장의 강력한 의지로 해석될 수 있다.

중국 사업의 내용은 본격적인 모토라이제이션(Motorization : 자동차가 실생활에 광범위하게 보급되는 현상)과 소비시대의 개막, ‘자원의 블랙 홀’이라 불릴 만큼 자원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

글로벌 톱 10 수준의 철광석 기업인 캐나다 CLM사와의 대규모 철광석 구매 계약을 성사시킨 뒤 악수를 나누고 있는 이창규 사장.

결국 이 사장이 취임 당시 제시한 신성장축인 ‘자원 개발, 토털 카라이프, 소비재’의 3대 사업을 우선적으로 집중 육성해 나가고 중국 시장의 상황과 특성에 맞는 다양한 추가 사업 기회들도 적극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

자원 개발의 경우 조강을 제외한 철광석의 개발·확보 및 운송, 블렌딩(고품위 철광석+저품위 철광석), 완제품 가공·유통·무역 등 철강 관련 전 사업 영역으로 밸류 체인을 확장하는 ‘버추얼 철강기업’ 비즈모델 확립을 통해 중국 시장에서 유력 자원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토털 카라이프 사업은 중국의 자동차 문화가 정착되기 이전에 주유·정비·신차·중고차·렌터카·보험·리스 등 자동차 관련 전 사업 영역에 진출, 멤버십을 기반으로 중국 고객들에게 고품질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소비재 사업은 ‘돈 버는 사업(Wealth Management)’과 ‘돈 쓰는 사업(소비재)’을 연계한 사업 모델로 와인·부동산 펀드 등 금융상품 개발을 통해 고객들의 자산을 늘려준다. 또 패션·와인 등 다양한 소비상품의 확충과 쇼핑몰 등 대형 유통 채널 구축을 통해 즐겁게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함으로써 재테크와 고품격 소비 생활에 대한 니즈를 동시에 충족시켜 주는 프레스티지 사업 모델이다.

이러한 3대 사업은 우선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전개된 후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이머징 마켓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또 한국 시장의 상황을 고려해 국내로 들여와 한·중 사업 간 시너지를 내는 방안도 추진될 예정이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비전이 성공적으로 실현된다면, 2020년 중국 기업들은 SK네트웍스가 제공하는 다양한 자원을 통해 상당량의 산업재를 충당할 뿐만 아니라 경제력을 보유한 중국인들은 자동차, 패션을 비롯한 대부분의 생활 서비스와 소비재를 SK네트웍스를 통해 이용하게 됨으로써 중국 산업은 물론 중국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주도하는 리딩 컴퍼니로서의 위상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까지 중국에 1조원 투자
SK네트웍스의 비전은 집중적인 중국 투자와 글로벌 경영 체제의 도입을 통해 속도를 낼 전망이다.

SK네트웍스는 우선, 2014년까지 회사 전체 투자액의 30%에 이르는 1조 원 이상을 중국에 투자하여 조기에 규모감 있는 사업 기반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중국 진출 1년 만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며 급성장하고 있는 SK네트웍스의 오즈세컨 상하이 매장 전경.

또한 중국 중심의 글로벌라이제이션 전략 추진의 신속성과 현지 완결성 확보를 위해 국가와 사업별로 지역 본사(Regional Head Quarters)와 사업 본사(Business Head Quarters)를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하는 글로벌 본사(Global Head Quarters) 체제를 도입했다.

우선 전략 지역인 중국 현지에 조직을 갖추고 독자적으로 사업 개발과 투자까지 할 수 있는 현지 완결형 조직인 중국 HQ를 지난 2009년 10월에 신설한 바 있다.

BHQ 차원에서도 1단계로, 올해 초 스피드 메이트 사업과 트레이딩 사업 본사를 중국에도 조직했다. 2단계로는 화학, 소비재 관련 사업 본사도 1∼2년 내에 중국에 설치함으로써 향후 핵심 사업의 본사가 중국에 자리 잡게 될 예정이다.

이와 같이 GHQ 체제가 본격 가동되면 이창규 사장도 한국 중심의 근무 방식을 벗어나 중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의 RHQ에 마련된 집무실에서 상당 기간 체류하면서 현지 중심의 의사 결정을 수행하게 되며 그에 따라 1년 중 절반 가량의 시간을 해외에서 보내게 될 것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비전 2020’이 실현될 경우, SK네트웍스는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의 위상을 갖춤과 동시에 제조가 아닌 서비스 분야에서의 글로벌 기업 탄생이라는 신기원을 이루며, 그룹 제3의 성장축 마련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뿐만 아니라, 비전 실현 과정에서 자원 확보와 해외시장 동반 진출 등 국가 경제 발전과 국내 기업들에 미칠 긍정적 파급 효과도 매우 클 것으로 보여 업계의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조윤성 기자 coo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