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8일.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 일대 변혁이 일어났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애플 CEO 스티브 잡스가 현란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아이폰 4G’의 출시를 알렸다.

몇 시간 뒤 서울에서는 삼성전자가 새로운 스마트폰인 ‘애니콜 갤럭시 S’(이하 갤럭시 S)의 탄생을 보란 듯이 알렸다. 이번 신제품 동시 발표는 해외 IT업체의 대표주자인 애플에 피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겠다는 삼성의 굳은 의지로 풀이되고 있다.

갤럭시 S와 아이폰 4G의 동시 발표는 한국 토종 IT업체인 삼성과 해외 IT업체인 애플간의 승부, 국내 통신 라이벌인 SK텔레콤과 KT 간의 승부, 라이벌 업체인 구글과 애플 간의 승부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삼성 “20년 휴대폰 역량 총결집”
지난 6월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갤럭시 S 론칭 미디어데이’ 행사는 마치 ‘반(反) 애플 연합군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이날 행사에는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문 사장과 하성민 SK텔레콤 이동통신부문 사장, 앤디 루빈 구글 모바일플랫폼 부사장 등 갤럭시 S 개발 관련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이번에 출시된 삼성 갤럭시 S는 삼성전자의 기술력, SK텔레콤의 네트워크 운영 능력, 구글 안드로이드의 개방성이 하나로 합쳐졌다.

삼성은 3사의 역량이 모두 모인 갤럭시 S를 ‘슈퍼 스마트폰’이라고 자평했다. 삼성은 ‘슈퍼 아몰레드’ ‘슈퍼 디자인’ ‘슈퍼 어플리케이션’을 갤럭시 S의 3대 장점으로 부각시켰다.

제품 전면에 강화유리를 씌워 사소한 긁힘을 최대한으로 줄인 갤럭시 S는 4.0형(10.08㎝) WVGA 슈퍼 아몰레드를 세계 최초로 탑재했다. 슈퍼 아몰레드는 삼성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던 아몰레드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버전이다.

블루투스 3.0을 장착했다는 점도 장점 중 하나다. 갤럭시 S는 구글 안드로이드 2.1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향후 2.2 버전으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9.9㎜ 초슬림 디자인이지만 배터리의 용량은 자사의 기존 제품에 비해 더욱 커졌다. 여기에 16GB 용량의 메모리를 탑재했으며, 기존 PC의 CPU 수준인 1㎓ CPU도 장착해 고사양 게임 실행, HD 동영상의 재생 및 녹화도 너끈히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100여 개국 110여 개 이동통신사에 갤럭시 S를 시판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애플이 88개국에 아이폰 4G를 내놓겠다는 것에 비하면 물량 면에서는 일단 삼성이 소폭 앞서는 상황이다.

신종균 사장은 이번 갤럭시 S 출시에 대해 “이날만을 기다렸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신 사장은 “우리나라의 휴대폰 문화가 보고 즐기는 경향으로 급변하고 있다”면서

“갤럭시 S는 지난 20년 간 쌓아온 삼성의 휴대폰 생산 역량을 모두 쏟아 부은 역작”이라고 자평했다. 아울러 “삼성의 자존심을 건 만큼 어느 경쟁 업체의 스마트폰과 맞붙어도 이길 자신이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개발 과정에서 힘든 일이 무척 많았지만 서로의 도움을 통해 무사히 제품을 탄생시켰다”고 말했다.

하 사장은 “그동안 삼성과 손잡고 출시했던 스마트폰 중 갤럭시 S가 최고 수준의 제품”이라면서 “최고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갤럭시 S가 스마트폰 시장에 핵폭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앤디 루빈 구글 모바일플랫폼 부사장은 “세계적 톱 브랜드인 삼성전자와 SK텔레콤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루빈 부사장은 “구글이 삼성을 사업 파트너로 택한 것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구글 안드로이드의 개방성이 삼성의 기술력과 SK텔레콤의 네트워크와 만나 빛을 발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갤럭시 S, 멀티 앱스토어·DMB 지원
그간 아이폰 사용자들과 아이폰 사용을 희망하던 사람들의 가장 큰 불평 중 하나는 다른 휴대폰과 달리 지상파 DMB 수신이 지원되지 않는다는 점과 짧은 배터리 용량이었다.

아이폰을 통해 DMB 방송을 시청하려면 15만 원 상당의 별도 수신기를 장착하고 DMB 수신 어플리케이션도 구입해야 했다.

일부 어플리케이션이 와이파이(WiFi)가 수신되는 지역에서 영상 시청을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 역시 불편한 점이 많았다.

배터리 역시 내장형이다 보니 교체 대신 충전만 가능했다. 배터리의 용량이 지나치게 짧아, 종일 사용할 경우 하루를 채 못 버티는 일이 많다.

반면 갤럭시 S는 지상파 DMB 수신이 가능하다. 이동 중에도 TV를 시청하는 인구가 유독 많은 우리나라 통신시장의 정황상 DMB 수신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갤럭시 S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내장형 배터리가 아닌 착탈식 배터리가 장착됐다는 것도 갤럭시 S의 장점이다. 또한 국내 최고 수준의 애프터서비스가 결합됐다는 점도 삼성이 내세우고 있는 특징이다.

아이폰을 처음 구입하면 날씨, 연락처, 메일 등 가장 기초적인 어플리케이션만 탑재되어 있다.

이와 반면 갤럭시 S는 ‘교보 e-book’ ‘온 뉴스’ ‘아루아루’ ‘쿠루쿠루’ 등 생활에 유용한 어플리케이션을 미리 탑재했거나 설치 파일로 구입과 동시에 제공한다는 점이 장점이다.

특히 삼성 앱스토어, SK텔레콤의 T스토어,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 등 멀티 앱스토어를 지원해 소비자들에게 깊이가 다른 생활 친화형 어플리케이션 체험을 제공한다.

아이폰의 어플리케이션에 비해 수량은 적지만 어플리케이션의 품질로 승부하겠다는 것이 삼성전자와 구글 측의 설명이다.

특히 해외 어플리케이션이 많은 아이폰 어플리케이션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한국 수요자들을 위한 어플리케이션을 다량으로 개발하겠다는 방침도 내세웠다.

갤럭시 S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제품을 개발한 삼성전자와 SK텔레콤, 구글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특히 구글 안드로이드폰의 최근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이미 북미 지역에서는 아이폰의 판매량을 뛰어넘었다.
올해 1분기 북미 시장에서 판매된 안드로이드폰의 수량은 360만 대로 300만 대를 판매한 아이폰을 앞질렀다.

여기에 국내에서도 안드로이드폰의 운영체제별(OS) 시장점유율이 아이폰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IT업계가 조사한 올해 1분기 국내 스마트폰 OS 시장점유율은 아이폰이 43.3%로 6%에 머문 안드로이드폰을 5배 이상 앞섰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5월 점유율은 안드로이드폰이 35.3%로 31.4%의 아이폰을 뒤집었다.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을 연달아 출시하고 있는 SK텔레콤도 동반 효과를 맛보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과 5월에 삼성전자의 갤럭시A, 팬택의 시리우스, HTC의 디자이어 등의 안드로이드폰을 잇따라 출시했으며 하루 평균 8000여 대 가량이 새로 개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백현 기자 jjeom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