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션 해외법인 임직원들이 한국 본사를 방문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노션 월드와이드(이하 이노션)의 성장이 눈부시다. 종합광고회사로 2005년 첫 발을 내딛은 뒤 성장세가 매섭다.

출범 1년 만에 업계 5위로 껑충 뛰어 올랐고, 2008년부터 현재까지 2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내친김에 국내 최고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을 뛰어 넘을 기세다.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노션은 설립 매년 세 자릿수의 매출 증가 비율(전년 대비)을 하고 있다. 또 월별 광고신탁액 규모에서 제일기획을 앞섰던 적이 있다.

비록 적은 수이기는 하지만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순위 집계를 시작한 1998년 이후 제일기획을 앞섰던 업체가 처음 등장했다는데 의미가 크다.

이노션은 종합광고회사다. 말 그대로 단순한 광고 기획에서 부터 제작, 기업의 마케팅 활동까지 대행이 주 업무다.

기업의 PR업무 일체를 도맡아 처리하고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아 운영된다고 이해하면 쉽다. 이노션의 지난해 매출액은 1699억 원 가량. 엄청난 일을 처리해야만 가능한 수치다.

또 업무 처리 능력이 뛰어나야 가능한 금액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광고업계 특성상 한 번 관계를 맺은 기업이 광고회사를 옮기는 일은 거의 없다. 대기업은 대부분 자체 계열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삼성그룹의 경우 그룹 광고 대부분을 계열사인 제일기획에 맡겨 처리한다. 롯데그룹 역시 그룹 계열인 대홍기획에게 대부분의 일을 맡긴다.

따라서 이노션의 성장은 곧 산업계 전반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최근 SKT와 KT의 이동통신사 간 브랜드 경쟁전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초 이노션은 SKT의 광고·마케팅업무를 도왔지만 지난해부터 KT의 브랜드 마케팅을 경쟁 구도에 변화를 이끌었다.

현대차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마케팅 등은 신차 판매 효과와 함께 휴대폰 가입 고객을 늘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경보다는 실력으로 승부
이노션은 출범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국내 2위 기업인 현대·기아차그룹의 계열사라는 점에 관심이 모였다.

현대차 그룹사의 광고 물량만 소화해도 단숨에 업계 상위권으로 뛰어 오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노션의 지분은 정몽구 현대차 회장 20%,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40%, 정성이 이노션 이사 40%로 구성돼 있다.

실제 업계 관계자들은 오너 일가가 회사 지분을 100% 갖고 있는 개인 회사라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달랐다. 그룹사의 업무를 주로 처리하는 동시에 굵직한 대기업 중심의 고객 확보를 꾸준히 해나갔다.

SK텔레콤, KT그룹 등을 비롯해 CJ, 신한은행, 국순당, 국가브랜드위원회 등 범위도 다양하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 LED TV광고 제작을 맡았다.

삼성전자가 그룹 계열인 제일기획이 아닌 다른 곳에 업무를 맡긴 것은 1995년 웰컴이 냉장고 광고를 맡았던 이후 14년 만의 일. 이노션은 그룹사뿐 아니라 재계 전반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실력이 밑바탕이 됐다. 이노션은 지난 3월 해외광고 1팀이 제작한 아반떼 TV광고가 ‘싱가포르 뷰어스 초이스(Singapore Viewer’s choice 2009)’ 인터내셔널 부문에서 금상을 받았다. 지난해 한국광고학회에서 수여하는 올해의 광고회사 대상도 수상했다.

특히 이노션이 이만큼 성장한 데에는 해외시장을 주 타깃으로 한 경영전략이 적중했다. 글로벌 경쟁체제로 변해가는 경제적 상황에서 국내와 더불어 해외 경쟁력 확보가 회사 경쟁력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 같은 경영전략은 정성이 이사의 큰 그림에 따라 움직인 결과로 풀이된다. 2005년부터 글로벌 전략을 구사하던 현대차 오너 일가의 움직임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해외 진출 업무에 능통한 현대차 출신의 임원급 인재가 이노션에 파견 된 것도 그렇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해외시장 강화를 내세우며 기업 경쟁력을 고취하는 데 주력한 바 있다.

형만한 아우는 없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이노션은 국내 광고시장이 저성장세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서 해외로 눈을 돌렸다. 인도와 미주, 유럽 등 세계 각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가장 중요하 게 여긴 것은 끊임없는 인재 영입이다.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 소장을 지낸 박재항 마케팅본부장, 대홍기획 출신 김혜경 상무를 비롯해 해외 현지의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이노션의 기업 경쟁력은 높아졌고,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일본, 인도 등 총 11개국에 현지법인을 설립 운영하는 등 국내 최고 수준의 글로벌 광고회사로 성장했다. < 상자기사 참조 >

기업의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대차의 약진을 통해 미국 슈퍼볼 결승 경기에 방영되는 광고를 제작하는 등 인지도를 높였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의 높은 인지도가 이노션의 주요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노션은 현재의 위치에 안주할 생각이 없다.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며 진정한 세계 유명 광고업체들과 어깨를 견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15년 세계 25위권 글로벌 종합광고회사 성장을 목표로 해외사업 확장과 함께 구축해 놓은 네트워크의 안정화에 힘쓸 예정이다.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