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 김수현 주연의 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덩달아 혜택을 본 게 치킨, 더 정확히 말하면 ‘치맥(치킨+맥주)’이다. 극 중에서 주인공들이 치맥을 즐기는 장면이 나오면서 중국인들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벌건 대낮에도 치킨 매장을 찾아 맥주 500cc 한 잔을 거뜬히 마셔댔다. 심지어 중소도시에 사는 중국인들은 몇 시간씩 장거리 고속버스를 타고 와서 주문한다고 하니 치맥이 가히 대세이자 대박 상품이다.

중국 BBQ 매장에서 중국 직장인들이 치맥(치킨+맥주)을 즐기고 있는 모습. [사진=BBQ]
중국 내 치맥 인기는 현지에 진출한 한국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에겐 정말 ‘별에서 온 기회’다. 특히 올해로 중국 진출 12년째를 맞는 치킨 프랜차이즈의 대명사 ‘BBQ’에게도 더없는 호기다.

중국에 150여 개 매장을 두고 있는 BBQ는 때를 놓치지 않고 현지에 없던 ‘치맥 세트’를 개발해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대대적인 판촉을 벌여 ‘별그대’ 이전보다 무려 50% 이상의 매출 신장을 만끽하고 있다.

사실 BBQ는 ‘별그대’ 전부터 중국을 위시해 베트남, 미국 등에 진출해 현지화 전략으로 ‘글로벌 BBQ 비전’을 쌓아가고 있다.

BBQ의 글로벌 비전 출발점은 만리장성을 넘는 것이었다. 중국 대륙에 첫발은 디딘 때가 11년 전인 2003년. 당시 중국의 경제수도 격인 상하이에 매장 문을 처음 열고 주문배달, 거리 전단지 배포 등 한국식 마케팅으로 도전했다. 하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듯’ 한·중 간 다른 상거래 관습 때문에 BBQ의 도전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여러 해프닝을 빚었다.

음식배달에 대한 인식이 없는 데다 먹고 난 다음에 돈을 내는 후불 시스템에 익숙한 중국인들에게 BBQ의 선불식 배달은 너무 생소했다. 심지어 직원이 거리에서 홍보 전단지를 나눠주다 불온 유인물을 살포한다는 신고를 받고 중국 공안에 붙잡혀 가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낳기도 했다.

더욱이 미국 KFC가 ‘저가 전략’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BBQ로선 다른 전략이 필요했다.

고가의 패밀리 레스토랑, 구이류 치킨으로 마케팅 방향을 틀었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통다리 바비큐, 스모크치킨, 닭불고기 등 구이류 치킨을 전략 메뉴로 정했고, 외식 선호 경향이 높은 중국인 식습관에 맞게 가족 중심의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마케팅을 전개, 효과를 거뒀다. 현재 중국BBQ의 제품 비중은 구이류가 30%가량으로, 프라이드(튀김)류 10%보다 3배나 더 많이 팔리고 있다.

중국에 이어 BBQ의 글로벌 전진기지는 치킨의 원조, 프랜차이즈의 본고장 미국이었다. BBQ는 2006년 미국에 진출한 이후 숱한 현지 브랜드들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트리플(3중) 전략’을 구사했다.

KFC 등 현지 치킨 브랜드처럼 미리 조리한 제품을 판매하지 않고 즉석조리로 건강을 강조하는 ‘슬로푸드 정책’을 도입했고, 이국적인 콘셉트를 내세운 동양적 맛의 치킨 샌드위치, 고추장 떡볶이, 궁중떡볶이 등을 개발 출시해 현지고객의 눈길 끌기에 성공했다. 또한 ‘비빔밥 버거’로 버거경연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미국 최고의 셰프인 안젤로 소사, 와플 샌드위치로 유명한 켈리 등을 메뉴 고문으로 영입해 미국 메뉴들을 현지화했다.

BBQ는 신흥시장 베트남에도 2007년 상륙, 하노이에 첫 매장을 열고 먼저 진출해 있던 KFC, 롯데리아와 차별화하기 위해 중국에서와 같은 고가 정책으로 고품격 이미지를 구축했다.

BBQ는 현재 전 세계 57개국과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하고, 2014년 3월 기준 30여 개 나라에 350여 개 매장을 거느린 ‘글로벌 프랜차이즈그룹 제네시스BBQ’로 매진하고 있다.

이 같은 BBQ 글로벌 비전을 실현 가능케 하는 성공 포인트는 무엇일까.

제네시스BBQ 관계자는 “메뉴 차별화 기술력과 인재 교육 및 가맹점주 상생의 인프라,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BBQ의 차별화된 메뉴 개발 원천은 치킨대학과 세계식문화과학기술원(중앙연구소)에 있다. 경기도 이천에 있는 치킨대학은 한 번에 3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호텔식 숙소와 최첨단 강의실, 브랜드별 조리실습장 등 우수한 교육시설을 자랑한다. BBQ 매장 창업을 원하는 가맹점주들은 치킨대학에서 3주 이상의 조리, 서비스, 마케팅 등 교육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세계식문화과학기술원은 석박사급 연구진 30여 명이 포진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치킨’이라는 슬로건에 부합하는 신제품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본사에서 자체 육성하는 ‘푸드 마이스터(Food Meister)’ 제도를 통해 BBQ 프리미엄 카페 매장을 총괄 관리하는 외식경영전문가(점장)와 전문조리책임자(조리장)를 집중 육성해 현장에 배치한다. 경험자 중심의 푸드 마이스터 활동은 가맹점주들의 최대 고민거리였던 ‘돈은 벌어도 여유 시간을 가질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해줘 호응을 얻고 있다.

이 밖에 전국가맹점간담회, 가맹점 마케팅 위원회 등을 정기적으로 개최해 전국 가맹점주의 현장 목소리를 직접 수렴하는 등 본사와 가맹점주 간 소통으로 서로 상생하는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한편, 지난 3월 10일엔 가맹점주와 가족들을 위한 패밀리 복지제도의 하나로 가맹점주, 협력업체, 임직원 부부 등 수천 명이 참석하는 ‘패밀리 페스티벌’을 제주도에서 국내 최대 규모로 열어 BBQ 패밀리의 공감대를 넓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