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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45년 서울토박이 부부 능금같은 사랑쌓기 눈 떴죠”

(사진=이코노믹리뷰 송원제 기자)


사내에겐 오랜 꿈이 있었다.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서 흙과 마주하며 살리라. 그래서 차근차근 소망을 향해 걸어 나갔다. 마흔 살이 되던 해, 자신의 마음과 직관을 따르는 용기를 발휘했다.

잘 나가던 대기업 홍보맨 생활을 과감히 접고 농부가 되기 위해 이곳으로 나침반을 돌렸다. 경상북도 상주시 공성면 도곡리에 자리한 과수원이 김현웅(45)씨의 귀농처이자 마음의 안식처. 앞으로는 탁 트인 들녘, 뒤로는 산과 밭이 펼쳐지는 아늑한 마을에서 만난 그는 귀농 2년차 초보 농사꾼임에도 이방인의 티를 완전히 벗어던진 듯 보였다.

전형적인 농부 차림에 까맣게 그을린 서글서글한 인상이 딱 그랬다. 도시문명의 이기를 뒤로 하고 시골농장에 두 번째 인생지표를 세운 그와의 인터뷰. 평화로운 전원생활을 담은 한 편의 수필 같았다.


건강한 과일 농사 끝없는 열정

“집이 좀 작은데…. 어서 들어오세요.” 그가 반갑게 웃으며 인사했다. 컨테이너를 개조해 만든 아주 아담한 공간. 집안에 들어서자 그의 아내 홍영주(40)씨가 인심 좋게 수박을 한아름 내온다.

시골에서 먹는 시원한 수박 맛이란 그야말로 꿀맛이다. 3시간여 차로 달려오는 동안 뜨거운 햇볕과 더위에 갈증난 목을 축이고 나니, 그림 같은 초록색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부부는 ‘행복한 농부’라는 유기농 과일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2000여 평 밭에 복숭아·밤·배 등 여러 종류의 나무가 있지만 주력 품목은 아오리 햇사과와 감 그리고 곶감.

8월 초 수확해야 하므로 최근까지 사과열매 솎아내기 작업이 한창이었단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일이 적과한 열매를 모으는 것. 성장호르몬이 다량 포함돼 있어 매실청을 담그듯 발효시켜 열매를 맺을 무렵 뿌려주면 일종의 천연 비료제 역할을 한다고.

“대부분 크기를 키워주는 일명 ‘뻥튀기’라는 약을 사용해요. 우리 사과는 그런 약을 치지 않아 알이 좀 작죠. 대신 맛이 뛰어나고 껍질째 먹어도 됩니다.”

그렇다. 이들의 도전이 더욱 특별한 건, 농사라는 불모지에 뛰어들면서 그 어렵다는 유기농을 고집하고 있어서다. 건강 먹을거리와 유기농 과일밭을 가꾸고 싶다는 나름대로의 소신 때문이다.

“유기농은 화학 농약·화학 비료를 전혀 쓰지 않아 일반 농사보다 병충해 피해를 많이 입을 수밖에 없어요. 그렇지만 유해한 농약을 잔뜩 뿌려대는 농부가 되고 싶진 않았습니다. 남들과 똑같이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사과는 무농약으로 농사 짓기 매우 힘든 작물이다. 지난해 진딧물이 돌돌 말아버린 잎사귀를 따낸 것만도 수북했다. 벌레가 심하게 끼어 다 익은 사과들을 죄다 따서 버려야 했다. 게다가 비까지 많이 내려 피해는 더 컸다.

망가지는 열매를 바라보는 초보 농부의 가슴 아픈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농업은 하늘과의 동업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부부는 자연 독초와 천연 미생물 농약, 미네랄이 풍부한 바닷물을 밭에 뿌리고 온갖 정성을 들여 예쁘지는 않지만 실한 ‘녀석들’을 키워냈다.

그렇게 달려온 귀농 첫 해, 성적표는 괜찮은 편이다. 매출 6000만원. 더불어 도시에서는 모르고 살았던 진정한 삶의 여유까지.

(사진=이코노믹리뷰 송원제 기자)


김현웅씨 부부는 2000여평 밭에서 ‘행복한 농부’라는 유기농 과일 농장을 운영하며 소박한 희망과 행복을 찾았다(사진=이코노믹리뷰 송원제 기자).


15년 홍보맨 짝꿍의 의기투합

“혼자서 얻은 보물이 아닙니다.” 사실 뭐든지 혼자 이루는 건 없다. 조력자가 있기 마련인데 아내는 언제나 그를 지지해줬다. 둘은 직장 동료이자 인생의 짝꿍으로 15년을 헤쳐 왔다. 이제는 ‘귀농 동지(同志)’가 됐다.

“남편도 저도 15년간 회사를 다니며 늘 바쁘고 반복적인 일상에 지쳐 좀 쉬고 싶었어요. 자연을 벗삼아 농사 짓는 삶을 꿈꾸고 착실히 준비해온 남편의 모습에서 뭘 해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깊은 믿음이 생겼습니다.” 남편을 바라보는 홍씨의 눈빛 속에서 무한 신뢰가 느껴진다.

이에 김 대표는 “아내와 가족의 반대로 귀농의 뜻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나는 운이 좋은 남자”라고 말했다. 일찍이 홀가분하게 도시를 떠날 수 있었던 것도 자녀가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왜 하필 상주 땅으로 내려왔을까. “귀농인 친구를 만나러 왔다가 우연히 이곳 땅을 보게 됐어요. 봄에 블루베리, 여름에 아오리, 겨울엔 곶감. 평소 계절별로 공급할 수 있는 유기농 과일농장을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바로 ‘여기다’ 싶었죠.

거의 모든 과일이 잘 재배돼 다양한 품목으로 농사 짓기에 적합한 지역이었거든요. 상주에는 억대 매출을 올리는 농부들도 있어요.”

김 대표처럼 요즘 시골의 삶을 찾는 40~50대 엘리트 귀농자들이 늘고 있단다. 이들은 숨 가쁘게 사는 도시생활 대신 적게 벌어 덜 쓰면서 흙을 밟고 사는 소박한 삶을 추구한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게 귀농이다. 그만큼 그의 예습도 철저했다.

퇴직하기 3년 전, 경기도 일산의 10평 정도 되는 텃밭을 샀다. 주말농장을 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집이 서울 영등포에 있었음에도 너무 재미있어 주말마다 거르지 않고 농장에 갔다. 시간이 갈수록 귀농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곧바로 귀농학교를 다니면서 기술을 습득했다. 생태귀농학교를 2개월간, 도시농부학교를 4개월간 다녔다. 회사를 나와 여주농업경영전문대학에서 3개월 합숙 교육을 받았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친환경 농법을 닥치는 대로 공부했다. 만반의 준비를 끝낸 그는 1억원의 자금으로 땅과 집을 마련하고 지난해 3월 드디어 행복한농장의 문을 열었다.

귀농인에게 무엇보다 판로 확보가 중요하다고 김 대표는 강조한다. 부부에게는 맞벌이 직장 시절 쌓았던 탄탄한 인맥이 큰 도움이 됐다. 판매는 부부가 운영하는 인터넷 블로그(http://ahappyfarmer.blog.me)의 직거래 장터를 통해 이뤄진다.

곶감은 크기에 따라 가격을 차등화시키고 사과는 5kg 상자에 맞춰 담았다. 서울과 경기도는 물론 인천, 부산, 대구, 저 멀리 강원도 산골 곰배령까지 전국 곳곳으로 팔려나갔다. 물량이 부족할 정도였다.

“지난해 수확량은 일반 농사와 비교했을 때 5분의 1 수준이었습니다. 올해는 나무도 훨씬 크게 자랐고 기술도 좋아졌으니 농사가 더 잘 될 것 같아요. 곧 블루베리도 심을 겁니다,”


소박하고 여유로운 삶에 만족

45년 서울 토박이들에게 농촌생활의 불편한 점이 분명 있지 않을까. “글쎄요, 별로 없는 것 같은데요.” 예상을 깬 부부의 대답이었다. “고추, 가지, 애호박, 방울 토마토, 옥수수 등 텃밭에서 가꾼 각종 채소와 곡물로 자급자족을 해요. 건강밥상이 따로 없죠. 그 외 필요한 물품은 시내 대형마트를 이용합니다.

극장은 없지만 근처 문예회관에서 1000원이면 주말에 상영하는 최신 영화도 볼 수 있어요. 여기서는 도시생활비의 70%가 줄어든 셈입니다. 애당초 돈을 많이 벌겠다는 생각은 없었고요. 땅을 갈아도 두 사람 입은 충분히 풀칠할 수 있죠.”

귀농은 일찌감치 하는 것이 좋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실패해도 일어설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까. “아내와 함께 시작한 두 번째 인생이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남편과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100% 유기농 사과를 키워낸 낭군이 자랑스럽다”는 아내. 서로에 대한 그득한 애정 속에서 듣는 부부의 다음 꿈은 5년 안에 환경 친화적이고 건강에도 좋은 황토집을 짓는 것이다.

맑은 공기를 마시고 적당히 일하며 땀 흘릴 수 있는 삶. 그들은 도전했고, 그래서 성취했다. 흙에서 소박한 희망과 행복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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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학교·농업인턴제 노크하세요


■한국농수산대학(화성)·농협대학(고양)·여주농업경영전문학교(여주)
4월부터 10월까지 운영되는 귀농학교. 교육 과정은 귀농이론 교육(1개월), 귀농설계 교육(1개월), 작목별 심층실습 교육(5개월)으로 구성된다. 주말 4~6시간의 이론과 실습교육이 진행된다. 모집 대상은 경기지역에 거주하는 도시민 귀농 희망자다.


■천안연암대
3개월 합숙형 귀농교육. 식물의 생리, 토양, 원예 등 영농기술을 포함해 농업·농촌의 이해, 농업경영, 유통 마케팅 등 예비 귀농인의 눈높이에 맞춰 이론과 실습, 도제식 교육으로 진행된다.


■농업인턴제
고용노동부 주관 정예농업인력육성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일반 기업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인턴사원 제도를 농업 현장에 도입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농장, 지역적 신망과 교육자적 소양, 5년 이상의 영농 경력과 전문적 기술을 갖춘 선도농가 사업장에서 8개월간 근무를 하게 된다.

신청 자격은 사업 시행일을 기준으로 만 18∼44세 이하의 미취업자 또는 농고(3학년) 및 농업계 대학에 재학 중이면 된다. 관련 경험이 없는 사람들의 경우 인턴을 하는 동안 본인의 농촌 생활 적응도를 체크해볼 수 있다.


김현웅 대표가 말하는 귀농 가이드

■직장생활 중 주말농장 등을 먼저 운영해보고 적성에 맞는지 판단한다.
■귀농학교 등에서 기술교육을 반드시 받는다.
■자신이 팔 수 있는 작물을 정한 뒤 그에 맞는 땅을 선정한다.
■귀농 초기에는 과하게 투자를 하지 않는다.
■직거래를 염두에 두고 판로를 확보한다.
■토지는 열심히 발품을 팔아 구하는 것이 최선이다.
■처음부터 땅을 사지 말고 원하는 곳을 빌려 2년간 농사를 지어본 후 결정한다.

전희진 기자 hsmile@asiae.co.kr


50플러스  |  econovill@econovill.com  |  승인 2011.06.17  01: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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