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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귀농은 낭만 아닌 현실 사업 마인드로 블루베리 재배”

(사진=이코노믹리뷰 안영준 기자)


전형적인 사업가 체질의 남자가 농사에 손을 댔다. 남들이 개척하지 않은 시장을 찾아내는 능력 덕에 그의 ‘귀농 경영’은 특별했다. 하루 이틀 사업해본 솜씨가 아니라 준비도 척척, 추진도 일사천리였다. 그가 일군 블루베리 농장이 ‘블루오션’ 시장의 새 지평을 열었다.

20년간 직장 생활을 착실히 해 오며 중소기업의 대표이사직에까지 오른 한 남자가 있다. 재직한 곳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문구회사 바른손. 그리고 이브자리 계열사의 코디센. 그를 보며 주변 사람들은 말했다. 퇴직 후 그간 모은 돈과 퇴직금으로 남은 인생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그런데 그는 굳이 새로운 일에 뛰어 들었다. 여태껏 접하지 않았던 농업에 발을 들인 것. 그의 나이 53세였다.

고령화 시대, 번 돈으로 당장 현실에 안주하려는 생각은 근시안적인 판단이라고 여겨져 새 삶을 찾았다. 그래서 평생의 직장을 얻었다. 그 결실이 공기 좋은 시골 어느 마을에 알알이 맺혔다. 충청남도 천안, 그가 일군 8000평의 밭이 드넓게 펼쳐진 이곳 농원에.

농원 입구에 세워진 ‘블루베리 코리아’의 큰 간판이 방문객들을 친절히 맞이한다. 이곳 주인은 올해 61세의 함승종 씨. 농원에 열매 맺은 과실은 블루베리다.

농원에는 높이 1~2m의 블루베리 나무들이 촘촘한 간격으로 붙어 자라고 있다. 줄기에는 풍성한 잎들이 열렸고 자세히 들여다 보면 잎사귀 사이로 동그랗고 작은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재배용 농원인데 마치 관상용처럼 경관이 아름답다. 농장 곳곳에 심어놓은 알록달록한 색색의 꽃이 운치를 더한다. 농장 가운데에는 작은 공장이 있다. 깔끔한 컨테이너 박스 건물이라 경관을 해치지 않는다. 농장과 공장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인부들은 모두 20~30명가량이나 됐다. 6~8월은 블루베리 수확철이라 바쁘다고 했다.

이곳에서 함승종씨를 만났다. 이 남자가 블루베리에 그토록 목을 매는 이유는 무엇일까. 검푸른 빛을 띠는 지름 1~1.5cm 내외의 블루베리 생과는 얼핏 보면 포도 같기도 하다. 그러나 알갱이를 보면 포도와 달리 껍질이 얇아 한 알씩 통째로 입 안에 넣고 씹는다. 맛은 신맛과 단맛이 골고루 섞여 있다. 당도가 높지 않은 것이 특색이다.


눈에 좋고 암 예방에 좋은 ‘기능성 과일’

블루베리의 효능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너나할것없이 건강에 대한 국민 대다수의 관심이 급증하며 웰빙 식품으로 부상했다. 가치가 높은만큼 가격도 비싸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공급이 수요에 비해 부족한 실정이다. 인터넷에서 파는 수입산은 비교적 저렴하지만 국내산은 가격대가 높아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1kg당 4만~5만원대를 구가한다.

대중적인 식품은 아닌데, 그도 그럴것이 사람 몸에 좋은 기능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 과일보다 약재에 가깝다.
“블루베리 많이 먹지예~ 3년간 먹고 안경 벗은 사람도 있으예~.” 농원에서 종일 일하다 저녁에 귀가하는 마을 아주머니들의 얘기다. 블루베리는 폴리페놀, 안토시아닌과 같은 기능성 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시력 증진과 안구건조증 완화에 탁월한 효과를 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항산화 작용, 노화방지 및 치매억제, 뇌졸중과 심근경색 방지 등의 효과가 있다.

함 대표가 최종 근무지인 코디센에서 퇴직한 2000년대 초반. 블루베리는 아직 국내 시장에서 생소한 과일이었다. 그런데 그가 이 시장을 개척했다. 남들 다 하는 소재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더군다나 평소 인생 2막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주변에서 퇴직 후 요식업이나 부동산 중개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숱하게 봐왔다. 그들은 이미 과잉경쟁의 시장에서 제한된 밥그릇 싸움에 시간과 자본을 소모하고 있었다는게 함 대표의 견해다.

그래서 귀농에 눈을 돌렸다. 매스컴에서 본 유명한 귀농인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막상 실제로 보니 찾아간 이들의 70~80%는 대부분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는 고민에 빠졌다.

그들이 하는 귀농 경영의 가장 큰 문제는 수익이 안 난다는 사실이었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그는 고부가가치 작물 재배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택한 것이 블루베리다.

그는 타고난 사업가다. 농업도 철저한 경영 마인드로 시작했다. 처음 블루베리의 효능에 관해 듣고 그는 블루베리 시장 분석에 들어갔다. 블루베리의 원산지는 북아메리카. 그는 당시 재배가 활발히 이뤄지던 미국, 캐나다, 일본 등지를 2년간 돌아다녔다. 묘목장, 농장, 도매시장, 마트·백화점을 전부 탐색했다.

블루베리 수요가 높아 수입량도 많은 일본에서 “만약 한국산을 재배해 수출하면 사겠느냐”고 일일이 물어보며 시장조사를 했다. 일본 주민들에게서 긍정적인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서야 비로소 확신했다. 블루베리를 재배해 국내에 팔고, 잘 안 되면 국외에 수출할 계획을 실행키로.


2005년부터 매년 5000주의 묘목을 심어온 블루베리코리아는 현재 4만주의 나무에서 40여t의 유기농 블루베리를 생산하고 있다(사진=이코노믹리뷰 안영준 기자).


5~10년을 내다본 철저한 시장 분석

현지 사전조사를 끝낸 함 대표는 블루베리가 제법 비싼 과일이지만, 앞으로 국내 경제의 5~10년 뒤 성장률을 내다보고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높아질 것을 대비해 재배를 시작했다. 바른손에 재직했던 임원들 4명과 블루베리 코리아라는 법인을 설립했고, 8000평 규모의 대지를 임대했다.

블루베리 묘목은 미국 뉴저지주에서 수입했다. 2005년부터 밭에 블루베리를 심기 시작했다. 그는 농사일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기에, 묘목 수입상에게서 수소문해 농사 잘 짓는 사람들을 찾아 그들에게 위탁을 했다. 함 대표는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손을 대 일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때는 어려움이 많았다. 그는 블루베리로 1차 차별화에 나섰고, 2차 차별화 전략으로 유기농 재배 기법을 활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에 익숙한 농민들은 그의 생각에 전적으로 반대했다는 것. 그들을 설득하는데 꼬박 1년이 걸렸다.

아니나 다를까 농약을 뿌리지 않으니 벌레가 생겼다. 그러나 열흘가량 그 벌레들을 다 잡으며 농장을 관리했더니 보름 정도가 지나자 거짓말처럼 벌레들이 다 사라졌다. 우여곡절 끝에 3년이 지났다. 2007년부터 그는 블루베리 열매를 본격적으로 수확할 수 있었다.

처음 시작할 때 자본금은 총 5억원이 들었다. 함 대표는 이를 동업인들과 나눠서 부담했다. 그는 “땅을 전부 매입하면 좋겠지만, 퇴직금 갖고는 어려운 액수였다”고 부지를 임대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블루베리 코리아는 매년 5000주씩 묘목을 새롭게 심는다. 그리하여 지금 보유한 나무 그루 수만 4만주다. 함 대표에 따르면 작년 한해 동안 수확한 블루베리 물량은 총 40t이다. 블루베리 소매 가격은 1kg당 평균 2만5000~3만5000원이라 총 매출은 12억원인 셈이다. 이 중 순수익이 30%가량이라고 함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순수익을 50%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게 블루베리 재배 사업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수입도 만족할만한 수준이지만, 앞으로의 성장세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는 입장이다.

현재 본사를 서울에 두고 있는 블루베리 코리아는 블루베리를 현지 직불 판매나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판매하고 있다. 판매 품목은 생과와 냉동과일, 퓨레, 잼이다. 퓨레와 잼은 가공해 판매 중이다. 블루베리 퓨레는 식품이나 의약품에 첨가해 먹는 걸쭉한 액상 형태로 블루베리가 70% 함유됐다. 시중에 파는 빵이나 떡, 그리고 요거트 등에 이 퓨레가 첨가된다.


블루베리 시장 진입 ‘규모의 경제’ 필요

귀농에 뜻을 두고 있는 이들을 위해 그는 농장 경영의 사업적인 면에 대해 상세히 들려줬다.주의할 점은 작은 규모로 시작해서는 수익성을 내기 어렵다는 사실. 그는 “100~300평 규모의 농장은 경쟁력이 없다”며 “파는데 역점을 두고 규모를 넓게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1년에 스스로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수익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한달에 250만원 안팎의 수입으로 만족한다면 연 수익이 3000만~3500만원 정도가 나와야 한다.

평균 순수익이 30% 정도이므로 매출은 1억~1억2000만원 정도면 족하다. 이 정도의 수익을 예상한다면 약 2000평 정도 규모의 대지에 약 1500그루의 묘목을 심으면 된다는게 함 대표의 이론이다. 묘목 한 그루당 한 해에 거둬들이는 수익이 7만원 가량이기 때문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안영준 기자)


투자 비용은 본격적으로 수확하기 전 3년간 약 1억 2000만원 가량이 든다. 본인이 손 대지 않고 다른 사람을 고용해 인건비와 그 밖의 제반 비용을 들여 3년간 묘목을 기를 경우 한 주당 8만원 가량 소모되는 까닭에서다. 물론 농장주 스스로 농사에 참여할 경우 그만큼의 인건비가 감소돼 수익성은 더 높아지게 된다.

또한 함 대표는 “블루베리 묘목은 한 번 심으면 50~70년간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사업성이 높아 본인 세대가 20~30년간 연금처럼 수익을 얻고도 후손에게 남은 20~40년간의 수익을 물려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함 대표의 농장에는 도시 근로자 출신의 예비 귀농자들이 많다. 이들은 이 곳에서 산 교육을 배우고 농사꾼 출신 인부들의 70~80%분 임금을 받는다.

함 대표는 현재 농촌의 도 기술원, 농촌진흥청, 귀농대학 등에서 요청을 받고 강연을 나가기도 한다. 앞으로도 블루베리 농장을 경영하기 원하는 이들에게 지금부터 얼마씩 모아 자본금을 준비할지 등의 구체적인 사항을 알려줄 생각이다. 미래 전원생활의 청사진을 제시해준다니 예비 귀농인들의 귀를 솔깃하게 할 만하다.

백가혜 기자 lita@asiae.co.kr


50플러스  |  econovill@econovill.com  |  승인 2011.06.30  23: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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