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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초 무역업 하다 소 키우는 조영현·이은경 부부

자급자족 상부상조하니 함께 즐겁습니다

길이 3m 4㎝의 악기 알프혼. 조영현(64세) 씨가 지구 상에서 가장 긴 악기 알프혼을 스위스가 아닌 장흥에서 연주하는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건초 무역업을 하다가 소를 키우려고 장흥 시골 살이를 선택했다는 그를 만나러 먼 길을 떠났다. 알프혼과소, 장흥과 요들. 아무리 꿰맞추려 해도 그려지지 않는 그림을 완성해보자.

전남 장흥군 대덕읍 신월리. 조영현·이은경 부부가 지난해 2월부터 살고 있는 터전이다. 서해안 고속도로 끝, 목포에서 구불구불 국도를 따라 1시간을 훌쩍 더 달렸다. 땅끝마을 해남 옆이니 뒤로는 높은 천관산을 엎고 앞으로는 남해가 가까운 곳이다.

마을에서 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아담한 그의 집과 커다란 축사가 보였다. 신나는 요들과 장중한 알프혼 소리가 흘러나왔다. 소를 위한 노래다. 이들 부부는 여기서 누렁이, 한우 20여 마리를 기른다. 배합사료와 볏짚을 먹이지 않고 맛있는(?) 풀을 먹여 키운다.

소를 소답게, 건강하게 키우고 있다는 ‘풀로만 목장’. 모르는 것은 마을 어르신께 배우고 그가 잘 아는 조사료와 선진국 축산업 상식 등은 알려 드리며 재능교류를 시도해보자는 야심 찬 프로젝트다. 조영현 씨의 장흥살이는 분주하다. 장흥군 농업센터에서 조사료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장흥군 물축제 등 지역 행사에 알프혼을 연주하기도 하며,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알프혼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앞마당에 게르를 지어 요들클럽캠프를 여는가 하면 어느 날은 국화주를 담그고 옆집에서 전어 굽는다는 전화 한 통에 오토바이를 몰고 출동한다. 야외테이블에서 부인인, 은경 씨가 직접 구운 빵에 아메리카노를 마시다가도 옆집 어르신이 콩 수확한다는 소식에 콩 다발을 나르는 농사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침에 문을 열면 고구마, 콩, 감 봉지가 놓여 있는 날이 늘어간다. 고되게 일하고 함께 먹으며 어느새 장흥 사람이 되어 가고 있었다.

소도 키우고 알프혼도 연주하는 장흥살이

조영현 씨는 소의 사료를 취급하다가, 자신이 직접 소를 건강하게 키워보고 싶었다. 사료 원료와 조사료를 수입하는 회사를 경영했고, 미국 최대의 건초 수출회사 ‘ACX Pacific Northwest, Inc’의 한국 대리인으로 3년 일했다.

좋은 건초를 수입하기 위해 미국·캐나다를 35회, 중국에는 80번 넘게 다녀왔다. 건초 작황은 물론 소 키우는 법을 유심히 관찰했다. 방목으로 키우는 호주, 목장에서 소를 기르는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후진국 수준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축산농가를 설득해도 고쳐지지 않아 그는 직접 보여주고 싶었다.

농사 부산물인 볏짚 등의 저질조사료나 배합사료가 아니라 소의 사료용 목초로 재배되는 라이그라스와 같은 양질조사료를 먹여 소를 키워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육우인 수소는 부드러운 고기를 많이 만들고 암소는 송아지를 잘 낳는 것이 그가 말하는 건강한 소다.

“소도 사람하고 똑같습니다. 좋은 음식을 먹는 사람이 건강하듯이 좋은 풀을 먹인 소가 건강하거든요. 우리 ‘풀로만 목장’ 소들을 보세요. 빛나는 털빛과 튼실한 근육이 멋지죠? 이놈들은 똥 냄새는 구리지 않고 시큼하고요. 질퍽한 똥이 아니라 주름 잡히는 ‘바나나 똥’을 쌉니다. 사람으로 따지면 비만 같은, 대사성 질병에도 걸리지 않습니다.”

‘소’ 이야기를 꺼내니 그의 눈은 반짝였다. ‘풀로만 목장’의 멋진 소들은 간단한 감기는 동물병원에 가지 않고 스스로 치유한다고. 그의 말처럼 축사에서는 시큼한 냄새가 풍겼다. 도대체 무슨 풀을 먹이는 걸까?

“목초의 여왕이라는 미국 북서부 워싱턴주와 오리건 주에서 나는 PNW 알팔파를 먹입니다. 물론 장흥에서 직접 기른 목초, 라이그라스를 함께 먹입니다. 서늘한 기후에서 자란 PNW 알팔파는 천천히 자라기 때문에 땅속 미량 성분을 충분히 받아들여 영양이 풍부하고 줄기가 굵으면서도 부드럽죠.

보통 알팔파보다 20% 정도 비싸지만, 농가에서 많이 쓰는 티모시 건초보다 2배 많은 영양을 공급하니까 오히려 저렴한 거죠. 가격대비 효율이 높다고 하면 쉬운 말일까요?” 알파파를 직접 먹어본다는 그가 소 키우는 원칙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사육 비용을 낮추는 것. 실제로 그는 송아지 생산 비용을 25~30%가량 절감했다.

양질의 알팔파를 수입하여 먹이면서 동시에 직접 장흥에서 재배한 라이그라스를 먹이기에 가능하다. 양질의 알팔파를 수입해서 판매하는 일을 지금도 소규모로 유지하고 있다.

양질의 알파파와 장흥서 키운 라이그라스 먹는 소

젊은 시절, 등산을 좋아하던 그는 산을 오르는 알피스트(그때는 등산가라 하지 않고 이렇게 불렀단다)라면 산의 노래, 요들을 알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모임에 갔다가 반해서 1970년부터 요들 클럽 활동을 시작했다. 요들과 함께 따라다니는 알프혼 연주도 도전했다. 요들과 알프혼은 스위스 사람들이 소를 키우며 소통하는 수단이다.

험준한 알프스 계곡에서 “요~효” “유~후”라고 소리를 내어 서로 소통했고, 중저음 웅장한 소리를 내는 알프혼도 산에서 마을과 소식하는 수단이었다. 알프혼은 소통의 수단이면서 흩어져 있는 소를 모으고 젖을 짤 때 유량을 풍부하게 해준다. 장흥에서 소를 키우며 알프혼을 연주하는 조영현·이은경 부부가 서울의 평창동 집을 떠난 이유가 이제야 고개 끄덕여진다.

조영현 이은경 부부의 알프혼 연주는 장흥은 물로 스위스까지 이어진다.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지난해 열린 ‘스위스전국요들협회 인터라켄요들페스티벌’에 ‘한국요들협회’ 회원이 공식 초청돼 공연을 펼쳤다. 최근에는 스위스를 방문, 10여 일을 머무르며 ‘국기 돌리기’를 배우고 왔다. 광주 ‘충장로축제’ 무대에 서고, 마량 토요음악회에서도 연주한다.

이들 부부가 장흥과 인연을 맺은 계기는 우연하게 필연으로 다가왔다. 2년 전, 장흥군에서는 편백숲우드랜드 목재문화체험관을 열고 기념행사로 일본 알프혼클럽 회원 4명을 초빙하여 알프혼을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행사를 열었다. 이 때 장흥군은 알프혼 제작을 후원해주었다. 소 5만5000천마리를 기르는 동네이고 한겨울에도 목초가 푸르게 자라는 곳이면서 군청의 후원까지 가능하니 이곳이 제격이다 싶었다.

장흥으로 오기로 한 지 6개월만에 이사 왔다. “소 키우고, 여기저기 지역 행사에 다니느라 농사지을 시간이 없네요. 마을 어르신들이 주는 쌀이나 콩으로 생활하고 있죠. 물론 저희도 빵을 구워서 드리고 원두커피도 드리고 박하 차도 내드립니다.

사먹으려면 너무 비싸거든요. 뭐든지 제철에 거둬서 저장해두는 선조의 삶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는 자급자족, 상부상조하며 장흥 시골살이를 익숙하게 꾸려나가고 있었다. 천관산 문학관 근처에 말을 타는 길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내거나, 마을 영화모임을 준비한다거나, 지역사회에서 도울 일이 있을 때면 좋은 생각을 내고 필요하면 달려간다.

알프혼으로 어울리고 상부상조하는 귀농

조영현 씨가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었던 것은 아내 이은경 씨의 도움이 크다. “장흥에 내려와 소를 키운다니 소똥 냄새와 파리만 떠올라 내려오고 싶지 않았지요. 하지만, 하고 싶은 것은 반드시 이루고 잘하는 사람이라 반대하지 않고 따라 내려왔습니다.

기왕에 내려올 거 반대해봤자 도움될 일이 없잖아요. 직접 소를 키워보니 냄새도 덜 나고 소들이 은근히 귀엽습니다.” 술자리가 아니면 남편과 늘 동행하는 아내는 요들도 알프혼도 함께 부르고 연주하는 든든한 동료다.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박하 차나 원두커피를 준비하고 빵을 굽는 것도 아내의 몫. 아직은 어르신들 눈이 조심스러워 짧은 옷, 화려한 옷을 입기를 조심스러워하는 2년차 시골생활 새내기 주부다. 조영현 씨는 히말라야에 세 번 오르고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할 만큼 운동광. 비누와 샴푸를 쓰지 않고 냉수로 샤워한 지도 오래됐다.

지구를 사랑하고 환경을 보호하려는 마음이 있겠지만, 그는 그냥 남들도 하는데 나는 못하겠느냐고 ‘별난’ 도전정신이라고 말한다. 장흥에서 시작한 그의 60대 인생은 현재 순조롭다. 10년 전부터 이곳에서 살았던 것처럼 익숙하게, 오토바이를 타고 마을을 누비고 트럭을 몰고 덜커덩거리는 산길을 오른다. 건강한 소를 키우는 건강한 부부의 삶이 남쪽 땅, 장흥을 더욱 훈훈하게 하고 있었다.

50+ 성공노트

정착 비용 총 3억 5천만 원. 경량 목조 주택 15평과 밭으로 사용하던 곳을 대지로 조성하는데 5천만 원, 330평의 축사와 건초 창고 짓는데 1억 4천만 원, 축사와 논 2천여 평 사는데 4천5백만원, 암소 12마리 사는데 2천만원, 거세우 4마리 사는데 700만원, 건초 구입비 3천만 원, 지게차와 트럭 경운기 5천만원.

준비기간 귀농 결심하고 6개월 만에 이사. 건초 무역업이라는 해오던 일에 소 키우는 것이 추가된 것이라 특별한 준비 없이 귀농. 2010년 장흥군 전남 목공예 센터에서 일본 알프혼 클럽의 회원과 교류 캠프를 열었고 장흥군에서 알프혼 제작에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듣고 결심. 소도 키우고 취미 생활도 할 수 있기에 장흥을 선택.

준비한 과정 축산 선진국의 축우 사양 방법을 한국식으로 접목할 방법을 연구하여 국내 최고 수준의 축산 컨설팅 전문가와 협의함. 사육 비용을 줄이고 거세우 증체가 훨씬 빠르다는 것을 한우 사육 농가에 보여주여 농가의 호응을 받을 것으로 생각.

성공 노하우 소를 사육하는 기법은 주변의 20~30년 한우를 키운 이들에게 전수받고 조영현 씨가 가진 조사료에 대한 지식을 농가에 보급함으로써 농가들과 쉽게 접근함. 장흥군 농업 기술센터에서 강의를 진행하여 한우 농가들이 농장에 자주 방문하는 계기가 됨. 장흥군의 다양한 축제에 부부가 알프혼을 연주하여 교류가 인적 네트워크 형성이 쉽게 이뤄짐.

50플러스  |  econovill@econovill.com  |  승인 2012.12.10  07: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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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건초, #무역업, #하다, #소, #키우는, #조영현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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