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뉴스를 보는데 야구선수 박찬호가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이 비쳤습니다. 은퇴를 하는 기자회견이었습니다. 그는 농담을 섞어가며 가급적 분위기를 밝게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걸어온 길을 회상할 때는 눈물을 보였습니다. 박찬호는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등을 보이고 눈물을 닦더군요. 그 모습이 보기 싫지 않았지만 박찬호가 등을 돌린 이유는 어디 있었을까요? 그것은 아마 어렸을 때부터 남자는 울어서는 안 된다고 배웠기 때문일 겁니다. 남자아이들은 싸우면서 아파도 울지 않으려고 합니다. 운다는 것은 이미 싸움에서 졌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여자들은 나이가 들며 폐경을 경험하면서 갱년기 증상을 호소합니다. 몸도 여기저기 아프고 감정도 우울해 지는 거지요. 그런데 어느 의학 잡지를 보니 갱년기 증상이 남자가 더 심하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신체증상 뿐만 아니라 다니던 직장을 은퇴하며 느끼는 좌절감이 여자보다 더 심하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남자들은 갱년기 증상을 겪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것은 남자들이 그들의 아픈 감정을 바깥으로 잘 표현하지 않기 때문이랍니다.

 암 전문의사 이병욱 박사는 환자들에게 울어야 산다고 합니다. 가슴속에 맺힌 슬픔과 한을 눈물에 담아 펑펑 쏟아내야 몸 안의 독소를 뽑아 낼 수 있다는 것이지요. 특히 남자가 많이 울어야 한다고 합니다. 흔히 남자들은 자기가 시원찮은 사람으로 보일까봐 눈물을 참으며 경계했고 가벼운 사람으로 보일까봐 눈물을 참으며 태연한 척 했습니다. 눈물로 말할 수 있는 것을 가슴에 고이 담아두면서 마음이 병들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독소가 쌓이면서 심해지면 암으로 나타나기도 한답니다.

 눈물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자신의 속마음을 속이고 감춘 데서 시작된 마음과 육신의 병을 눈물을 흘림으로써 고칠 수 있다는 겁니다. 마음껏 울고 나면 긴장이 풀리고 몸이 따뜻해집니다. 눈물은 단단히 꼬여 있는 마음과 응어리 진 감정을 풀어내는 신비한 작용을 합니다. 어른들의 우는 행동을 연구한 어느 학자는 자주 울고 눈물에 대해 긍정적인 자세를 가진 사람들이 아예 울지 않거나 눈물을 멸시하는 사람보다 정서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건강하다는 사실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눈물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면 하루에 평균 0.5~0.8g 정도 흘리는데 98%가 물이고 나머지는 단백질, 전해질 등으로 구성된 약 알카리성 용액이라고 합니다. 눈물은 항균작용을 하기 때문에 눈에 이물질이 있거나 염증이 있으면 더 많은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또한 혈액공급이 안 되는 안구 각막에 산소와 영양소를 전달하는 아주 중요한 물질이라고 하는군요.

한편 눈물은 미생물을 방어하여 몸을 보호해 줄 뿐 아니라 우리의 감정을 반영하고 정화해 주는 커다란 기능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눈물은 신이 인간에게 주신 선물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므로 남자는 울면 안 된다고 하지만 가끔 우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기자회견을 하며 눈물을 흘리는 박찬호 선수의 모습을 보며 그의 어깨를 안아주고 싶은 생각이 났습니다.

백만기 eggtree@daum.net50bbf60c22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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