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 COMPANY > 창업
[50+]50대 청년의 '3초 스카프' 도전기

손민정 대표의 손아트 사무실에는 곳곳에 한글 디자인이 빼곡하다. 값비싸 보이는 스카프에 은은한 색상과 고급스러운 한글 디자인이 채워져 있다면 편한 느낌의 면 손수건에는 발랄한 색상의 한글 디자인이 조각보처럼 보이기도 하고 추상주의 회화 같기도 하다. 형형색색으로 다양한 우산에도 그래픽 디자인처럼 한글이 얹혀 있는데 잘 살펴보면 그 내용이 유명한 시나 노래다. 바로 손민정 대표가 직접 디자인한 손아트의 대표 상품들이다.

디자인의 수준으로 봤을 때는 다년의 경력을 갖춘 중견 업체의 제품 같지만, 그렇지 않다. 손민정 대표가 한글 디자인 제품을 내놓은 것은 대학을 졸업한 2010년 이후다. 어라 그러면 청년 벤처 업체의 제품일까? 하지만 손 대표의 나이는 이미 50이 넘었다. 원래는 84학번으로 홍익대학교에 합격했지만,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했다. 이런저런 직장 생활과 창업으로 금세 시간이 흘렀다. 2000년 초에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쇼핑몰을 시작했다. 천연 화장품과 비누 등 다양한 제품을 직접 만들어 팔았다. 손재주가 좋아 그럭저럭 쇼핑몰 운영은 나쁘지 않았다. 나름 안정권에 들어설 것이라는 안도감이 들 때쯤 갑자기 매출이 뚝 떨어졌다. 중국의 저렴한 상품들이 물밀 듯이 들어와 수제 제품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씁쓸한 기억이지만, 돌아보면 약이 될 일이었다.

“결국, 가격이 문제더라고요. 중국 제품이 질은 조금 떨어지지만, 워낙 저렴하다 보니 경쟁이 될 수 없었어요. 물건을 팔려면 중국 제품처럼 아예 가격이 저렴하거나 고급화에 성공해서 비싼 제품을 팔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깨달았어요. 사업을 정리하고 나서 다른 사람이 흉내 낼 수 없으면서도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을 찾다가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중년에 돌아간 학교, 운명처럼 만난 한글

손 대표는 2006년도 홍익대학교에 재입학하면서 다시 디자인 공부를 시작했다. 컴퓨터 사용이 능숙하고 젊은 감각이 넘치는 동급생들을 보면서 주눅이 들기도 했다. 그러다가 디자인론 수업 과제로 ‘한글을 적용한 작품 사례 연구’를 수행하면서 한글을 만났다. 과제를 진행하면서 손은 느려도 젊은 친구들과 제대로 경쟁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다. 한글과 세종대왕에 관한 공부에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어떨 때는 가슴이 벅차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였다. 알면 알수록 한글이 얼마나 뛰어난 문자인지 새삼스러웠다.

손대표는 한글 과제를 마치고 난 후부터 모든 학교 수업에서 진행하는 모든 작업에 한글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교수님들의 도움도 컸는데 손대표는 점점 디자인이나 컨셉을 발전시켜 한글 디자인 제품으로 졸업작품까지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손 대표는 외국인들이 한글의 우수성을 높게 평가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한글로 디자인된 제품을 만들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도 판로를 개척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얻었다.

곧바로 제품화에 착수한 것이 우산, 스카프, 조각보 등이었다. 한국의 미를 작품화하고자 졸업을 미루고 동양화를 복수 전공했다. 좀 더 고급스러운 제품을 생산하는 것과 더불어 그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1년간 공모전도 준비했다. 그 결과 손 대표가 한글 디자인을 입힌 제품이 세종대왕기념사업회가 주최한 한글문화상품공모전에서 세종대왕상을, 세계여성발명대외에서는 금상을 각각 받았다.

손아트의 제품에는 다양한 문구들이 현대적인 한글 디자인으로 여러 상품에 덧입혀져 있다. ‘ㅇ, ㅁ, ㅅ’을 상징하는 동그라미, 네모, 세모를 기하학적 무늬로 새긴 제품이 있는가 하면 ‘사랑해요’ ‘고마워요’ ‘꽃보다 아름다워’ 등 잔잔한 문구부터 2ne1의 ‘내가 제일 잘 나가’ 같은 유행가요의 가사를 넣은 제품도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새긴 우산도 있다.

수많은 시행착오, 고정관념 돌파도 어려워

디자인과 한글에 대한 애정이 큰 만큼 욕심도 크다. 손 대표는 한글 디자인 제품들의 품질을 최대한으로 높여 고가 시장을 개척하려고 한다. 그간 만만치 않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시제품을 만들기 위해 적합한 제조업체를 찾고, 가격과 수량을 협상하고, 요구사항을 관찰시키면서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얼핏 쉬운 일처럼 보이지만, 간단한 작업에서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기본적인 재단 작업을 주문했는데 성의 없이 작업한 제품이 오기도 하고 애초 색상을 잘못 선정해 기대한 것과는 영 딴판의 제품을 받아보기도 했다. 금전적인 손해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포기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때마다 배운다고 생각했다.

처음 사람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지만, 막상 매출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한글을 디자인으로 접근해 제품화한 것에는 모두 긍정적이지만 막상 제품으로 구입할 때에는 한글 제품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손 대표는 아직 외국인 선물로만 생각하는 국내 시장의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제품을 처음 보는 사람들도 한글 디자인을 매우 만족스러워해요. 익숙하던 한글이 이런 모습으로 제품에 디자인된다는 것이 신선하게 느껴진다며 감탄사를 연발하기도 해요. 그런데 막상 본인이 산다고 생각하면 멈칫하는 거에요. 외국인 선물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데 자신이 쓸 만큼 매력적이지는 못하다는 겁니다.”

그녀는 우리가 한글에 대해 무지하고 이를 자랑스러워 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세종대왕 생가가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 대단히 잘 꾸며져 있을 것 같죠? 그렇지가 않아요. 통인동에 있는 세종대왕 생가는 터만 덩그러니 남아있어요. 이게 우리의 것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입니다. 저는 이러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종대왕처럼 역사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인물이 지금과 같은 무관심 속에 있다는 것도 너무 아쉽고요. 제가 손아트를 통해 성공한다면 세종대왕 생가를 복원하고 그 업적과 더불어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힘을 보탤 거에요.”

끈기와 열정 못지않게 중요한 국가지원 활용

한글에 대한 애정을 말하는 손 대표에게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이 느껴진다. 아마도 손 대표가 중년의 나이에 학교로 돌아가 젊은이들과 함께하면서 일깨운 새로운 자산일 것이다. 아니면 이러한 열정이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이유일 수도 있겠다. 여하튼 손 대표는 여느 어린 동급생들보다 훨씬 더 진지하고 끈기 있게 공부에 전념해 20대와 경쟁해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시각디자인 컴퓨터 프로그램을 배우던 학기 초에 손이 보이지 않는 것 같던 동급생들을 부러워했지만, 막상 학기가 끝날 때에는 그들과 비슷한 수준에 올라 있었다.

“미리 겁먹을 필요가 없어요. 젊은 감각이나 속도를 따라가기는 힘들죠. 그래도 경험이 있고 연륜이란 게 있잖아요. 조금만 더 여유를 갖고 끈기 있게 노력한다면 그들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부분에서는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해 개발 자금이나 컨설팅을 지원받았다. 손 대표는 창업에 나서는 사람이라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이런 도움을 적극 활용하라고 충고한다.

“정부가 여러 기관을 통해 창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개발비용을 지원하기도 하고 컨설팅이나 기타 인프라를 지원하기도 해요. 저는 사업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마포시니어즈플라자에 입주해 사무실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어요. 그 밖에도 사업화 전략에 관해 비즈플라자의 멘토링 서비스(경영관리, 마케팅, 판로 등 자문)를 받아 좀 더 수준 높은 전략을 세우고 실천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것들을 최대한 활용하면 좀 더 수월하게 창업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막상 자금도 부족하고 노하우나 관련 정보가 부족해서 혼자 끙끙 앓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수록 정부의 창업 지원 활동을 유심히 살펴야 해요. 여러 부담을 상당히 줄일 수 있습니다.”

대중화와 더불어 고급화 추진할 예정

벌써 성과가 만만치 않다. 공항 면세점, 인사동 관광상점, 국립박물관 기념품점 등에서 제품 문의가 들어와 고가의 가격으로 전시, 판매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한류의 영향으로 연예기획사에서 특별히 제품을 주문하기도 했다. SM엔터테인먼트와 거래를 시작했고 이제는 YG엔터테인먼트를 노리고 있다.

현재 손대표는 제품의 질을 높이는 작업과 더불어 디자인의 적용범위를 넓혀 시장성을 모색하고 있다. 스카프를 고급 제품으로 소량 생산하면서 손수건이나 가방, 우산 등을 일반적인 제품으로 내놓고 좀 더 다양한 방식에 응용될 수 있도록 원단지를 만들어 원하는 사람이 손 대표의 한글 디자인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한글 디자인을 보다 보편화시키면서 한편으로는 손아트의 제품을 스카프와 가방에 집중시키려는 계획도 있다.

“좀 더 고부가가치의 제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했어요. 애초에 학교로 돌아간 것도 좀 더 제대로 기술을 갖추자는 것이었던 만큼 완성도가 높고 사람들이 인정할 수 있는 고급 제품 쪽으로 사업 방향을 서서히 움직이려고 해요. 일단 다른 모든 분야를 챙기기에는 체력의 한계도 있고요. 스카프나 가방을 해외 명품 제품처럼 고급화해서 세계 누구나 알아보고 인정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 계획이에요. 한 때 해외 모브랜드의 가방이 길을 걸으면 3초에 한 번씩 마주칠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해서 ‘3초 백(Bag)’으로 불렸는데요. 손아트의 한글 디자인 상품을 ‘3초 스카프’ ‘3초 가방’으로 만들고 말 거에요”

50+ 성공노트

자본금: 약 1억원(주로 샘플 제품을 만드는 비용으로 소요)

준비기간 및 과정:

  1. 좀 더 경쟁력 있는 기술력을 갖추기 위해 1984년 합격했다가 1학기만에 휴학했던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에 재입학했다.
  2. 한글 디자인 제품으로 창업을 마음먹고 디자인 기술에 좀 더 원숙함을 더하기 위해 동양화 과정을 복수전공 했다.
  3. 사업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는 마포시니어즈플라자에 입주해 사업장을 확보하는 한편, 사업화 전략에 관해 비즈플라자의 멘토링 서비스(경영관리, 마케팅, 판로 등 자문)를 십분 활용했다.
성공노하우:
  1. 자신의 재능을 파악하고 이에 과감하게 재투자하는 용기와 젊은이들과의 경쟁을 불사하는 적극성.
  2.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
zp8497586rq

econovill  |  econo@econovill.com  |  승인 2013.02.27  17:56:57
econovill의 다른기사 보기

[태그]

#3초 가방, #마포시니어즈플라자, #한글디자인 손수건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여백
여백
전문가 칼럼
동영상
PREV NEXT
여백
포토뉴스
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