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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회사원에서 전통염색 연구가로 변신한 이병찬씨

“우리 쪽, 지치, 진달래...전통염색으로 행복한 인생 2막 열다 ”

회사원이었던 이병찬(82) 씨는 30여년 다니던 직장생활을 접고 전통염색 연구가로 인생 후반전을 열었다. 나이 50이 넘어 시작한 데다 당시 국내에선 전통염색 전문가를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에 식물염색 분야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두 세 배의 노력을 기울이며 고군분투했다. 그 결과 우리 색을 재현하는 데 성공, 국내외 널리 알리며 전통염색 연구가로서 우뚝 섰다.

ⓒ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쪽, 지치, 진달래, 상수리, 황벽 등 우리나라의 천연 식물들에서 뽑아낸 색소로 모시 10필·명주 10필에 50여 가지의 물을 들였다. 1990년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에서 980여점의 응모작 가운데 대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한 작품 ‘천연염색 실’ 얘기다. 당시 평단은 “옛 문헌에 남은 전통염법을 들춰가며 공들여 되살려낸 색상들은 한국인의 미감을 간직해온 바로 그 빛깔들이다” “서구의 화학염료에 밀려 기능이 끊겨버릴 위기에 놓인 전통염색을 재현해냈다”고 평가했다.

이 작품을 탄생시킨 사람은 전통염색(식물염색) 연구가 이병찬(82)씨다. 큰 상을 받게 된 이 ‘사건’으로 인해 그는 50대에 달라진 인생 2막을 맞이했다. 그로부터 또 30년이 지난 2013년 현재,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은발머리의 이 여인은 외모에서 묻어나듯 염색연구 베테랑이 됐다. 그는 천연 식물에서 염료를 추출, 실이나 옷감 등에 빛깔을 옮겨 담는 작업을 한다.  전직은 회사원. 도대체 연세 지긋한 분이 한 번도 접한 적 없는 염색 분야에 어떻게 뛰어들게 됐을까.

만만히 보고 섣불리 시작한 도전

이 씨가 전통염색과 인연을 맺은 건 독일계 회사·일본항공에서 근무하던 1970년대 말. 외국계 직장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도자기, 민화 등 ‘우리 것’에 유독 관심이 많았다. 특히 고미술에 관심을 기울이며 틈틈이 전통 매듭을 하던 중 실 빛깔에 흥미를 갖게 됐고 자연스레 식물염색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식물염색은 화학염료와 달리 은은하고 부드러운 색상을 내 온화한 느낌이 들더군요. 색감도 탁월하고요. 그 자연스럽고 신비로운 분위기에 끌렸습니다.” 그리고 어느 덧 맞게 된 퇴직의 순간. 30여년 직장생활을 갈무리하고 은퇴 후 새롭게 무얼 해볼까 고민하다가 결정한 것이 전통염색이었다. 그의 나이 53세 때였다.

“전통염색이요? 쉬울 것 같았어요. 2~3년 정도 배우면 쉽게 돈 벌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하지만 너무 만만하게 본 게 큰 실수였다. 당시 인공염료가 범람하면서 식물염색은 전통이 끊어지다시피 했고, 있다고 해도 일본산 뿐이었다. 국내에 식물염색 전문가도 전무했다. 배우려 해도 가르치는 데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일본에 건너가 5개월간 식물염색의 기초를 배우고 돌아오긴 했지만 이론 체계도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아 결국 독학으로 우리 염색을 연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후 10여년간 오로지 자신과 싸우는 외로운 작업을 이어가게 된다.

식물과 염색법 찾아 전국 방방곡곡

ⓒ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식물염색을 하려면 우선 염료가 되는 식물에 대해 알아야 했다. 전국의 산천을 돌아다니며 꽃, 나무에서 채취한 염료를 모았다. 식물원을 찾아다니고 학자들을 만났다. <규합총서> <임원경제지> 등의 문헌에 기록된 염료 식물과 염색 방법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다. 이렇게 수집한 염료 식물을 직접 기르고 수확해 염색하면서 그 과정을 기록, 이를 바탕으로 또 다른 염색 방법을 창출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자택은 곧 연구실 겸 작업실이었다. 식물을 삶아서 우려낸 물로 천을 염색하고 백반으로 염착해 말리는 것이 천연염색의 공정. 여러 가지 약품 처리가 된 수돗물을 정수하는 기기와 세탁기 등을 다용도실에 설비해 놓아 따로 공방이 없어도 염색 실험을 진행하기 수월했다.

실험은 한 번 시작하면 일주일 가까이 계속됐다. 원하는 색을 얻는 염료를 구하는 건 기약이 없는 일이었다. “초록색은 쪽물을 들인 후 노란색을 입히거나 노란 물을 들인 데다 쪽물을 가미해야 나오는 색상이에요. 초록색에도 연두색, 옅은 초록, 짙은 초록 등 여러 가지가 있잖아요. 오늘 염색한 색을 보고 내가 생각했던 색상이 나올 때까지 다듬고 또 다듬기를 반복해야  실험이 끝났답니다.”

아침에 염색한 색깔이 저녁이 되면 변해버리니 인내심을 가져야 제대로 된 색을 구현할 수 있었다. 얼마나 염색에 몰두했는지는 그만이 알아볼 수 있는 수많은 ‘염색노트’가 오랜 노력의 결실을 말해준다.

ⓒ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천연염색 실’ 출품…전승공예대전 대통령상 수상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염색 연구는 녹록치 않았다. 10년이 넘도록 예술계에선 그의 작품을 알아주지 않았다. 처음으로 포기를 떠올렸다. “여기까지가 끝인가. 이제 그만 접어야 하나 생각하던 차, 전통공예관 관장이 색이 예쁘니까 공예대회에 한 번 작품을 출품해보면 어떻겠냐고 하더군요. 입선은 할 거라고 말이죠.”

아무 생각 없이 출품했던 ‘천연염색 실’이란 작품.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게 덜커덕 대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한 것이었다. “어안이 벙벙했어요. 주변에서도 모두 놀랐어요. 이제야 나를 알아주는구나. 큰 상을 탔으니 이 상에 대한 의무가 생기더라고요. 내 남은 인생은 염색에 걸어야겠구나 했죠.”

1990년대부터 그의 전통염색 연구는 더욱 본격적으로 접어들었다. 마침내 이 씨의 노력도 서서히 빛을 발했다. 식물염색에 대해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인식도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 이후 그는 국제학술대회에서 논문 발표를 통한 활동을 펼쳤다. 국립중앙박물관, 단국대 등 박물관과 대학에서 그를 불러줘 제자도 가르치게 됐다.

우리 색 대중화에 앞장서고파

ⓒ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이 씨가 염색한 비단. 합성염색과 달리 색이 탁하지 않고 선명하며, 부드러운 빛이 감돈다. 하지만 식물염색은 쉽게 변색·퇴색되니 이를 상품으로 어떻게 판매하겠나 싶단다. 그런 이유로 작품의 가격대는 일부러 책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강의료와 전통염색 등 관련 분야 학술논문 일본어 번역료를 수입으로 잡고 있다.

“돈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에요. 그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가치 있는 일에 인생의 시간을 쏟을 수 있다는 게 행복할 뿐입니다.” 전통염색에 매달려온 지 30여년. 그는 “우리 색을 재현해 보겠다는 마음 하나로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주위 분들이 도와준 덕”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어쩌면 독신이라 연구에 더 몰두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색이란 게 묘해서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 같아요. 염색할 때의 내 심성이나 손놀림, 여러 가지 여건에 의해 염색된 결과물이 색상에 나타나죠.”

이 씨는 올해 초 건강이 안 좋아져 어려움을 겪었으나 최근 호전돼 다시 염색 연구에 열정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는 염색 연구노트 정리에 주력할 생각이다. 나중에 한 데 묶어 전통염색을 배우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다.

이 씨는 지난 10일부터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한 작품과 자료 221점을 정리한 기증특별전 ‘자연을 물들이다’를 열고 있다. 칠보 노리개와 능화문 서첩, 한지 부채와 두루주머니…. 그는 “단절되고 쇠퇴된 것으로 평가받는 우리 염색이지만 노력만 하면 되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시를 통해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바라는 것은 ‘우리 색의 대중화’다. 생활문화 전반에 한국의 전통 색이 스며들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가 이 땅에서 자란 식물로 빚은, 우리 산천이 선사한 색의 감동은 앞으로도 끝이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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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성공노트

자본금

자택을 연구실 겸 작업실로 활용해 따로 공방을 마련하는 등 자금 투입이 필요치 않았음. 염색하는 데 필요한 염색 도구, 정수기, 세탁기 정도만 구비하면 식물을 삶아서 우려낸 물로 천을 염색하고 백반으로 염착해 말리는 천연염색의 공정이 가능함. 생활비는 직장생활 동안 모아 놓은 돈과 염색 강의료, 학술논문 번역료 등으로 충당함.

준비기간 및 과정

거의 독학으로 10년여 간 공부하며 염색법을 연마함. 지금은 염색공방에서 배울 수 있음. 전국의 산천을 돌아다니며 꽃, 나무에서 채취한 염료를 모으고 재배하며 직접 지식과 기술을 습득함.

성공노하우 cell phone spyware 끊임없이 주변의 염색 관련 모든 것을 관찰하고 연구해 노트에 체계적으로 정리함. 이를 토대로 차별화된 염색 작품을 제작해 경쟁력을 높임. 원하는 색을 얻기 위해 일주일 가까이 작업을 반복해야 하는 ‘정성과 시간의 예술’인 만큼 자기와의 싸움을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는 고도의 인내심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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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vill  |  econo@econovill.com  |  승인 2013.04.26  15:3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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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염색, #염색, #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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