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경·유정순’ 부부, 인생 2막도 농촌에 살어리랏다

이웃사촌으로부터 “영농인에게 딱 맞은 노후자금 마련방법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바로 ‘농지연금’. 유정순 씨는 그 길로 한국농어촌공사 수원화성지사를 찾았다. 그리고 총 8128m²(약 2458평)의 농지를 담보로 연금을 받기로 했다. 김완경·유정순 부부의 통장에 올 5월부터 128만원이 꼬박꼬박 찍히는 이유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그악스럽게도 살았다. 3남매 중 맏이인 유정순 씨(68세). 젊은 시절을 돌이켜 보면 그렇다. 충청도가 고향인 유 씨는 15살 되던 해 상경했다. 혈혈단신이었다. 연고도 없는 곳에 무작정 올라와 둥지를 틀었다. 1만원짜리 셋방을 잡고, 간장공장에 취직했다. 매달 벌어들인 돈은 고향 충청도로 보냈다. 동생 둘과 홀어머니를 위한 생활비조였다. 벌써 50년도 넘은 일이다.

그맘때 김완경 씨(70세)는 화성에서 농사일 배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6형제 중 맏형인 김 씨 또한, 자신보다는 동생들이 우선이었다. “그 시절에 공부를 할 수가 있나. 배운 게 농사일이지. 죽 쒀서는 형제들 챙기기 바빴어요.” 이런 유 씨와 김 씨가 만났다. 그리고 1971년 어느 날 결혼했다. 부부는 화성시 우정읍에 신혼살림을 차렸고, 이 동네서 지금껏 살고 있다.

결혼해서도 서로 시댁, 처가댁 챙기기에 바빴다. 그러다 4남매를 낳았다. 아들 둘, 딸 둘이었다. “원래는 집이 요 언덕 밑이었어요. 은행나무 있던 집에서 살다가, 가족이 많아지니까 집을 새로 지었지. 벌써 이 집도 20년이 넘었네요.” 단층으로 지으려다 창고를 만들어야겠다 싶어서 한 층 더 올렸다. 여기서 많게는 11명까지 살았다. “북적북적했었지. 아침 먹을라치면 아주 시끌벅적했었어요. 손주 녀석 도시락도 챙겨줘야 하고....” 시부모님이 돌아가시고, 4남매는 출가하고 나니 한두 해 전부터는 달랑 김 씨 부부만 남았다.

둘만의 삶을 생각하게 된 건 그때부터였다. 그런데 막막했다. 그저 ‘퍼주기’ 바빴던 부부였기에, 정작 자신들의 노후는 준비할 줄 몰랐다. 게다가 어느 정도 대출금도 남아 있던 터라 ‘노후 즐기기’는 먼 나라 얘기 같았다.

“농사짓는 사람들한테 땅은 가진 것 전부거든. 잃으면 안 된다고. 이렇게 애지중지하는 땅을 오죽하면 팔려고 했겠어요. 여윳돈이 필요하니까. 근데 땅을 안 팔아도 매달 나오는 연금이 있다더라고. 괜찮겠다 싶었어요.”

유 씨는 “작년인가 옆집에 김장 도우러 갔는데, 안주인이 “아들내미가 ‘농지연금’을 들어줬다고 하더라”면서 “얘길 들어보니, 우리처럼 농사일만 하던 부부에게 딱이더라”고 했다. 담보로 낸 땅에 계속해서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그 길로 한국농어촌공사 수원화성지사를 찾았고, 상담을 받았다. 김 씨 부부는 총 약 1만5000m²(약 4500평) 크기의 밭을 소유하고 있다. 이 중 8128m²(약 2458평)을 담보로 내놨다. 나머지는 자식들에게 물려줄 생각에서다. 농지가격은 면적(m²)당 3만3000원으로 계산해 총 2억6822만4000원으로 평가받았다. 이에 따라 매달 128만원 정도를 연금으로 받게 됐다.

연금을 받고 부부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달라진 거요? 연금 받고부터는 대출 원리금 상환하는 데 부담을 많이 덜었지. 내년께 대출금 상환이 다 끝날 것 같은데, 그때 되면 본격적으로 노후를 즐길 거야.” 김 씨 부부가 말하는 ‘즐긴다’라는 건, 거창한 게 아니다.

산을 좋아한다는 유 씨는 먼 데가 아니더라도, 금강산 혹은 백두산 구경은 꼭 한번 해보고 싶다고 했다. 동네서 가수 뺨치게 노래를 잘한다고 소문난 김 씨는 “원 없이 노래를 들으며 따라 부르기만 해도 좋겠다”고 했다.

“노후라는 게 별거 있나요. 쉬엄쉬엄 농사짓다가 얼마라도 모아서 가까운데 여행하는 게지. 지금은 빚 갚아나가는 재미도 쏠쏠해요. 대출금 다 상환하면, 적은 금액이라도 적금 하나 들라고.” 김 씨는 “이 사람이 어렸을 때부터 객지생활을 해서 그런지 재테크에는 도가 텄다”며 웃었다.

김 씨 부부는 농지연금에 대해 “농민들에게는 땅이 전 재산이므로 이들에게 땅을 판다는 건, 단순히 매매 그 이상을 의미한다”면서 “가지고 있는 땅에 계속 농사를 지으면서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언급했다.

김완경·유정순 부부의 노후생활비

김완경(70세)·유정순(68세) 부부는 지난 5월부터 연금을 수령하고 있다. 김 씨 부부가 든 연금은 15년짜리 기간형이다. 영농 경력은 22년이다. 총 약 1만5000m²(약 4500평) 크기의 밭을 소유하고 있다. 벼농사를 중심으로, 때때로 계절 채소도 경작한다. 이 중 담보로 내 놓은 농지는 8128m²(약 2458평). 농지가격은 면적(m²)당 3만3000원으로, 총 2억6822만4000원으로 평가받았다. 이에 따라 이들 부부가 매달 수령하는 금액은 128만원 정도.

월지급액 외에도 담보로 내 놓은 밭에서 짓는 벼농사 등 농가 소득도 있다. 현재까지 연금 및 기타 수익은 대출 원리금 상환에 주로 쓰고 있으며, 내년께 대출금 상환이 모두 끝나면 본격적인 노후를 즐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