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경·유정순’ 부부, 인생 2막도 농촌에 살어리랏다
이웃사촌으로부터 “영농인에게 딱 맞은 노후자금 마련방법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바로 ‘농지연금’. 유정순 씨는 그 길로 한국농어촌공사 수원화성지사를 찾았다. 그리고 총 8128m²(약 2458평)의 농지를 담보로 연금을 받기로 했다. 김완경·유정순 부부의 통장에 올 5월부터 128만원이 꼬박꼬박 찍히는 이유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그맘때 김완경 씨(70세)는 화성에서 농사일 배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6형제 중 맏형인 김 씨 또한, 자신보다는 동생들이 우선이었다. “그 시절에 공부를 할 수가 있나. 배운 게 농사일이지. 죽 쒀서는 형제들 챙기기 바빴어요.” 이런 유 씨와 김 씨가 만났다. 그리고 1971년 어느 날 결혼했다. 부부는 화성시 우정읍에 신혼살림을 차렸고, 이 동네서 지금껏 살고 있다.
결혼해서도 서로 시댁, 처가댁 챙기기에 바빴다. 그러다 4남매를 낳았다. 아들 둘, 딸 둘이었다. “원래는 집이 요 언덕 밑이었어요. 은행나무 있던 집에서 살다가, 가족이 많아지니까 집을 새로 지었지. 벌써 이 집도 20년이 넘었네요.” 단층으로 지으려다 창고를 만들어야겠다 싶어서 한 층 더 올렸다. 여기서 많게는 11명까지 살았다. “북적북적했었지. 아침 먹을라치면 아주 시끌벅적했었어요. 손주 녀석 도시락도 챙겨줘야 하고....” 시부모님이 돌아가시고, 4남매는 출가하고 나니 한두 해 전부터는 달랑 김 씨 부부만 남았다.
둘만의 삶을 생각하게 된 건 그때부터였다. 그런데 막막했다. 그저 ‘퍼주기’ 바빴던 부부였기에, 정작 자신들의 노후는 준비할 줄 몰랐다. 게다가 어느 정도 대출금도 남아 있던 터라 ‘노후 즐기기’는 먼 나라 얘기 같았다.
“농사짓는 사람들한테 땅은 가진 것 전부거든. 잃으면 안 된다고. 이렇게 애지중지하는 땅을 오죽하면 팔려고 했겠어요. 여윳돈이 필요하니까. 근데 땅을 안 팔아도 매달 나오는 연금이 있다더라고. 괜찮겠다 싶었어요.”
유 씨는 “작년인가 옆집에 김장 도우러 갔는데, 안주인이 “아들내미가 ‘농지연금’을 들어줬다고 하더라”면서 “얘길 들어보니, 우리처럼 농사일만 하던 부부에게 딱이더라”고 했다. 담보로 낸 땅에 계속해서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그 길로 한국농어촌공사 수원화성지사를 찾았고, 상담을 받았다. 김 씨 부부는 총 약 1만5000m²(약 4500평) 크기의 밭을 소유하고 있다. 이 중 8128m²(약 2458평)을 담보로 내놨다. 나머지는 자식들에게 물려줄 생각에서다. 농지가격은 면적(m²)당 3만3000원으로 계산해 총 2억6822만4000원으로 평가받았다. 이에 따라 매달 128만원 정도를 연금으로 받게 됐다.
연금을 받고 부부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달라진 거요? 연금 받고부터는 대출 원리금 상환하는 데 부담을 많이 덜었지. 내년께 대출금 상환이 다 끝날 것 같은데, 그때 되면 본격적으로 노후를 즐길 거야.” 김 씨 부부가 말하는 ‘즐긴다’라는 건, 거창한 게 아니다.
산을 좋아한다는 유 씨는 먼 데가 아니더라도, 금강산 혹은 백두산 구경은 꼭 한번 해보고 싶다고 했다. 동네서 가수 뺨치게 노래를 잘한다고 소문난 김 씨는 “원 없이 노래를 들으며 따라 부르기만 해도 좋겠다”고 했다.
“노후라는 게 별거 있나요. 쉬엄쉬엄 농사짓다가 얼마라도 모아서 가까운데 여행하는 게지. 지금은 빚 갚아나가는 재미도 쏠쏠해요. 대출금 다 상환하면, 적은 금액이라도 적금 하나 들라고.” 김 씨는 “이 사람이 어렸을 때부터 객지생활을 해서 그런지 재테크에는 도가 텄다”며 웃었다.
김 씨 부부는 농지연금에 대해 “농민들에게는 땅이 전 재산이므로 이들에게 땅을 판다는 건, 단순히 매매 그 이상을 의미한다”면서 “가지고 있는 땅에 계속 농사를 지으면서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언급했다.
김완경·유정순 부부의 노후생활비
김완경(70세)·유정순(68세) 부부는 지난 5월부터 연금을 수령하고 있다. 김 씨 부부가 든 연금은 15년짜리 기간형이다. 영농 경력은 22년이다. 총 약 1만5000m²(약 4500평) 크기의 밭을 소유하고 있다. 벼농사를 중심으로, 때때로 계절 채소도 경작한다. 이 중 담보로 내 놓은 농지는 8128m²(약 2458평). 농지가격은 면적(m²)당 3만3000원으로, 총 2억6822만4000원으로 평가받았다. 이에 따라 이들 부부가 매달 수령하는 금액은 128만원 정도.
월지급액 외에도 담보로 내 놓은 밭에서 짓는 벼농사 등 농가 소득도 있다. 현재까지 연금 및 기타 수익은 대출 원리금 상환에 주로 쓰고 있으며, 내년께 대출금 상환이 모두 끝나면 본격적인 노후를 즐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