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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연금으로 남편 살리고 땅도 지켰다

경기도 이천 대대리의 최의만-박길자씨 부부가 농지 앞에서 농지연금 통장을 들어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박재성 기자]
엎친 데 덮친 격이랄까. 올해 초 실직으로 생긴 울화병 때문에 급기야 뇌졸중이 발병했다. 동네 병원을 전전하다 서울 큰 병원에 와서는 간암 증세가 있다는 진단까지 받았다. 눈앞이 캄캄했다. 그래도 살기 위해 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다. 수술비는 다행스럽게도 부인이 틈틈이 불입해 놓은 적금과 보험금으로 겨우 해결했지만 치료비와 생계비 마련은 아직도 막막할 뿐이다. 도시로 나가 자기 식솔 부양하기에도 바쁜 자식들에게 손내밀 엄두도 나지 않는다. 조상들이 물려준 농지 일부외에는 아무런 기댈 곳이 없었다. 한숨과 눈물이 겹쳤다. 자식과 동네사람들은 땅을 팔라고 권유했지만 땅 재산만은 지키고 싶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이런 절박한 시점에 한 줄기 구원의 빛이 찾아들었다. 바로 농어촌공사의 ‘농지연금’이었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와 현대엘리베이터 공장과 직원 아파트를 지나는 뒷길로 승용차로 5분 남짓 달리면 농지와 비닐하우스가 널려 있는 농촌이 눈에 들어온다. 대월면 대대리로 불리는 이 마을에 아담한 양옥 한 채에서 오붓하게 살고 있는 최의만(73세), 박길자(76세) 부부는 이런 우여곡절 끝에 농지연금을 만나게 됐다.

할아버지 대부터 ‘대대리 토박이’로 살아온 남편 최 씨는 실직과 와병으로 불행을 겪었지만 대구 출신인 부인의 현명한 선택으로 지난 6월부터 소유농지 2필지(2500평)를 담보로 월 146만원의 농지연금을 받으며 편안히 생활하고 있다. 아직 몸이 완쾌되지 않았지만 농지연금에 가입하고 4개월가량 지난 지금 종종 바깥나들이를 할 정도로 많이 호전됐다.

남편의 소개로 농지연금의 존재를 알았던 부인 박 씨는 땅을 팔지 않고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 당장 농어촌공사 여주이천지사에 전화를 걸어 가입 상담을 서너 차례 받았다.

“돈 한 푼 나올 데도 없고 자식들도 자기 살기 바쁜데 어짭니까, 당분간 땅을 돌려서 생활비를 타먹자고 남편을 설득해 농지연금에 가입했던 거 아입니꺼.”

농어촌공사로부터 농지 평가액을 공시지가 기준 2억원으로 판정받은 뒤 부부는 농지연금 ‘기간형 10년제 상품’에 가입했다.

남편 최 씨는 17년 전 첫째 부인과 사별한 뒤 농사를 그만두고, 다른 사람에게 논을 부치게 했다. 그 즈음 박길자 씨를 부인으로 맞은 최 씨는 인근 아파트의 관리인으로 취직했다. 아파트 경비 일로 월 110만원을 받으며 새 부인과 착실하게 지내던 최 씨에게 올해 초 실직이라는 날벼락이 떨어졌다.

‘나보다 못한 사람을 앉히려고 내쫓았나’라는 생각에 화병이 났고, 평소 내성적이던 최 씨에게 그만 뇌졸중이 덮쳤다. 게다가 서울 현대아산병원에서 정밀진단을 받은 뒤 간암 증세라는 청천벽력 같은 말까지 들었다.

아내 박 씨는 “두 번의 수술을 받았지만 당시 동네에서 남편이 살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나돌아 눈물도 많이 흘렸다”고 토로했다.

두 달 만에 퇴원했지만 말도 못하고 신체 오른쪽의 마비로 거동도 힘들었다.

농어촌공사 여주이천지사 윤희경 계장은 “연금가입 상담할 때만 해도 아버님(최 씨)이 몸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고 전했다.

박길자 씨는 “동네에서 부인이 잘 돌봐줘서 병 나았다고 칭찬이 많았다”며 웃음과 함께 너스레를 떨었다.

부부는 농지연금으로 병원 진료비, 약값은 물론 난방비, 생필품 비용에 동네 경조사비까지 전부 충당하고 있었다. 월 145만원으로 부족하지 않느냐는우문(愚問)에 박 씨는 “적게 먹고 적게 살지 생각한다”며 현답(賢答)으로 받아넘겼다.

농지를 팔았으면 목돈이 생겼을 것 아니냐는 계속된 질문에도 “아이고, 말도 마이소, 주변에 논을 판 사람들 많이 봤지만 그 돈을 맡은 자녀들이 처음엔 착실하게 얼마씩 매월 생활비를 부모한테 보내더니 몇 달 뒤 뚝 끊겨버리는 것 많이 봤다앙이교~”라며 땅도, 돈도 모두 없어지기 때문에 팔지 않고 농지연금으로 돌렸다고 설명해줬다.

농어촌공사 윤 계장은 “월 연금지급액이 부족할 경우 내년부터 농지연금 평가방식이 공시지가에서 감정지가로 변경돼 다시 농지 평가를 받으면 시세가 더 반영되는 만큼 더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일러줬다.

인터뷰 중에도 박 씨는 연거푸 “연금 가입 잘했지~”, “(연금 때문에) 잘됐어~”라며 농지연금 자랑을 늘어놓았다.

최·박 씨 부부는 “앞으로 20년만 더 살면서 더 재미있게 살고 싶다”며 “지난 17년 동안 일만 하고 자식들 뒤치다꺼리하느라 놀러도 가지 못했는데 (건강이) 회복되면 둘이 손잡고 같이 놀러 다니고 싶다”고 작은 소망을 밝혔다.

최의만-박길자씨 부부가 다정하게 손을 잡고 마을길을 걷고 있다. [사진=박재성 기자]
[관련기사]  ‘농지연금 끝나면 땅 빼앗긴다’ 소문 믿지 마세요

인터뷰 중에 종종 박길자 씨는 “주위에서 자꾸 농지연금 가입했다가 10년간 연금 지급이 끝나고 돈을 갚지 못하면 땅을 빼앗긴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다”며 사실 여부를 농어촌공사 여주이천지사 윤희경 계장에게 물었다.

그래서 10년이 되기 전에 땅을 팔아버리라는 권유도 받았고, 마음이 동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윤 계장은 “사실이 아니다. 그런 얘기 있으면 농어촌공사 쪽에 얘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최·박 씨 부부처럼 농지연금 기간형 10년제 상품의 지급 기간이 끝나면 일단 월 지급금은 중단된다.

윤 계장은 “10년간 받은 연금액의 상환 문제가 남게 되는데 사실 농어촌 노인분들이 무슨 갚을 능력이 있겠어요”라고 반문하며 “변제는 나중에 해도 괜찮다. 가입자 사망 때까지는 땅 소유권을 인정해주고, 상환하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가입자가 사망하면 그 시점에서 6개월 내에 해당 농지를 처분한다.

만일 농어촌공사에서 농지를 처분했는데 금액이 연금채무액보다 적을 경우 유족들에게 부족액을 상환하라고 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 마련이다. 이 역시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윤희경 계장은 “가령 가입자의 연금채무액이 1억원인데 사망 뒤 농지 처분금액이 8000만원 나왔더라도 부족분을 농어촌공사가 청구하지 않고 그대로 종료시킨다”고 말했다. 오히려 처분금액이 연금채무액보다 많은 1억5000만원이라면 차액 5000만원은 배우자나 자녀들에게 돌려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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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vill  |  econo@econovill.com  |  승인 2013.10.15  13: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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