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재호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의 가장 큰 문제는 현재 부각되고 있는 ‘일자리 갈등’보다는 ‘소득 갈등’이 더 크다고 본다. 흔히 중장년층 때문에 젊은 층 취업이 안 된다고 하는데 젊은이들이 원하는 대기업 정규직, 사무직 일자리 비중은 전체 중장년 취업자 중 얼마 안 된다. 절대인구 수가 줄어 중장년 인력수요도 더 늘어날 것이다. 결국은 일자리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일이 있어도 저소득에 따른 빈곤 위험, 미래 불안이 문제인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금재호 선임연구위원(경제학 박사)은 한국 베이비붐 세대의 본질적 한계를 지적하며, 이를 개선하고 시정하기 위해선 정부와 기업, 노동자, 시민사회가 갈등해소 정책의 지속성(consistance)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문제 해결을 위해 매번 새로운 정책을 내놓기보다는 이미 제시됐던 좋은 정책들을 10년이든 20년이든 특정 정파의 국정 집권에 구애받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수정보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였다.

금 선임연구위원은 베이비붐 세대의 일자리 문제가 다양한 이슈들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사회적 스트레스 발생을 꼽았다. “준비되지 않은 50~60세 퇴직은 가정 내 불화 촉발, 급격한 건강 악화 등을 불러일으키고 이에 따른 비용 부담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슈는 조세 혜택의 역차별. 금 선임연구위원은 “정부는 베이비부머 부모들을 위한다며 자녀 교육비, 연금저축 등 자산형성, 전세금 은행대출 등 혜택 지원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퇴직 예정이거나 퇴직한 50대 후반 세대들은 정작 이런 혜택과는 크게 상관없는 계층”이라고 말했다. 조세 수혜 가능자가 많지 않아, 50세 이상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게다가 5060세대는 재산의 70~80%를 한 채뿐인 부동산(자가 주택)에 의존하고 있다. 금 선임연구위원은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의 자산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중장년층은 생계 유지를 위해 역모기지 등 상품을 빌어 부동산을 팔면서 부동산 가격 하락의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의 부동산 문제는 아직 국내에서 연구도 제대로 돼 있지 않고, 따라서 대책도 없는 상태라며 안타까워했다.

우리나라 베이비부머는 일종의 ‘낀 세대’로서 위로는 부모를 봉양하고, 아래로는 자식을 양육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이중 부담을 안고 있다. 그러다 보니 노후 여가생활, 즉 삶의 질 문제가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베이비부머 상당수가 연금 등으로 월 100만 정도 받으면 밥을 먹고 살 수는 있을 것이다. 중요한 점은 상대적 빈곤감이다. 60세가 넘어가면 1년에 영화관 한 번 가기 힘들어진다. 경제적 열등감이 인간다운 레저 생활의 박탈감을 초래한다. 이런 사회적 현상은 갈수록 더 심해질 것이다.”

다만, 인구 절대 수가 줄어들어 점차 여성 및 고령자의 인력수요가 늘어나고,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도 높아질 것이라고 금 선임연구위원은 진단했다.

“앞으로 5~10년 지나면 (베이비부머의) 일자리 문제는 사실 큰 걱정이 없을 것 같다. 우려되는 것은 이들 일자리가 대부분 서비스업에 집중돼 있는 점이다. 서비스업의 1인당 생산성은 제조업의 절반밖에 안 된다. 그만큼 50대 이상 일자리는 저임금이라는 뜻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관건인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베이비부머 문제 해결 방안으로 정년연장제, 임금피크제 등을 도입해 조절하고 있다.

금 선임연구위원은 “임금피크제보다 훨씬 강력한 형태의 임금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임금피크제는 20, 30대에 임금이 계속 올라가다가 40대 후반부터 50대 중반 들어 동결되거나 삭감되는 구조의 한계를 보완하는 제도이며, 우리나라의 경우 임금 증가률이 생산성 증가률보다 높아지는 53, 54세쯤이면 기업들은 손해를 막기 위해 인원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수순을 밟는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노사분쟁도 되풀이되고 있다.

금 선임연구위원은 “일련의 해결방법으로 임금피크제 보다는 임금상승 폭을 낮춰 노동시장에서 생산성이 떨어진 고령의 퇴직자들이 다른 일자리로 쉽게 이직할 수 있도록 임금 차이의 격차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이 같은 임금상승 폭의 하향을 위해선 가계부담 비중이 높은 사교육비, 집값 문제 해결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빠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