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베이비부머 5060세대의 최대 관심사는 퇴직 또는 실직 이후 안정적인 경제생활을 위한 수단 및 기반 확보다. 재취업과 자영업 창업이 대표적인 수단으로 꼽힌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최근 국내 노동시장에서 5060세대, 특히 50대 상용직의 증가가 눈길을 끈다. 1955~1964년에 출생한 50대 베이비붐 세대 가운데 상용직 근로자는 총 223만4000명으로 전체 50대 취업자의 38.0%에 이른다.

베이비부머의 자영업 창업도 증가하고 있다. 중·고령층의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중은 40%대를 유지하면서 전체 취업자의 자영업자 비중보다 약 1.9배 높았다.

자영업 창업이 늘어나는 이유로는 ‘임금근로보다 더 많은 소득을 위해서’가 38.3%(2012년)로 가장 높았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최근에 중·고령층의 자영업 선택 특징은 4~5년 전의 ‘내가 소망했던 일을 하고 싶다’는 성향보다 ‘취업이 힘든 현실에서 자유로운 일을 통해 높은 소득을 내고 싶다’는 욕구가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노후준비 없다” 83%, “일자리 희망” 64%

하지만 베이비붐 세대의 치명적 한계는 현업 중단 이후 대비책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2010년 한국고용정보원 설문조사에서 현업 중단 이후 ‘특별히 준비하는 바가 없다’는 응답률이 무려 83.4%나 나왔다는 사실은 베이비붐 세대 개인의 문제를 뛰어넘어 국가적 중대사안임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서울대학교 노화고령사회연구소가 2011년 조사 발표한 ‘한국의 베이비부머 연구’ 결과에서 베이비부머 퇴직자들이 노후에 일자리를 희망하는 비율은 남녀 평균 63.9%에 이르며, 남자의 경우엔 10명 중 8명꼴인 81.4%로 집계됐다. 이처럼 노후 일자리를 바라는 이유로는 ‘소득 획득’이 58.5%로 절반을 훌쩍 뛰어넘었다.

하지만 재취업 업종은 숙박 및 음식업(12.9%), 기타 서비스업(12.4%), 농림축산 및 수산업, 광업(9.0%) 위주의 단순노무직(48.4%)에 편중돼 있다. 이는 베이비부머층의 은퇴 전 제조 및 사무 직종의 경력이 재취업에서 활용되지 못함으로써 또 다른 ‘경력단절’의 문제점을 노출하면서 민관 차원의 공동대책 마련이 절실함을 보여준다.

▲ [자료=한국고용정보원]

해외 재취업 우수 프로그램 ‘벤치마킹’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 문제를 겪었던 선진국들은 어떻게 이 난제들을 고민하고 풀어내고 있을까. 외국의 사무직 퇴직지원 프로그램을 살펴보고 우리나라 퇴직자 지원정책에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우선, 미국의 경우 민간 비영리단체와 정부기관이 긴밀하게 공조 시스템을 이뤄 퇴직자에게 취업 정보와 일자리를 제공해준다. 미국지역사회대학연합회(AACC)는 2008년부터 사립재단 디어브룩 체리터블 트러스트(Deerbrook Charitable Trust)의 자금을 지원받아 50세 이상 베이비부머를 대상으로 ‘Plus 50 Initiative’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베이비부머 퇴직자에게 기술 전수나 관련 학위 및 자격증 취득을 도와 인력이 부족한 곳에 재취업을 매칭해주는 것이다. 약 100여 개의 지역대학이 산학협력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참가 대학들은 재가요양사, 약사, 초음파검사기사, 의학용어 전문가, 초중등 교원 양성 등 사회가 요구하는 업종을 중심으로 베이비부머의 재취업 성공률을 높이고 있는 게 특징이다.

또한 미국 연방정부의 퇴직 공무원들의 재취업을 유도하는 ‘공직경력 파일럿(FedExperience Pilot)’이나 55세 이상 퇴직자들을 학교나 청소년기관의 청소년 멘토로, 요양기관 및 재가 노인봉사자로 활용하는 유급 자원봉사 프로그램 ‘시니어단(Senior Corps)’도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영국에선 시니어 퇴직자의 창업을 도와주고 있다. 찰스 황세자가 설립한 비영리단체 중 하나인 ‘프라임 이니셔티브(Prime Initiative)’를 통해 50세 이상 퇴직(예정)자를 대상으로 정보제공-멘토링&코칭-4주간 집중실습 등 3단계 창업지원을 제공한다. 자금 여력이 없으면 대출펀드(Zopa-Prime) 혜택도 준다.

기업 내 퇴직지원 프로그램으로 눈여겨볼 내용들은 미국 목재회사인 Weyerhaeuer의 ‘헬시 웰시 와이즈(HWW: Healthy Wealthy Wise)’와 일본 미츠비시중공업의 퇴직설계를 꼽을 수 있다.

HWW는 50세 이상 근로자에게 재무·부동산·기업복지·공적연금·의료보험 등 종합생애설계 교육을 실시하고, 은퇴자 강사 초빙, 교육생의 배우자 동반참여 등으로 교육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의 퇴직지원 프로그램은 노조와 공동으로 운영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회사는 퇴직 1년을 앞둔 직원에게 하루 동안 재고용 노동조건, 퇴직금과 퇴직연금 등을 설명하고, 노동조합은 55세 전후 노조원에게 1박 2일에 걸쳐 노후생애설계 준비 지원, 사회봉사활동 등을 교육한다.

아울러 일본 후생노동성이 실버인재센터를 중심으로 40세 이상 관리자, 기술자 등을 대상으로 구직상담, 취업알선 등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전국 1300여 개 실버인재센터에서 약 80만 명 회원들이 지방공공단체 및 기관과 연계돼 보육·환경 사업 등을 지원하고, 공동취업 및 창업 관련 도움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