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은 경험과 지식이 만나는 창의력 절정의 시기

그는 세 번째 스무살을 앞두고 있다. 예순은 경험과 지식이 만나 창의력이 절정을 맞는 시기라며 설렌다고 했다. 은퇴 후 삶이 더 행복하다는 이장우(59) 박사 얘기다. 5년 전 그의 직함은 데이터 저장업체 이메이션의 최고경영자(CEO)였다. 지금은 1인 기업 이장우 브랜드마케팅그룹 회장이자 아이디어 닥터로 활동하고 있다. 브랜드마케팅을 기반으로 한 컨설팅과 강연으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이름 뒤에는 무수한 직함이 따라 붙는다. 푸드큐레이터·파워트위터리언·바리스타·강사·작가·멘토 등. 이 중에서 그가 가장 애착을 갖는 직함은 ‘아이디어 박사’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기획하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은퇴 후에도 꾸준한 전성기를 이어가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의 답변은 단순했다.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장우 박사를 지난 3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자신이 어디에서 누구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지 스스로 물어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다 보면 (은퇴 후의) 길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라는 조언이다. 그의 목소리는 경쾌했다. 목소리 톤에 어울리는 단문을 즐겨 썼고, 말의 속도도 빨랐다. 30년간 CEO를 가르치는 강사로 훈련된 흔적이다. 그는 “은퇴는 또 다른 행복으로 가는 길”이라며 “작은 것이라도 지금 바로 도전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다음은 이장우 박사와 기자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은퇴는 또다른 행복으로 가는 길”

- 반짝 강사가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일이 많은데 30년간 꾸준히 강연을 이어오고 있다.   
강의를 하려면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 수많은 강사들과 경쟁하려면 끊임없이 새로운 걸 받아들이고 창조해야 한다. 같은 주제라도 청중에 따라 다른 강의를 준비하느라 자료를 매번 업데이트 한다. 그래야 새로운 시각과 정보를 줄 수 있다. 청중들은 강사의 내공을 안다. 강연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결국 본질적인 전문성이다. 디지털 세대인 20대가 전형적인 아날로그 세대인 나에게 SNS 강연을 요청한다. SNS의 본질은 ‘소통’이기 때문이다. 소통은 쌍방향이다. 이를 위해선 경험과 지식에서 우러나오는 양질의 콘텐츠를 끊임없이 생산해야 한다.

-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 자기 개발의 노하우가 있나.
나도 똑같이 평범한 사람이다. 간혹 방송작가들이 나에 대해 자기개발을 위해 철저하게 계획을 짜고 치밀하게 움직이는 사람으로 과대 포장해서 소개하는 데, 그렇지 않다. 다만, 자투리 시간을 그냥 흘려버리지 않고 공부하는 시간으로 쓰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단기속성 같은 건 없다. 꾸준히 끝까지 가기 위해 노력한다. 체력 관리를 위해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많이 걷는다. 그 사이에도 사람들을 보며 아이디어를 얻는다. 인터뷰를 하거나 쉴 때도 일부러 사람이 많은 카페를 찾아 세상을 관찰한다.

-  2009년 생긴 이장우 브랜드마케팅그룹은 1인 기업의 시초로 모험에 가까운 도전이었다. 은퇴 후 큰 방황 없이 제2의 인생을 개척한 것 같다.
30대 후반부터 막연히 퇴직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마흔에 만학도가 돼 공부를 시작했다. 언젠가 회사를 떠나게 될 텐데, 누가 나를 불러줄지 의문이었다. 회사 시스템과 매출을 자신의 성과로 착각하면 안 된다. 회사를 떠난 샐러리맨은 벌거벗은 사람이다. 시장이 필요로 하고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찾기를 모색했다. 은퇴 후 남들처럼 새 회사를 만들 경우 아무리 잘해도 이미 자리잡은 기존 기업의 시스템을 뛰어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상대방이 짜둔 기존의 판으로 들어가기보다 내가 판을 주도하고 싶었다. 평범한 일원이 되기보다 나만이 할 수 있는 걸 파고들었다.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

2009년 퇴직 후 그는 패션 브랜드를 주로 컨설팅했다. 그러다 우연히 커피를 배우면서 음식 쪽으로도 브랜드마케팅 영역을 확장시켰다. 치즈·맥주 등을 주제로 한 푸드토크쇼로 새로운 강연 장르를 개척한 데 이어 최근에는 푸드큐레이터로 활동을 시작했다. 도전을 멈추지 않는 원동력을 묻자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은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라며 웃었다.  
 

-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미래는 모두 불안하다. 인간이 죽음을 피할 수 없듯, 불안과 시련도 인생의 일부분이다. 과거 안에 머물며 자기연민에 갇히지 않았으면 한다. 관심 있는 것, 잘할 수 있는 것 등을 가볍게 시작하는 습관부터 들였으면 한다. 도전에 앞서 손익을 완벽히 따지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러면 아무것도 못한다.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울타리 안에 가두려는 생각이 문제다.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면 은퇴는 또 다른 행복에 다가가는 길이 될 수 있다. 작은 것 하나라도 지금 당장 시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 브랜드 마케터로서 새해에 눈여겨봐야 할 트렌드를 꼽는다면.
어느 분야든 마케팅의 메인 타깃은 2030 여성이다. 돈을 누가 내느냐는 다른 문제다. 이들을 사로잡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 2030 여성들이 움직이면 트렌드가 된다. 불황이 지속될수록 커피, 마카롱 등 주머니 속 작은 사치가 가능한 것들을 눈여겨봐야 한다. 
 

최근 이 박사가 공부하고 있는 인물은 조각·건축·수학·과학·철학 등 다방면에서 활약한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그는 “10년 후에도 여전히 무언가를 배우며 르네상스맨인 다빈치처럼 생각하며 살고 싶다”며 “살아있는 한 계속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10년 후 모습을 그리는 그의 눈동자에 호기심이 번졌다.

◇ 이장우 Idea Doctor는 누구?
이장우 박사는 1982년 한국 3M에 입사해 영업직에서 수세미를 파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 후 한국인 최초로 이메이션(3M의 데이터 저장 부문이 독립해 설립한 회사) 미국 본사 글로벌 브랜드 총괄대표 자리까지 올랐다. 그는 샐러던트(공부하는 샐러리맨)로도 불렸다. 회사에 다니는 동안 경희대 경영학 박사, 성균관대 공연예술학 박사학위를 땄다. 홍익대 국제디자인대학원에서는 디자인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 박사는 CEO를 가르치는 강사로도 유명하다. 지난 30년간 글로벌경영·디자인전략·소셜미디어전략·모바일마케팅 등을 주제로 현장 중심의 강연을 이어오고 있다. 청년과 직장인들을 대상으로도 꿈·여행·음식·창의력 등의 다양한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다. 영어·일어·중국어·스페인어·이탈리어를 구사한다. 독서경영이라는 신조어도 만들었다. 그는 연간 200권 이상 책을 읽는 독서광으로, 10여권의 책을 출판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그 밖에 한국소비자브랜드위원회기업분과위원장·한국소셜네트워크협회장·글로벌패션포럼 자문위원·이화여대 경영대 겸임교수 등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