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은 물고기에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어떤 목표를 쟁취한 후 더 이상 그 대상에 관심이나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뜻. 고객 관리도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종종 고객 확보를 위해 온갖 홍보와 판촉활동을 벌인 기업들이 정작 확보된 고객에 대해서는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고객들은 더 이상 기업의 주먹구구식 고객확보 전략을 용납하지 않는다. 확보된 고객을 관리하지 못한다면 급속한 고객이탈 현상을 각오해야 한다.

 

나아가 오늘날에는 기존 고객의 충성고객화가 큰 화두로 떠올랐다. 충성고객이란 자사 브랜드를 1순위로 두고 애용하는 고객으로 소위 ‘단골고객’을 뜻한다. 충성고객 확보의 장점으로는 고정 매출 수단 발생으로 인한 안정성 확보와 새 고객 확보에 비해 훨씬 적은 비용이 든다는 점, 충성고객의 입소문만으로 새로운 고객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 등이 있다.

 

무엇보다 충성고객이 파레토 법칙의 실질적인 예시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즉, 20%의 상위 고객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는 것. 사실 20%의 고객이 80% 매출을 올린다는 것은 일정부분 한계가 있지만 매출의 상당량을 차지한다는 점은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그만큼 충성고객 확보에 상당한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프리미엄 오븐치킨 전문점 ‘돈치킨’(www.donchicken.co.kr) 검단 오류점은 아파트 단지 내부에 있는 상가에 위치하고 있어 주 고객층이 거주 주민이다. 검단 오류점을 운영하고 있는 문연자(여, 52) 점주는 보다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오픈한지 한 달 후 매장 근처로 이사를 왔다. 동네 주민들과 함께 지낸지도 3년이 지나다보니 이제는 못 알아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동네 주민들을 사로잡은 요인에 대해 문 점주는 후한 인심을 꼽았다. 조금이라도 더 벌고자 야박하게 구는 순간 장사할 수 없다고 말한 문 점주는 100원을 벌면 30원은 다시 고객에게 베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순간적으로는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매장에도 이익이 되고, 고객 만족도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문 점주는 “스스로에게 찝찝한 서비스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 “하나라도 더 베풀고 싶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문 점주는 서비스 메뉴를 무제한으로 베풀고 있다. 부침개, 계란찜, 오뎅국, 김치 등을 원하는 만큼 제공하기에 고객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문 점주는 또한 고객에게 먼저 다가간다. 비가 오는 날인 경우, 부침개를 무제한으로 준다고 고객들에게 문자를 돌린다. 문자를 받은 동네 주민들은 하나, 둘 검단 오류점 매장으로 모이게 된다. 상가 2층에 위치하여 지리적 불리함이 있음에도 이를 서비스로 극복해냈다. 여기에 ‘돈치킨’ 만의 매장 인테리어를 통해 보금자리 느낌을 더한 것. 함께 매장을 관리하는 문 점주의 아들 강우영(남, 23)씨는 “매장의 가시성도 좋고, 테이블마다 각자의 공간으로 타인을 신경 안 쓰고 일행끼리 편히 대화를 할 수 있어 동네의 보금자리나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강 씨는 동네에서 특히나 인기가 높다. 배달을 맡고 있는 강 씨는 배달해 줄 호수의 벨을 누른 후, 인터폰 화면에다가 90°로 인사하여 유명세를 탔다. 고객이 다시 매장에 전화를 걸어 “방금 배달 온 직원이 누구냐, 칭찬해주고 싶다”고 말할 정도다. 사소하게 지나칠 수 있는 부분에서 확실하게 마음을 사로잡은 검단 오류점의 서비스로 동네 주민들은 타 치킨브랜드보다 ‘돈치킨’을 우선으로 찾는다.

 

“동네 주부들이 가장 많이 찾는 보금자리가 바로 우리 매장”이라고 자신 있게 밝힌 문 점주는 앞으로도 동네 주민들을 위해 ‘학교 나눔활동’을 펼치고 싶다고 전했다. 정기적으로 주변 학교와 협약하여 운동회 같은 행사 때마다 베풀기도 하고, 봉사도 하고, 판매도 하여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시스템을 갖추고자 하는 것이다.

 

상업성을 지양하고 고객 기호와 상태를 고려한 음식 추천으로 인기를 끄는 매장도 있다.

 

 

지난해 겨울 연세대학교와 맞닿은 2층 건물에 순수 국내산 친환경 유기농 죽&스프 ‘본앤본’ (www.bnb.or.kr) 신촌점을 오픈한 진 경희(여,55세)씨는 고객의 기호와 건강상태에 맞는 죽을 권하는 것으로 높은 평을 받는다. 신촌점 부근에는 세브란스 병원이 위치해 있다. 병원을 오가는 환자와 그 가족들은 신촌점을 수시로 방문한다. 식사로 죽을 섭취하는 환자들이 좋은 품질의 죽을 구하려는 것. 진 씨는 세브란스 병원에서 찾아온 고객들에게 우렁이 농법을 사용, 100% 국산 유기농 쌀로 만든 6000원대의 흰 쌀죽을 권한다.

 

“상업적인 면만 추구한다면 재료가 많이 들어간 고가격 죽을 권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찾아오는 고객들이 ‘내 자식이자 남편이며 부모님’이라는 생각을 하니 그럴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환자들의 상태를 고려, 비싼 가격의 자극적인 맛 보다 소화에 도움이 되는 부담 없는 죽을 추천합니다.”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 중 10여명은 일주일에 3회 이상 신촌점을 죽을 애용중이다. 한편 건강검진 및 간단한 진료 차 병원을 찾는 중년 남성 고객에게는 보양식으로 친환경 무항생제 닭과 인삼으로 꾸려진 삼계죽을 제공한다. 단 맛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에겐 국내산 단호박과 유기농쌀, 찹쌀, 새알심이 어우러진 단호박죽을 권한다. 인스턴트 음식에 싫증을 느낀 학생들은 단호박죽이 가진 건강식의 장점과 달콤한 즐거움에 빠졌다. 우연히 단호박죽을 사먹었다가 그 맛에 빠져 단골이 된 고객들이 적지 않다.

 

진 씨는 단골 고객 확보를 위해 위생 관리도 철저하다. 매장을 들어섰을 때 느끼는 첫 이미지와 직원들의 깔끔한 차림새가 고객 확보의 첫 걸음이라 판단한 것. 진 씨는 위생 관리에 있어 결벽증에 가까운 철저함을 보여준다. 매일 매장 내부 청소는 물론, 주방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바로바로 처리해 쌓이지 않게 한다. 진 씨의 위생관리는 화이트풍의 인테리어, 은은한 조명과 어울려 티끌 없는 깨끗한 이미지를 선사중이다.

 

이밖에 식후 고객들과 전체 40%를 차지하는 테이크아웃 고객에게 오미자차, 매실차 등 건강차를 제공하는 것도 큰 반향을 끌고 있다. 진 씨의 상업성을 지양한 ‘고객 맞춤 음식 제공’과 ‘철저한 위생관리’는 고객들의 충성도 향상 요인으로 작용, 방문 고객 연령대가 10대~70대를 아우른다. 현재 신촌점은 하루 평균 100만원의 매출을 벌어들이며 30여 명의 단골 고객을 확보했다.

 

 

반찬가게 ‘오레시피’(www.orecipe.co.kr) 수암점 주인인 김숙희(여,31세) 씨는 고객의견 반영 전략으로 단골 고객을 만족시켰다. 김 씨는 떨어지는 매출을 상승시키고자 본사 수퍼바이저와 의기투합했다. 수퍼바이저와 홍보, 이벤트, 배달 서비스 등을 협의한 김 씨는 고객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김 씨는 우선 문자를 통해 그날의 반찬과 홈푸드를 고객들에게 안내했다.

 

“매일 다른 메뉴가 나오니 고객들이 오늘은 어떤 메뉴가 나오는지 알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고객들의 건의사항을 받아들여 곧바로 수정했죠. 고객들의 작은 의견을 반영했을 뿐인데 그 자체만으로도 큰 호응이 생기더라고요.”

 

수암점은 인근에 거주하는 단솔 손님이 매장 고객의 60%를 차지한다. 김 씨는 단골 손님들을 배려해 편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매장 반찬을 여러 개 구매하는 고객이나 근처에서 장을 보고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이 배달까지 해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반영한 것. 김 씨는 두 달 전부터 시간대를 정해 고객들이 구매한 제품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실시했다. 이러한 김 씨의 노력에 단골손님들은 입소문을 내며 주변 사람들을 매장으로 이끌었다.

 

“고객들의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귀 기울였어요. 고객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체만으로 홍보 효과가 컸으니까요. 매장 자체에 대한 호의적 이미지는 덤으로 따라왔죠. 단골 고객을 지켜낸 것을 물론이고 신규 고객까지 증가했어요. 덕분에 오픈 초기 떨어지던 매출이 상승 곡면으로 돌아섰습니다.”

 

 

종합물류기업체에서 18년 간 근무하다 지난해 3월 청량리역 롯데백화점 앞 건물 5층에 ‘아메리카요가’(www.americahotyoga.com) 청량리점을 오픈한 이수선(남,43세)씨. 이 씨는 잠재고객을 충성고객으로 탈바꿈 시키는데 성공했다. 이 씨는 오픈 당시 신속한 회원 모집을 위해 상가 위주의 건물이 많은 점을 이용, 상가 내부 미용실, 카페 등에 홍보 포스터를 비치했다. 이어 청량리역사와 버스환승구간, 아파든 단지 등을 뛰어다니며 전단지를 직접 배포했다. 회원들에게는 타 매장 이용 시 10% 할인이라는 파격적인 제휴 마케팅도 펼쳤다.

 

매주 토요일 1시간 씩 무료 요가 체험을 진행하면서 잠재고객들의 관심을 대폭 이끌어낸 것은 결정적이었다. 잠재고객들은 한 번의 무료 요가 수업으로 회원 등록을 결심했다. 이 씨의 열띤 수업에 고객들의 마음이 의문에서 확신으로 변한 것. 이렇게 확보된 고객들이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한다.

 

이 씨의 고객 관리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회원들의 충성도 제고에 나선 것. 기존 요가브랜드들이 일관화 된 요가 프로그램을 선보인 것과 달리 이 씨는 고객 맞춤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고객들은 기본적인 핫요가에서부터 신체별로 약하거나 관리가 필요한 부분에 따라 맞춤식 요가 프로그램을 제공받았다. 이 씨가 고용한 AYA 출신 전문 요가강사들은 퍼스널트레이닝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개개인을 관리했다.

 

회원들은 맞춤 프로그램에 큰 만족을 느꼈고, 회원 기간을 연장하며 충성고객이 됐다. 현재 청량리점은 굳건한 충성고객층을 기반으로 월 매출 2500만원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