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 환경에서도 경제는 끊임없이 움직인다. 각국의 통화정책은 릴레이처럼 이어지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경제지표는 점차 개선되는 모습이다. 무엇보다도 금융시장, 경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동시에 완화된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다만, 디플레이션 우려에서 완벽히 벗어나기 위해서는 경기완화정책이 충분히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 미국 CPI추이 출처:한국투자증권

25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1800년 이후 약 200년간 미국의 소비자물가지표(CPI)를 보면 1950년 이후 물가 지표가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장기적으로 물가상승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인플레이션 환경에 노출된 기간이 50~60년에 불과한 것이다. 이 기간 동안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2%의 물가 상승률을 목표로 삼아왔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기간에는 2% 이내로 억제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으나 현재 2%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은 분명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즉, 우리는 디플레이션 시대에 살고 있다. 게다가 디플레이션의 증거는 각 국 교역 데이터를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다.

▲ 세계교역지수 볼륨 [출처:한국투자증권]

디플레이션은 물가하락과 경기침체를 동반하는 것이다. 여기서 디플레이션의 좋은 점은 물가가 하락한다는 것이다. 물가하락으로 인해 각종 재화나 서비스에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 세계교역지수 가격 [출처:한국투자증권]

하지만 디플레이션은 단순 물가하락을 넘어 치명적이다. 우선 물가가 더 낮아질 것을 고려해 개인인들은 소비를 미룬다. 이렇다보니 기업의 이익은 줄어들고 활동은 위축된다. 물가가 상승하는 시기에는 채무자들이 유리하지만 반대로 물가가 하락하는 시기에는 채무자들이 불리하다. 그만큼 디플레이션 시대는 개인 및 기업들이 가진 부채부담이 높아진다. 이 경우 돈을 빌리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실질금리는 상승하게 되고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펼치기 힘들어진다.

인구의 폭발적 성장으로 인한 수요증가 기대가 있다면 위안이 될 수 있겠지만 고령화 시대는 디플레이션 위험을 더욱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미국 실업수당 청구건수 추이 [출처:한국투자증권]

하지만 이러한 상황속에서 미국의 고용개선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미국 최대의 고용주인 월마트가 최저 시급을 7.24달러에서 9달러로 인상해 소비경제에 긍정적 신호가 포착됐다.

유로존의 대출 여건도 개선세를 보이고 있어 긍정적이다. 유로존 국가들의 대출 감소세가 둔화되고 통화량지표들은 지난 2014년 이후 상승추세다. 미약하지만 금융시장, 경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동시에 완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디플레이션 환경에서 나타나는 경기회복사이클은 일반적인 경우와 다른 점이 많다. 우선 회복의 강도와 지속기간이 약하고 짧다. 게다가 심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진다. 디플레이션에 대한 지나친 걱정과 안도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이 금융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 유로존 M3 증가율 [출처:한국투자증권]

이에 한국투자증권은 일시적 회복신호에 속아 완화적 정책을 거둬들이면 심각한 불황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1937년의 미국경제다. 1930년 미국 대공황 이후 미국 정부는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펼쳤고 공황으로 벗어나고 있다는 조짐이 보이자 평상시의 경제로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이는 오판이었고 1938년 다시 경기침체를 맞이했다. 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각국 정부가 충분히 완화적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디플레이션과 경기회복이 공존하는 디플레이셔너리 회복(Deflationary recovery)의 상황이다.

결국 디플레이션에 대한 지나친 걱정은 완화되고 유동성 지원도 이어진다. 글로벌 주식시장은 당분간 강세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