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의 데이터 속에는 고객정보, 경쟁자 정보, 구매 행동 정보 등이 담겨 있어 매장 운영과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데 필수적으로 분석해야할 요소다. 특히 외식업 창업에서 상권은 사업 성패를 좌우하며, 총 투자비의 50~70% 이상이 점포 구입에 투입되어 그 중요성은 더욱 높다.

최근 주먹구구식 매장 구입 및 사업성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실패하는 창업자가 많다. 반대로 말하면 상권 특성을 잘 활용하면 성공할 확률도 높은 것이다.

 

주택가 상권

상권은 크게 중심가, 주택가, 특수 상권 등으로 나뉘는데 최근 구입 부담이 다소 낮은 주택가 상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주택가 상권의 경우 타깃 고객이 타 상권과 완전히 다르고, 적합한 업종과 경영 전략도 판이하다. 특히 지역 주민들에게 어필하지 못한다면 성공할 수 없어 특정 타깃층 공략에 집중해야 한다.

오븐구이 치킨 전문점 '돈치킨' 용현2점의 매장 바깥 모습. 사진=돈치킨

오븐구이 치킨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정경호 (44, 돈치킨 서울 용현2점) 씨는 주택가 상권에 따른 차별화 전략으로 반응이 뜨겁다.

정 씨는 용현동 주거단지 고객들을 잡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배달 주문의 경우에만 제공하던 쿠폰을 매장 방문 고객에게도 접목시켰다. 직접 고객관리카드를 만들어 체크 하고, 기준에 도달한 고객에게는 바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이를테면 3만원 이상 금액으로 3번째 구매한 고객, 5번째 구매한 고객, 10번째 구매한 고객 등으로 나누어 안주 및 치킨을 서비스로 제공한다.

정 씨는 “타 브랜드에서 하는 쿠폰제보다 서비스도 다양하고, 굳이 배달 주문 아니어도 제공해주어 매장 방문 고객들에게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방문하여 포장해가는 고객에겐 문 앞까지 배웅하여 인사를 하는 서비스도 잊지 않는다. 손에 짐이 있어 문 열기가 불편한 고객의 애로사항을 발견한 정 씨만의 사소하지만 특별한 서비스이다. 포장해가는 고객 대다수가 인근 거주 주민이기에 자연스레 입소문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돈치킨 용현2점 외부에는 세로 1.5m, 가로 2.5m의 현수막이 달려있다. 정 씨가 직접 주문 의뢰하여 제작한 것으로 사이드메뉴들이 담겨져 있다. 치킨을 판매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기에 그 외에 어떤 메뉴들이 준비되어 있는지 알려주고자 제작한 것. 과일 안주, 노가리, 샐러드, 오뎅, 번데기탕 등의 구성으로 용현2점을 지나가는 지역 주민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그는 “지역 주민은 매장의 잠재적 고객이자 단골이다”라고 말하며 “항상 주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기대해보며 그에 맞는 서비스를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 씨의 주민 공략으로 용현2점은 점포구입비 포함한 8,900만원의 창업비용으로 월 평균 매출 3천만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중심가 상권

중심가 상권은 역세권, 대학가, 유흥가 등 절대적인 유동 인구의 수가 많이 모이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별다른 준비 없이 상권만 믿고 뛰어들었다가는 높은 자릿세 때문에 실 이익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하여야 한다.

죽 전문점 '본앤본' 신천점의 내부 모습. 사진=본앤본

죽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진수경(42, 본앤본 신천점) 씨는 작년 5월 오픈해 하루 평균 1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본앤본 신천점은 유동인구가 많은 신천역 부근에 위치한 역세권에, 2만 세대가 밀집되어 있는 아파트 단지까지 아우르고 있는 이른바 중심 번화가 상권이다. 다수의 유동 인구와 고정 인구를 접할 수 있어 다양한 고객층을 모을 수 있었다.

진 씨는 기존 죽 집과는 달리 친환경 유기농 재료만을 사용하고, 죽과 스프를 동시에 맛볼 수 있다는 차별성으로 본앤본을 택했다. 대중적인 업종 속에서 차별화를 갖춰야 중심가 상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신천역을 오가는 유동 인구 고객 중 본앤본의 신선한 재료와 메뉴에 끌려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더불어 아이를 둔 주부 고객을 끌어내야한다고 생각한 진 씨. 주부 고객을 단골로 확보하고자 했다.

개점 당시 주부들이 자주 애용하는 카페들을 집중 공략해 직접 전단지를 배포하면서 매장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또한, 별도의 쿠폰제도를 활용해 고객의 재방문을 유도했다. 10번째 방문한 고객에게는 ‘한우야채죽’을 무료로 제공하고, 생일을 기록하여 ‘청정 전복죽’을 제공하고 있다.

진 씨는 차별성을 갖춘 업종 선택과 입소문이 빠른 주부를 공략하여 매장을 운영하다보니 점포구입비를 제외하고 5천만원 선의 투자비용이 들었음에도 높은 매출을 기록할 수 있었다.

 

특수 상권

특수상권이란 보통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반 로드 숍 매장이 아닌 대형마트, 백화점, 공항, 병원 등을 말한다. 특수상권을 공략하려면, 해당 상권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불특정 다수에게 어필할 무언가를 갖추어야 한다.

오니기리와이규동 고속터미널점의 모습. 사진=오니기리

2011년 창업한 서울 오니기리와이규동 고속터미널점은 성공적인 특수상권 공략으로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김예열 점장은 "매장이 고속터미널역에 위치한 장점을 살려 짧은 시간에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검정과 빨강의 조화로 이루어진 기존 인테리어는 고객에게 어필이 안 된다고 판단, 큰 비용을 감수해서라도 변화를 주고자 하였다. 주황과 빨강으로 조화를 이루어냈고, 조명도 주황색으로 모두 교체하여 매장 안을 깨끗하고 따뜻한 이미지로 꾸며갔다. 주 고객이 단골이 아닌 불특정한 층이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분위기 제공한 것이다.

또한 직원과 함께 항상 고객의 민원사항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매달 매뉴얼 업데이트를 실시한다. 직원을 통해 서빙, 메뉴 세팅 등 오니기리 매뉴얼을 매장 자체적으로 만들어 틀을 짜서 점장이나 상급 직원이 없더라도 매장이 체계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였다. 하루 1000명의 고객이 방문할 때도 있는 점을 고려하여 매장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음식의 맛 같은 경우에 본사의 가이드라인 안에서 조리되지만 고객과 주방장의 의견을 받아 조절하기도 했다. 오니기리와이규동 고속터미널점의 또 다른 성공 비결은 식재료 관리다. 특화된 전문점 보다는 하나의 매장에서 다양한 메뉴를 접하고자 하는 특수 상권의 고객을 파악했다.

지난해에 냉 모밀을 보관할 장소가 부족하여 고객에게 제대로 된 육수를 제공하지 못했지만, 이후 냉동 창고업체를 섭외해 고객에게 한여름에 살얼음이 가득한 냉 모밀을 제공하도록 준비했다. 그 결과 냉 모밀은 고속터미널점 여름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인기메뉴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