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에서 집을 구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나 새로 이사 갈 아파트를 구하고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교통이 편리하고 주변 편의시설이 좋다는 장점이 있지만 지난해에 급하게 구한 터라 월세가 제법 비쌌다. 재계약을 하려면 월세를 올려달라는 통보를 받고는 아예 새로 아파트를 구하기로 한 것이다. 아파트를 구한 경험이 한 번 있는 터라 어느 지역을 원하는지, 크기는 얼마나 되어야 하는지 등이 명확했는데, 특히 집안의 내부에 대해 체크해야 할 항목이 지난해에 비해 확실해졌다.

미국의 아파트는 한국의 아파트와는 형태가 많이 달라서 체크해야 할 부분이 많다. 우선 한국처럼 베란다가 딸린 아파트는 많지 않다. 그나마 아파트도 맨해튼과 같은 대도시에나 있지, 뉴욕시에서도 퀸즈나 브루클린으로 넘어가면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의 2~3층을 임대해서 내놓는 곳도 많다. 베란다가 딸린 아파트는 고급 아파트거나 혹은 규모가 큰 곳인 경우가 많고 또한 베란다가 있으면 가격이 높아지기 일쑤다.

뉴욕의 긴 겨울과 눈에 지쳐서, 눈 치울 고민을 안 해도 되는 아파트를 최우선으로 삼고 집을 보는데 내부에서 고려하는 첫 번째는 카펫이 아닌 마룻바닥인 집이다. 미국의 집들은 바닥 전체에 카펫을 깔아놓은 경우가 많다. 겨울에는 따뜻하고 폭신하면서 만약 아기가 넘어지는 경우에도 덜 다친다고 하지만, 카펫에서 나오는 먼지가 어마어마한데다 비염이나 천식이 있는 사람에게는 카펫 생활이 고역이다. 특히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 한국인과 달리, 미국인들은 실내에서도 종종 신발을 신는 경우가 있어서 이런 카펫을 사용하고 싶지 않다. 다행히 요즘은 미국인 중에서도 마룻바닥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아파트 매물에서 마룻바닥을 찾는 것이 쉬워졌다. 하지만 카펫을 새로 깔았다면서 자랑스럽게 집을 보여주며 은근히 월세를 올려 받고 싶어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난감하기도 하다.

또 다른 큰 차이점은 난방 방식이다. 여름에 에어컨을 트는 것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같지만 겨울에 한국은 온돌 덕분에 방바닥이 따뜻한 것과 달리, 미국은 라디에이터로 방 안의 공기를 데우는 방식이다. 라디에이터 난방이면 그래도 훈훈하고 제법 괜찮은데, 요즘 새롭게 리모델링한 집들은 온풍기를 설치한 경우가 있다. 온풍기는 금방 따뜻해지지만 끄는 순간 바로 공기가 식고, 가장 큰 단점은 공기가 너무 건조해져서 가습기를 틀지 않고는 생활이 힘들다는 점이다. 뉴욕은 가뜩이나 공기도 건조한데 방안의 공기를 굳이 바삭하게 말릴 필요는 없어서, 온풍기 스타일인지 아닌지를 꼭 확인하게 된다.

미국식 요리 스타일이 다른 탓에 부엌에는 식기 세척기나 오븐이 설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큰 아파트는 대부분 설치되어 있고, 작은 규모의 아파트에는 둘 중 하나만 설치된 경우도 있다. 또한 주로 주택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싱크대에 설치된 쓰레기 분쇄기다. 음식물 쓰레기를 넣고 버튼을 누르면 간단하게 분쇄되어 처리되기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를 일일이 분리수거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미국의 쓰레기 분리수거는 유리병, 플라스틱, 종이 등의 3가지로만 분리하고 나머지는 모두 한꺼번에 버릴 수 있다.

욕실의 경우 한국의 습식욕실과 달리 미국에는 배수구가 없어서 샤워하는 곳에는 반드시 샤워커튼을 달아야 하고, 바닥이 차기 때문에 매트를 깔아야 한다. 물청소를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동시에 곰팡이나 물때가 안 낀다는 장점도 있다. 개인적으로 불편했던 점은 비데가 설치된 아파트가 거의 없다는 것으로, 한국만큼 비데가 일반화되어 있지 않다. 버튼

을 누르면 물줄기가 자유자재로 나오는 비데는 아직도 영화나 TV에서 우스갯감으로 나오는 정도다. 원하면 대형 슈퍼마켓이나 인터넷에서 구입할 수는 있지만 한국에 비해 값이 훨씬 비싸다.

미국에서는 한국에서와 똑같은 생활을 기대하기 어려우니, 비데와 같은 것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카펫이 아닌 마룻바닥인 것만으로도 만족하면서 집을 살펴봐야겠다.

맨해튼 컬처기행

거미에 물리고 스파이더맨 변신, 이곳 컬럼비아대학에서

부모를 잃고 삼촌 내외와 함께 사는 고등학생 피터 파커는 어느 날 학교의 과학 시간에 뉴욕 모닝사이드 하이츠에 있는 컬럼비아대학에 견학을 간다. 이곳에서 피터는 우연히 유전자가 조작된 슈퍼거미에 물리는데, 얌전하고 내성적이라서 동급생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던 그는 손에서 거미줄이 튀어 나오고 벽을 기어오를 수 있는 거미 같은 초능력을 지니게 된다.

컬럼비아대학교는 1754년에 설립된 사립 종합대학교로 하버드, 프린스턴, 예일 등과 함께 미국 동부 8개 명문 사립대학인 아이비리그에 속한다. 영국 왕 조지 2세에 의해 킹스 칼리지로 설립됐으며 미국 독립 후 미국의 예전 이름인 컬럼비아를 따서 1784년 컬럼비아 칼리지, 1896년 컬럼비아대학교로 개명했다. 캠퍼스는 맨해튼 어퍼웨스트 위쪽의 모닝사이드 하이츠와 워싱턴 하이츠 지역에 있으며 여행자 센터로도 이용되는 로우 메모리얼 도서관이 캠퍼스 내에서 널리 알려진 건물이다.

영화 <스파이더맨>에서는 피터의 친구이자 나중에 악당이 되는 해리가 오스코프사 설립자 노만 오스본의 차에서 내리는 장면이 이 도서관 계단에서 촬영됐다. 컬럼비아대학은 버락 오바마 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시오도어 루스벨트, 프랭클린 루스벨트 등 전직 대통령은 물론 미국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등을 배출했으며 뉴욕 주지사 10명, 뉴욕 시장 15명이 동문인 명문대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