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민 연세대 미래교육원 교수.

일반적으로 얼굴에 점이 있으면 듣기 좋은 말로 ‘복(福)점’이라고 한다. 얼굴의 점이 너무 커서 보기 흉하면 제거해야 하는데, 만약 복점이라면 선뜻 없애기가 쉽지 않다. 잘못하면 스스로 복을 차버리는 결과가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대로 두자니 맘에 안 들고, 빼자니 영 개운치 않다.

의학적으로 점은 멜라닌 색소 침착 때문에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단순한 멜라닌 착색에 불과한, 미약하고 사소해 보이는 점이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판단 근거가 될 수 있을까. 실제로 작은 점들이 모인 기미, 잡티, 주근깨 등이 있는 얼굴은 칙칙하고 탁해 보인다. 반면 잡티 한 점 없는 얼굴은 투명하고 맑으며 깨끗해 보인다. 점의 유무(有無)에 따라 이렇게 이미지가 달라 보인다면, 점은 우리에게 분명히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복은 운수나 행운, 행복이란 뜻으로 통용되고 있으니, 과장하여 말하자면 ‘복점’ 하나로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관상학에선 점을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하여, 복 있는 점과 좋지 않은 ‘흉(凶)점’으로 구별하여 판단한다. 세기의 여배우 마릴린 먼로의 트레이드 마크는 살짝 벌린 입술과 함께 반지르르한 흑요석 같은 입가 점이다. 누구나 입술 옆에 먼로의 점을 찍고 나면 왠지 에로틱해 보인다. 입가의 점은 왜 섹시해 보이는 걸까? 관상학적으로 점은 ‘물 기운’을 나타낸다. 동양의 음양론에서 양은 불(火)과 밝음을 상징하며, 음은 물(水)과 어두움을 나타낸다. 흑색, 갈색, 청회색, 붉은 점, 기미, 주근깨 등 모든 점들은 색소가 침착된 것이다. 일단 점이 생기면 얼굴은 어두워지고 점이 없는 얼굴은 밝고 환하다.

점은 음기(陰氣), 수기(水氣)를 상징하며 어두운 색이다. 고대 동양인은 물을 흑색으로 보았는데, 이는 수심이 깊은 바다를 상상해 보면 쉽게 짐작된다. 심해에는 수심이 너무 깊어서 빛이 투과되지 않는 캄캄한 암흑 세상이다. 검은 색은 물의 기운이며 밤과 달, 음기를 뜻하고 음란과 다산(多産)의 의미를 갖고 있다. 눈가를 검게 칠하는 스모키 화장은 매우 관능적이다. 고대 이집트인은 짙은 검은색을 사용하여 눈매를 강조했는데 클레오파트라와 파라오의 눈 화장법도 이러하다. 건강을 위해서든 종교적인 이유에서든 이러한 화장법은 그러한 이미지를 낳는 법이다. 눈가의 검은 기운을 관상학적으로 판단하면 순수혈통을 지키려는 음기의 발동으로 해석될 수 있다.

▲ 한화 김승연 회장과 마릴린 먼로. 사진=홍성민 제공

점은 정자, 난자, 수정란의 물 기운이다. 또 자손 번창과 농경사회의 노동력과 풍요로운 재물복을 의미한다. 물 기운은 이성을 유혹하여 생식, 생산, 번식을 위한 섹시미의 표상이 되기도 한다. 촉촉한 젖은 머리, 햇볕에 탄 어두운 구릿빛 피부 등은 모두 요염해 보인다.

관상학에서 입을 수성(水星)이라고 부르며, 큰 강물로 본다. 입술 근처에 점이 있게 되면, 입이란 강물에 또 물 기운을 더했으니, 음기가 넘쳐나서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한마디로 ‘내 아를 낳아도’라는 프로포즈를 받을 수 있는 사랑스러운 점이다. 또 입 주변의 점은 먹을 복이 많은 복점이다. 식록복(먹고 사는 의식주복)이 많다는 것은 먹고 살만한 돈복이 있다는 의미이다. 반면 물의 별(水星)에 점이란 수기(水氣)가 겹치게 되어 수액(水厄)이나 물난리를 겪게 된다고 관상서에 나와 있다. 물가, 수영, 항해, 음식이나 물로 인한 배탈, 설사, 약물 중독, 음독(飮毒) 등도 주의해야 한다. 입가 점은 복과 흉이라는 장단점을 동시에 갖고 있다.

실제로 섹시심벌인 마릴린 먼로는 재물복도 좋았지만, 약물 중독으로 사망했다는 설이 있다.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점은 작용력이 약하지만, 먼로의 점처럼 크고 선명한 입가 점이라면 영향력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이미지가 운명을 만들고 표정이 습관을 만든다고 한다. 평소 늘 입을 벌리고 있으면 기운의 탈기되어 건강이 나빠진다. 폐가 안 좋거나 비염, 천식 등이 있으면 대체로 입으로 숨을 쉬게 되니, 자연히 입은 벌어지게 된다. 이때 눈빛이 살아 있으면 정신력이 강하지만, 눈빛이 풀리거나 몽롱하면 건강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

양(陽)은 양답고, 음(陰)은 음스러워야 한다. 불기운은 위로 올라가고, 물은 아래로 흐르는 것이 자연의 도(道)이며 순천(順天)이다. 그래서 점은 아래쪽에 있거나 어두운 곳, 안 보이는 곳에 숨어 있으면 복점이라고 부른다. 입과 턱 주변, 안 보이는 몸 안이나 눈썹 안, 모발 속에 있으면 행운의 점이다. 특히 신체 중에서 가장 아래쪽이 발바닥이다. 발바닥에 점이 있으면 음(陰)인 수기(水氣)가 마땅한 자신의 자리에 머문 것이 된다. 그래서 발바닥 점을 최고의 길상으로 친다. 당나라 현종과 양귀비가 총애했던 이가 안록산이다. 그가 병권을 잡고 출세가도를 달린 것이 발바닥 점 때문이라고 하니, 얼마나 좋은 복점인가.

가슴과 엉덩이 부위에 점이 있으면 귀한 자식을 생산할 복점이고, 턱 아래쪽에 잘 안 보이는 곳에 점이 있으면 부동산과 남모르는 재물복을 타고 났다. 턱은 말년과 부동산을 상징하며, 턱 아래쪽에 숨어 있는 점 역시 복점이다. 한화의 김승연 회장은 턱을 위로 들어야만 보이는 점을 하나 가지고 있다. 한화가 올해 면세점 사업권의 행운을 거머쥔 것은 턱 밑의 복점이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를 일이다. 운수대통의 복록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머리카락 속에 꼭꼭 숨어있는 복점이라도 찾아보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