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만 되면 서쪽에서 찾아오는 불청객. 하늘을 뒤덮는 노란색 구름.
다름 아닌 황사 얘기다. 때만 되면 찾아오는 녀석이다 보니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일기예보에서 아무리 황사 예보를 떠들어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일이 태반이다.

화창한 봄날에 노랗게 핀 개나리. 역시 꽃이 펴야 봄이다. 꽃가루가 날리기는 하지만 그 역시 봄만 되면 있는 일이니 크게 신경 쓰는 사람들은 없다.
봄이 되니 몸도 나른하다. 입맛이 떨어지고 낮에는 따스한 햇살 아래 꾸벅꾸벅 졸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한창 나이의 젊은이들도 기운이 없고 성욕마저 감퇴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금까지 열거한 것들은 국민의 대부분이 겪었거나 지금 겪고 있는 일일 것이다. 자주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때가 되면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러나 머리가 익숙하다고 해서 우리 몸에도 익숙하게 작용하지는 않는다. 봄철에 자주 발생하는 이런 문제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는 건강에 적신호가 올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숨 쉴 때 침투하는 불청객
대기 중에 농축된 황사와 꽃가루 등은 호흡기에 곧바로 악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낮과 밤의 기온 차이가 크기 때문에 여름이나 겨울에 비해 봄에는 대기 중 집진먼지들이 더욱 진하게 뭉쳐 있는 탓이다.

몸에 열이 나고 기침과 가래를 동반한다면 흔히 감기라고 여기기 마련이지만 봄철에는 기관지염, 폐렴, 알레르기성 비염 등 다양한 질병들이 우리 호흡기를 노리고 있다.
봄철 꽃가루와 황사를 우습게 여기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환절기에는 호흡기 감염증이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목 위에 발생하는 상기도 감염으로는 감기와 비염, 부비동염, 인두염, 후두염, 후두개염 등이 흔하다.

호흡기 바이러스는 수백 가지에 이를 만큼 다양해 본질적인 예방은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기침을 하는 증상이 나타나고 2주가 넘어 3주 이상씩 기침을 할 때는 단순한 감기보다는 합병증이 생겼거나 다른 질환이 없는지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목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기관지 및 폐에 이르는 부위에 감염되는 것을 감염증이라고 크게 분류하는데, 흔한 것으로는 기관지염과 폐렴이 있다. 하부기도 감염증은 상부기도 감염증에 비해 더욱 심한 기침, 객담배출, 호흡곤란, 흉통 및 발열, 전신근육통 등을 수반한다. 이러한 심각한 감염증은 주로 상기도 감염증으로부터 시작되므로 ‘감기가 만병의 시작’이라는 말이 지나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안심할 수 없는 알레르기 질환
빨긋빨긋 피부에 발진이 생기거나 이유 없이 콧물이 진하게 나온다면 알레르기 질환을 의심해볼 만하다. 주로 꽃가루 등으로 인해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계절과 연관성이 매우 높으며 방치하면 문제가 크게 되는 경우가 많다.

상부기도에서는 알레르기성 비염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고 하부기도에서는 알레르기성 천식이 대표적이다.

이런 질환들은 대도시나 공장지대와 같은 곳 가까이 있을 경우에 더 심하다. 먼지와 매연, 대기오염물질 등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봄철에는 황사나 꽃가루가 코 점막 아래의 혈관이나 분비샘을 자극해 쉴 새 없이 콧물이 줄줄 흐르는 일이 잦다. 바로 알레르기성 비염 증상이다.

계절성 알레르기성 비염인 경우에는 증상의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리 처방을 받는 것이 좋다. 요즘에 나타나는 것은 꽃샘추위나 황사로 인한 알레르기성 비염이 많다. 콧물, 재채기, 가려움증, 코막힘 등이 비염의 대표적 증상이니 조기에 퇴치하는 것이 좋다.

황사 시즌 최대의 난적은 천식이다. 천식은 전체 인구의 10%가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특히 3~4월이 되면 그 증상은 더욱 심해진다.

천식 환자가 만약 황사를 흡입하게 되면 기관지가 수축해 발작 횟수가 늘어난다. 이 경우 비타민C를 충분히 섭취하고, 기상예보를 잘 확인해 맑은 날에만 외출을 하는 것이 좋다.

황사에 약한 사람들
황사의 피해는 호흡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호흡기만큼 황사에 약한 곳이 바로 눈이다. 전문의들은 황사철을 맞아 컬러렌즈를 착용하거나 안구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 라식이나 라섹 수술을 받은 사람들이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안승현 기자 zirokoo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