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丙申年)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는데 아무 소식이 없다. 구글은 올해 1월 스마트 안경 구글글래스 판매를 중단했다. 당시 올해 연말이 지나기 전에 2세대 제품을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럼에도 개발 포기설이 돌자 에릭 슈미트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회장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고 못 박기도 했다. 아직 차기 모델은 공개되지 않았다.

구글에게 구글글래스는 아찔한 추억이다. 2012년 처음으로 시제품을 공개했다. 2013년에는 개발자용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 다음해엔 일부 지역에서 일반인에게도 팔았다. 한국에선 안 팔았지만.

같은 해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2014 최악의 제품’ 리스트에 구글글래스를 포함시켰다. 세계적인 석학 노암 촘스키는 “구글글래스는 전체주의적이며 우스꽝스럽고 인간을 파괴한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거듭된 악평에 구글은 한 발짝 물러섰다. 결국 숙제만 남았다. 1년 안에 문제를 극복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산더미 같은 숙제를 구글이 얼마나 해결했을지는 조만간 드러날 것이다. 2세대 구글글래스는 과연 충분히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까.

“넌 우리에게 불쾌감을 줬어”

구글이 풀어야 할 숙제 목록이다. 올해 차기 버전을 공개하려면 이미 대부분 숙제를 해결했어야 한다. 여기 언급된 것들이 구글글래스 개발팀에겐 일종의 체크리스트가 될 수 있겠다.

아직까지도 구글글래스 연관 검색어 중 하나는 사생활 침해다. 당신은 구글글래스로 사진이나 영상을 찍을 수 있다. 문제는 제품이 안경 형태이기 때문에 타인의 동의 없이 눈앞 풍경을 손쉽게 찍을 수 있다는 점이다.

‘도촬’(도둑촬영을 뜻하는 신조어)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셈이다. ‘윙키’ 같은 전용 애플리케이션(앱)도 등장했다. 구글글래스를 착용하고 윙크만 하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준다. 이렇게 사진을 찍어 ‘소라넷’과 같은 사이트에 촬영물을 올린다면 사회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몇몇 식당이 구글글래스 출입 금지 안내문을 부착했던 이유다. 착용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타인에게 불쾌감을 선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심지어 영화관들도 구글글래스 출입 금지 안내문을 붙였다. 불법 녹화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설익은 하드웨어

사회 문제만 야기한 것은 아니다. 기술적인 한계도 분명했다. 완성 단계에 다다른 제품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설익어보였다. 먼저 배터리가 지적받았다. 구글글래스 배터리 용량은 570mAh다. 구글은 하루를 꼬박 버틸 만큼의 용량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저격했다. 배터리 지속시간을 테스트한 결과 고작 3시간밖에 못 버틴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발열 문제도 제기했다. 사용할수록 제품이 뜨거워진다는 것이다. 쿨러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따랐다.

디스플레이 해상도도 문제다. 쿼드HD 시대가 왔는데 640×360 해상도가 웬 말인가. 판매 당시 소비자들은 입을 모아 디스플레이 성능에 불평불만을 남겼다. 자연광 아래에서 식별이 어려울 정도로 디스플레이가 어두웠다는 것도 불만을 야기했다.

구글글래스는 두통도 유발했다. 미국과 영국에서 제품 시연에 참여한 이들이 가벼운 두통 증세를 호소했다. 의사들은 구글글래스 사용에 따른 눈의 피로가 두통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구글글래스는 얼굴에 직접 착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전자파 문제가 우려된다는 이들도 다수였다.

음성인식 기능도 빈약했다. 구글글래스는 기본적으로 사용자의 말귀를 알아듣고 작동하는 기기다. 그러나 음성인식 기술은 아직 충분히 발전하지 않았다. 애플의 시리(Siri)와 같은 지능형 개인 비서와 이야기를 나눠봤다면 그 한계를 분명히 알 것이다.

당신의 안위를 위협한다

예상치 못한 문제점도 제기됐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촌초 이안출레프 교수 연구진은 구글글래스가 시야를 방해해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구글글래스 착용자가 보행하거나 운전할 경우 주변부 시야 방해로 유의미한 수준으로 위험성이 증가한다는 내용이다.

심지어 구글글래스 중독자가 발견되기도 했다. 외신에 따르면 한 미국 군인이 알콜 중독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구글글래스 중독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하루 18시간 구글글래스를 착용했으며 구글글래스를 벗으면 공격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각 능력이 저하됐으며 두통 증세를 호소하기까지 했다.

비싼 가격도 도마에 올랐다. 1500달러(약 178만 원)가 결코 대중적인 가격은 아니다. 제품을 분해해 원가를 계산하는 것으로 유명한 매체 ‘테크인사이트’는 구글글래스 원가가 100달러 미만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숙제 검사는 차기 버전으로 맡길

이토록 많은 숙제가 구글 앞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숙제 검사는 차기 버전을 통해 맡으면 된다. 구글은 판매 중단과 함께 문제 해결에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먼저 구글글래스 사업을 비밀연구조직 구글X에서 정식 사업 부서로 옮겼다.

프로젝트 전략은 토니 파델에 맡겼다. 그는 아이팟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이다. 애플에서 나와 사물인터넷(IoT) 관련 스타트업인 네스트를 창업했는데 구글이 네스트를 인수하면서 자연스럽게 구글에 합류했다.

▲ 출처=구글

구글이 약속했던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구글글래스의 근황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겉모습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차기 제품은 안경 형태가 아닐 것이라는 예상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달 외신은 구글이 3가지 형태의 차기 구글글래스 시제품을 제작해 테스트를 거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제품 중 하나는 안경 형태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며칠 뒤 구글이 한쪽 귀에만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특허를 취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구글글래스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는데 안경테나 안경알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전투력 측정기 ‘스카우터’와 유사한 모습이다. 물론 차기 버전이 이 모습으로 등장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웨어러블 디바이스 출하량은 오는 2018년까지 연간 78%씩 성장해 1억120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이 중 구글글래스는 몇 대나 될까. 숙제를 완벽히 해냈다면 비중이 결코 적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디데이(D-DAY)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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