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 모터스(GM)가 최근 승차공유 서비스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우버 킬러’ 사이드카가 인수 대상이다. 사이드카는 3900만달러를 원했다. 인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보다 적은 3000만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GM은 사이드카를 흡수했다. 20명의 인력, 특허권, 4억70002만원의 잔여 자산, 시스템 등을 이번 계약으로 얻어냈다. GM은 사이드카 인력을 도심 자동차 운행팀에 배치했다. 사이드카 공동 설립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자한 카나도 합류했다. 공동 설립자이자 CEO였던 수닐 폴은 합류하지 않았다.

▲ 출처=사이드카

우버 vs 리프트 vs 사이드카

사이드카는 2011년 문을 열었다. 여느 스타트업처럼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기반으로 한 승차 공유 서비스를 운영했다. 2009년 창업한 우버의 경쟁자를 자처한 거다. 2012년 리프트(Lyft)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에 불이 붙었다.

2015년 12월 29일 사이드카가 문을 닫겠다고 했다. 폴과 카나는 이틀 뒤 오후 2시까지만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올 것이 온 거다. 사이드카는 우버와 리프트에 치여 조금씩 벼랑 끝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한때 ‘우버 킬러’로 불리기도 했지만.

분명 저력은 있는 회사였다. 폴과 카나는 폐업 소식을 전하면서도 자존심을 굽히진 않았다. “재정적 난관에도 불구하고 사이드카는 꾸준히 새로운 제품을 출시해 업계 기준을 높여온 승차 공유 서비스의 혁신적 리더였습니다.”

업계에서는 사이드카의 차별성을 크게 2가지로 봤다. 먼저 승객의 선택권을 최대로 보장해줬다. 앱을 통해 차량과 운전자를 선택할 수 있게 해줬다. 선택에 따른 비용 차이도 미리 보여줬다. 승차 공유 서비스 중에는 유일했다. 또 사이드카는 수요가 몰려도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우버나 리프트와는 다른 정책이다.

▲ 출처=사이드카

자본 없는 혁신

“우버는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해 쓰기 바빴습니다. 반면 사이드카는 늘 원칙에 따랐습니다.” 마이클 로마노 라이트스피트 벤처파트너스 부사장의 말이다. 사이드카는 몸값을 높이는 데 별 관심이 없었다. 자금 조달에 경쟁사보다 소극적이었다.

사이드카는 폐업하기 전까지 35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유니온스퀘어벤처스, 아발론벤처스 등이 투자했다. 결코 많은 돈이 아니었다. 우버는 74억달러를, 리프트는 13억달러를 조달받았다. 회사의 체급 차이는 날로 벌어졌다.

결국 사이드카가 문을 닫으며 밝힌 사유도 자금난이었다. 우버와 리프트가 자금을 조달해 공격적인 마케팅 공세를 펼칠 때 사이드카에겐 그럴 돈이 없었다. 경쟁사가 ‘돈의 힘’을 행사하며 운전기사를 빼가도 속수무책이었다. 사이드카는 그나마 있는 돈을 기술개발에 투자하는 편을 택했다.

세 업체는 모두 혁신적인 스타트업으로 평가받았다. 사이드카는 경쟁사에 비해 자신들이 조금 더 혁신적이라고 주장했다. 시장 논리는 냉혹했다. 혁신 자본을 미끼로 경제 자본을 적극 끌어들인 우버와 리프트 편을 들어줬다.

끌어들인 자본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초체력으로 작용했다. 탄탄한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우버와 리프트는 빠르게 달려 나갔다. 사이드카는 차별적인 기술을 연마하며 생존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기초체력 부족을 극복하지는 못했다. 같은 일을 해도 먼저 숨이 차는 건 사이드카였다.

경쟁에서 밀리는 감이 있자 사이드카는 눈을 다른 데로 돌렸다. 승차 공유 서비스 회사에서 배송 서비스 회사로 변신하려고 처절한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다. 식료품부터 꽃까지 여러 물품을 당일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진행했다. 지난해 8월에는 B2B 배송 서비스 사업에도 손을 뻗었다.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가 각광받으면서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줄줄이 생겨났다. 숙명의 라이벌 우버까지도 배송 서비스 사업에 진출했다. 사이드카는 벼랑 끝에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결국 실패했다.

GM과 반-우버 전선

GM은 사이드카의 혁신 DNA를 흡수했다. GM에 합류한 사이드카 직원들은 GM의 등에 올라타 우버에 대항할 기회를 잡은 것이다. 자금난으로 서비스를 중단했다는 아픈 기억을 뒤로 한 채 자본의 품에서 반격을 노리게 된 것이다. 비록 GM 시가총액이 우버 기업 가치 평가액에 못 미치지만.

GM은 최근 반-우버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사이드카를 품에 안은 것은 물론 리프트에 투자했다. 5억달러를 들여 일정 지분을 챙겼다. 승차 공유 서비스에 활용될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 공동 프로젝트도 진행하기로 했다.

사실 전통 자동차 제조사 GM이 승차 공유 서비스에 투자하는 건 기이한 일이다. 이런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 당장에 차가 덜 팔릴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운전면허를 따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 자동차는 소유에서 공유 대상으로 바뀌는 중이다.

댄 애먼 GM CEO는 공유 서비스의 위협을 잘 알고 있다. “저는 지난 50년간 일어났던 것보다 향후 5년간 일어날 이동수단의 변화가 더 클 것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습니다. 특히 승차 공유 서비스가 빠르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는 공유 서비스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600만명의 인구가 공유 차량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10년 후에는 5배가 넘는 성장세를 기록할 것입니다.” 이어 말했다. “우리는 이 분야에서 선두 위치를 확실히 하고 싶습니다.”

시대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결과물이 나오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난 1월 22일 공유 서비스 메이븐(Maven)을 내놨다. 자동차는 물론 자전거와 오토바이 대여 사업도 병행할 예정이다. 철도를 이용한 배송 서비스도 염두에 뒀다. 사이드카를 품은 GM의 변신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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