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의 인기에 ‘손 안의 웹툰족’이 늘고 있다. 컴퓨터는 물론 태블릿PC, 스마트폰으로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만화를 보는 이들이 눈에 띈다. 덕분에 콘텐츠의 다양화가 이뤄졌다. 웹툰 열풍이 광고, 애니메이션, 영화, 연극 등 타 매체에 번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웹툰은 ‘막간’을 이용하기 좋은 여가수단이다. 네이버나 다음의 웹툰은 대체로 일주일에 두 번씩 연재된다. 작가에 따라 한 회당 컷 수는 10~60컷까지 다양하지만 분량은 짧은 편이다. 지하철, 버스 등 공공장소에서 태블릿PC나 스마트폰으로 부담 없이 웹툰을 즐기는 이들이 많은 까닭이다.

이들 독자를 공략해 만화를 그리는 이들도 점점 영리해졌다. 기본 실력이 밑바탕 된 그림에 치밀하게 구성한 스토리를 더한다. 스토리형 만화는 소설과 영화와 같은 내러티브 구조를 지닌다.

인기 웹툰은 단행본으로도 출간되고 있다(사진=이코노믹리뷰 송원제 기자).


긴 호흡으로 진행되기에 짜임이 탄탄해야 독자의 마음을 오래도록 사로잡을 수 있다. 에피소드형 만화에도 스토리가 있지만 주로 편당 다른 내용의 단편적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때문에 특히 유머 있는 작품이 인기를 끈다.

내용에 따른 장르도 다양하고 그림의 특성도 제각각이다. 독자는 입맛 따라 선택하면 된다. 인기 작품은 편당 조회 수가 50만~300만회에 달한다. 작가들은 작품에 대한 피드백을 독자의 댓글을 통해 받는다. 물론 웹을 기반으로 하기에 어디에나 악성 댓글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폭소’ 유발자, 에피소드형 웹툰 3選

웹툰을 통해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한다. 네이버에 연재되는 ‘이말년 씨리즈’는 이말년 작가가 황당한 유머를 위주로 구성한 에피소드형 만화다. 네티즌은 이 만화가 기승전결 구조가 아닌 ‘기승전병(病)’ 구조를 따랐다고 해서 이른바 ‘병맛 시리즈’라는 조어를 탄생시켰다. 이후 “‘병맛’이라는 신조어가 황당한 상황이나 창작물을 통칭하게 되었다”고 박석환 만화평론가는 설명했다.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만화는 네이버에 연재되고 있는 조석 작가의 ‘마음의 소리’다. 이 웹툰은 작가 본인의 이름을 딴 주인공이 등장해 황당한 개그를 구사한다.

예를 들면 조석은 지나가는 행인이 길을 묻자 “동아슈퍼 사거리에서 우회전해…”라고 시작하다가 “마법의 성을 지나 늪을 건너 어둠의 동굴 속 멀리 주유소 맞은 편”과 같은 식의 황당한 대답을 쏟아내는 것. 네티즌은 500회 연재를 돌파한 ‘마음의 소리’ 에 수많은 댓글을 달며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음에서 네온비, 캐러멜 작가가 공동으로 연재하고 있는 ‘다이어터’도 인기를 끈다. 이 작품은 건강과 몸매 둘 다 바로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 수지의 다이어트 투쟁기를 그렸다. 많은 여성들의 관심사인 다이어트를 소재로 관련된 에피소드를 엮어 독자로 하여금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평이다.

스토리형 웹툰은 다음 내용을 상상하며 독자가 꾸준히 작품을 찾을 수 있도록, 작가가 이야기 짜임에 심혈을 기울인다. 독특한 소재로 탄탄한 구성을 갖춘 이야기를 선보이기 위해 작가들은 연재 전 몇 달간 사전 취재 작업에 몰입하기도 한다.

연애·액션·스릴러 등 스토리형 웹툰 3選

연재 중인 다음의 대표작은 허영만 작가의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이하 말무사)’다. 그간 ‘타짜’ ‘식객’ 등 히트작을 배출해낸 만화계의 거장 허 작가의 말무사는 드라마 장르로, 칭기즈칸의 일대기를 그렸다. 작가의 역사에 대한 조예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지난해 말부터 연재를 시작해 현재 240회를 넘어섰다.

네이버에서 연재되는 신인 작가 SIU(필명)의 ‘신의 탑’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얻고 있다. 신의 탑은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소녀를 쫓아 탑에 들어간 소년이 탑의 시험에 도전하는 내용. 작품 중 탑은 일종의 세상을 상징하며, 그 정상에 오르면 소년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설정을 지녔다.

네티즌들이 댓글을 통해 결말을 예측하거나, 작가의 팬 카페를 운영하는 현상 등은 본 작품에 대한 높은 관심을 입증한다.

한편 웹툰의 역사에서 시조격인 강풀(본명 강도영) 작가의 작품을 빠뜨릴 수 없다. 처음 웹툰을 유행시키며 ‘아파트’ ‘순정만화’ ‘바보’ ‘어게인’ 등 많은 히트작을 낸 까닭에서다.

이 중 ‘아파트’ ‘바보’ ‘순정만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모두 영화로 제작됐다. ‘순정만화’는 연극 무대에도 올라 몇 년째 꾸준히 관객을 모으고 있다.

올해 초 완결된 ‘당신의 모든 순간’도 순정만화의 뒤를 잇는 드라마 장르로, 강풀 작가는 유난히 연애, 스릴러물에 강하다. 지난해 연재된 ‘통증’도 마찬가지다.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남자와 통증에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여자의 사랑을 다룬 웹툰으로 인기리에 완결됐다.

이후 곽경택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권상우, 정려원을 주인공으로 해 ‘통증’의 영화버전을 제작 중이다.

이처럼 만화가 인기를 끌며 영화, 애니메이션, 연극 등으로 새롭게 제작되기도 한다. 지자체, 정부 기관등이 만화가와 손을 잡고 홍보용 만화를 제작하는 동향이 나타나고 있다.

또 기업들이 자신의 브랜드를 앞세워 만화가들에 광고 만화를 의뢰한다. 이게 다가 아니다. 한 번 인기를 얻은 작가들에 대한 기업의 러브콜은 끊이지 않는다. 이들 기업은 만화의 기획, 제작 단계에서부터 후원을 하거나 계약을 요청한다.

웹툰이 다양한 문화 산업에 진출하자 이에 연결 다리를 놔주는 역할을 하는 회사도 생겨났다.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강풀, ‘이끼’의 윤태호, ‘신과 함께’의 주호민, ‘낢이 사는 이야기’의 서나래 작가 등 다수의 작가가 소속된 누룩미디어가 대표적이다.

이곳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홍종민씨는 “작가들이 창작에 몰두한다면 우리는 비즈니스와 관련된 부분의 업무를 담당한다”고 말했다.

백가혜 기자 lita@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