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양호 회장 / 출처 = 한진그룹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또 한번 구설수에 올랐다. 논란의 시발점은 이번에도 SNS였다. 조종사 노조 관계자와 댓글 공방을 벌이다 갈등이 빚어졌다. ‘소통 강화’를 위한 조 회장의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 역효과를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종사 힘들다니···개가 웃어요”

14일 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최근 대한항공 부기장의 SNS 게시글에 비판적인 논조의 댓글을 직접 달았다.

부기장 김모씨는 지난 13일 ‘여객기 조종사들이 비행 전에 뭘 볼까요’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조종사들이 비행 전 하는 일들을 정리해 올린 글이었다.

여기에 조 회장은 “전문용어로 잔뜩 나열했지만 99%는 새로운 것이 아니며 운항관리사가 다 브리핑해주고, 기상변화는 오퍼레이션센터에서 분석해 준다. 조종사는 GO, NO GO만 결정하는데 힘들다고요? 자동차 운전보다 더 쉬운 오토파일럿으로 가는데. 아주 비상시에만 조종사가 필요하죠. 과시가 심하네요. 개가 웃어요. 마치 대서양을 최초로 무착륙 횡단한 린드버그 같은 소리를 하네요. 열심히 비행기를 타는 다수 조종사를 욕되게 하지 마세요"라고 댓글을 게재했다.

조종사 노조 측은 해당 댓글이 ‘다수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가 웃어요’, ‘과시가 심하네요’ 등 과격한 단어가 사용됐다는 점에서다.

또 해당 댓글 내용에 ‘허위 사실’도 포함돼 있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운항관리사가 브리핑을 해준다’는 내용이 잘못된 사실이라는 부연이다.

노조 측은 오는 15일께 집행부 회의를 열고 이번 논란과 관련된 법적대응 방안 등을 의논할 계획이다.

하필 이런 시점에···

대한항공은 최근 조종사 노조와 임금 협상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3월8일에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조종사 200여명이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연대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사측에게 임금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사측과 아직 2015년 임금협상을 타결하지 못하고 있다. 계속해서 협상이 결렬되자 지난 2월19일에는 투표를 통해 쟁의행위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3월 현재 대한항공에서 일하고 있는 내국인 조종사는 약 2340명 수준이다. 이들의 평균 연봉은 약 1억40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종사 노조 측은 사측이 일방적으로 연봉 인상안을 내놓자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일반 노조와 동일한 1.9%의 인상안이 터무니없이 모자란 액수라는 게 노조 측의 목소리다.

문제는 이들이 쟁의의 ‘타겟’으로 삼은 게 조 회장 일가라는 점이다. 노조 측은 잘못된 재벌구조를 개혁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을 연이어 펼치고 있다. 일부 노조원들은 ‘회사는 적자! 회장만 흑자!’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붙인 채 쟁의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조 회장 입장에서 이 같은 상황이 매우 껄끄러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처음이 아니다

조 회장의 온라인 소통 방법이 입에 오르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조 회장은 지난 2015년 4월께 사내 게시판에 부적절한 댓글을 올렸다는 논란에 휩싸였었다.

당시 한 직원은 ‘소통광장’이라는 사내 익명 게시판에 글을 남겼다. 대한항공 주차장 운영 방침에 대한 불만이 주 내용이었다. 본사 근무자들은 매달 1만8000원의 요금을 내야하지만 다른 직원들은 공짜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었다.

해당 글에는 ‘회사가 직원들에게 주차장을 제공할 의무는 없으며 말 많은 주차장은 없애겠다’는 댓글이 달려 논란이 됐다. 일각에서 해당 댓글을 조 회장이 직접 달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파문은 일파만파 번졌다.

소통을 위해 신설한 게시판이 ‘갑질 논란’, ‘불통 논란’ 등에 휩싸였다는 게 업체 입장에서는 뼈아프다.

다만 사측은 당시 “해당 게시판이 익명 게시판인데 조 회장이 댓글을 달았다는 말 자체가 어불성성‘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논란이 된 댓글의 경우 조 회장이 공개적으로 쓴 것은 아니지만 노조 측이 수위 등에 불만을 품으면서 논란이 커진 것으로 안다”며 “지속되고 있는 조종사 노조와의 갈등 해결에는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