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어요”

도심형 실버타운은 외관성 실버타운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교통이 편리하고 건물 밖 마트, 약국, 음식점 등 다양한 생활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지하철 9호선 증미역에 위치한 서울시니어스가양타워도 그랬다. 로비에 들어서자 10명이 넘는 남녀 시니어들이 시 한 편을 함께 읽으며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다. 평균 나이 여든을 넘겼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을 만큼 활기찬 모습이었다. 시 한구절을 돌아가면서 읊을 때는 눈이 초롱초롱 빛나기까지 했다. 실버타운 입주 회원들에게 제공되는 프로그램은 정말 다양했다. 시, 탁구, 바둑 동호회를 비롯해 피트니스센터, 시니어전용극장, 연회장, 스포츠센터, 노래방 등 각종 부대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헬스장에서 아침 운동 중인 이순자씨(가명).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이순자 씨(가명 76세)는 올해로 입주 8년차다. 부부가 함께 들어와 월 200만원 생활비를 내며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다. 예순될 때부터 인터넷으로 실버타운을 검색해 남편과 함께 보러 다녔다. 살림을 대신 해주는 것은 기본이고 편안한 노년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실버타운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이곳에 들어오려고 경기도 군포시 산본에 있던 아파트는 처분했다. “여기올 때 기대가 컸어요. 밥도 해주고 모든 생활편의 시설이 다 있잖아요. 월 200만원이 비싼 게 아니예요. 파출부, 간병인 두면 그것보다 훨씬 더 비싸니까. 한번은 남편이 아팠는데 제가 운전을 못하니까 병원에 늦게 데려가서 얼마나 가슴이 철렁했는지 몰라요. 여기는 벨만 누르면 의사가 오니 좋죠.”

그는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는 것도 만족스러워했다. “스케줄이 많아요. 하루가 어찌 가는지 모르겠네요. 동호회 활동도 많고 만남 약속도 많아서요.” 평소 자신이 즐겨한다는 운동법도 알려줬다. 얇은 봉을 들었다 내렸다 자세를 바꾸면서 유연한 모습을 보여줘 30대 여성이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그의 하루 일과를 살짝 들여다봤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스트레칭 후 7시 30분경 아침식사를 한다. 오전 9시에는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을 하고 오전 11시까지 라인댄스 수업을 듣는다. 사우나 하면 점심시간. 식사 후 집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사교활동을 한다. 5년간 그림동호회 회장을 하면서 개인전시회도 여러번 열었다. “집안에서 갇혀 사는 느낌이 싫었어요. 노후를 행복하고 우아하게 지내고 싶어요. 체력이 있을 때 더 움직이면서 살고 싶어요.”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어 좋아요”

거실 한 벽면의 채우는 유리창 사이로 푸른 정원과 핑크빛 벚꽃이 눈에 들어왔다. 노부부의 집에서 바라본 앞마당 광경이다. 거실 작은 테이블에는 식단표가 놓여져 있다. “하루종일 그것만 쳐다볼 때도 있다”며 농을 건네는 박노철(가명 77세), 장미희(가명 76세) 씨 부부에게는 여유와 유머러스함을 시종일관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은 만 15년째 ‘삼성노블카운티’에 거주하고 있다. 식사가 입에 맞는 지 묻자 “처음에는 안 맞았다. 밥종류, 진밥, 된밥, 꼬들밥에도 취향이 각기 달라서 요구사항 많았는데, 이제는 노하우가 붙었는지 밥이 참 맛있다”고 답했다.

▲만 15년째 시니어타운에 거주중인 박노철(가명 77세), 장미희(가명 76세)씨 부부.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원래 장 씨는 실버타운 거주에 관심이 없었으나, 남편이 우연한 기회에 이곳으로 데려와 구경시켜준 후 사고의 전환을 가져왔다. 노부부는 “자식들도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는데, 사는 모습보고 지금은 안심할 수 있다며 좋아하더라”고 전했다. 월 임대료는 얼마일까. 2001년 입주 당시에는 부부 기준 240만원에서 현재는 400만원 정도 생활비가 든다고. 그동안 모아둔 노후자금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 노부부가 계속 이곳에 살고 싶은 이유는 24시간 메디컬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번은 장 씨가 쓰러진 적이 있었는데, 의료진 도움으로 위기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다.

박 씨도 쉰살부터 고혈압 때문에 약을 복용해왔다. 그는 “여기 들어오지 않고 사업을 더 확장했으면 성공했겠지만 스트레스로 힘든 삶을 살았을 것이다. 마음 비우고 욕심없이 사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노부부는 매일 6시에 기상해서 2시간정도 체조를 같이 한다. 장 씨는 요일별로 나가는 프로그램과 동호회가 다양하다. 화요일은 리듬체조, 성악, 팝송교실에 가고, 수요일은 피아노와 사군자를 배운다. 목요일에는 인터넷 수업과 그림 및 합창연습을 한다.

“제가 속한 실버합창단은 노블카운티 얼굴이예요(웃음). 대회만 나갔다면 상 타가지고 오니까요. 남편은 사진을 찍고 골프동호회에 자주 나가요. 서로 취미생활하면서 살 수 있다는 것이 좋고, 모든 것이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