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의 후신경은 후각을 담당하는 신경으로, 비강 상부의 점막 안에 있는 감각세포인 후세포에서 나온 가느다란 섬유이며, 사골(篩骨)구멍을 통해 전두개와(前頭蓋窩)에 들어가 뇌의 후구(嗅球)에까지 이른다. 이와 같이 감각세포의 돌기가 직접 중추에 들어간 것은 사람 몸에서는 이 세포뿐이다. 그래서 냄새는 뇌에 빨리 전달되어 사람의 마음을 가장 잘 움직일 수 있다고 본다. 사람을 만나 빨리 감성을 변화시키려면 향수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1920년대 프랑스의 과학자 가트모세가 다양한 꽃들에서 나오는 정유(Essence Oil)에 대해 깊은 연구를 해 ‘아로마 요법’이라는 표현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그 후 제자를 통해 영국에 전해졌으며 주로 미용 목적으로 확대되었다. 정유 성분은 점막을 통해 흡수되어 뇌의 중심부에 직접 작용하며 심신을 유연하게 하거나 활성화한다. 구체적으로는 정유를 휘발시켜 마사지나 목욕에 사용하는 팩이나 화장수에 배합해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비만, 암, 에이즈, 분만 등의 보조적 요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필자도 살을 빼려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아로마 오일을 브랜딩해 주고 목에 걸고 다니라고 한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밥맛이 떨어지며 살을 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밥맛이 더 난다는 사람도 있는데, 이 덕분에 사상체질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라벤더, 카모마일 등은 정신과 육체를 편안하게 해 긴장과 불안을 완화하는 작용을 한다고 한다. 포천의 S요양병원에서 암 환자들에게 라벤더 말린 줄기와 꽃으로 목에 목 베개를 만들어 주고 누울 때나 평상시에도 목에 걸도록 했다. 한 달 후 NK세포 활성도를 전후로 측정해 보니 대부분 면역력이 좋아졌으나 유독 한 사람은 오히려 면역력이 떨어졌다. 그 사람은 소양인이었다.

이처럼 아로마 요법을 다양한 질환에 쓰고 있지만 체질마다 다른 결과를 초래한다. 소양인은 자율신경이 쉽게 흥분되기 때문에 자율신경을 흥분시키는 라벤더는 맞지 않는다. 소양인의 면역을 증진시키려면 카모마일같은 자율신경을 안정시키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것으로 추정된다. 마사지를 할 때는 페퍼민트의 멘톨 성분이나 저먼 카모마일의 카마줄렌 성분이 관절 및 근육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소양인에게 카모마일은 통증 즉 두통, 요통, 신경통, 귀와 치아의 통증과 근육 경련 및 면역 증진, 임파부종, 불면증 등에 응용하면 좋다. 태음인은 라벤더를 피로, 면역증진, 불면증, 진통, 우울증, 갑상선 저하, 위장질환에 유용하게 쓸 수 있으며 레몬은 순환기, 정신적 안정을 준다. 소음인은 소화기 질환 및 모든 통증, 호흡기의 부조화 등에 민트나 페퍼민트를 쓸 수 있고 일랑일랑은 호르몬 분비 평형, 생식기에 유효하다.

티트리는 모든 체질의 면역력을 높여주고 살균작용을 해 모든 감염증을 내쫒는다. 편백나무 아로마는 불면증에 쓸 수 있고, 비염에는 베르가못, 유칼립투스, 레몬, 캐모마일, 로즈우드 등을 사용한다. 암 환자의 면역을 증진시키려면 티트리, 라벤더 레몬, 바질, 유칼립투스, 로즈마리 등을 잘 배합해 향기를 맡게 하면 된다. 우울증에는 제라늄, 네롤리, 너트메그를 코로 흡입하거나 목욕물에 약간 브랜딩해 목욕하면 좋다. 몸에서 열이 날 때는 페퍼민트, 유칼립투스, 블랙페퍼를 블랜딩해 목욕하면 열이 내린다. 치주염으로 잇몸이 아플 때는 티트리, 제라늄, 라벤더와 물 반 컵을 섞어 3~4번 양치하면 완화된다.

이렇게 다양한 질환에 체질을 맞추어 잘 응용한다면 의외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아로마 요법은 단지 어떤 증상의 보조요법일 뿐, 병의원 혹은 한의원의 정확한 진단과 근본적인 치료가 있어야 한다. 또한 단점이라면 가격이 비싸고, 오래 두면 효과가 떨어지거나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아로마 요법은 여러 가지 증상 효과가 있지만, 왜 효과가 있는지 기전에 대한 과학적 규명은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