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뷰]는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사물과 은밀한 대화를 나누는 가상 인터뷰 리뷰 코너입니다.

▲ 출처=화웨이

대륙의 늑대라고 불리는 회사가 있다. 화웨이. 국내에도 이미 잘 알려진 이름이다. 소비자들은 주로 스마트폰으로 화웨이를 기억한다. 차근차근 라인업을 추가해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출시 폰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가 뛰어난 보급형 제품 위주였다.

이젠 프리미엄 시장까지 넘본다. ‘라이카폰’으로 불리는 P9을 정식 출시하면서다. 라이카는 당신 기억 속 그 회사가 맞다. 유서 깊은 독일 명품 카메라 회사 말이다. 소비자 사이에서는 카메라가 비싸기로 유명한 업체이기도 하다. 신상 신분이라 바쁜 P9이 이코노믹리뷰를 찾았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 조재성 기자(조): 你好! 안녕하세요. 당신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처음 모습을 보였을 때부터 관심이 많았죠. 솔직히 ‘라이카’라는 이름 석 자 때문이었습니다. 그게 아니었다면 크게 감흥은 없었을 것 같아요. P9은 라이카에 의한, 라이카를 위한 폰 아닙니까?

화웨이 P9(P): 카메라나 사진을 좋아하는 분들이 특히 저를 좋아한다는 것은 익히 잘 알고 있습니다. 그만큼 라이카 카메라는 유명한 브랜드죠. 전설의 회사로 불릴 정도니까요. 요즘이야 니콘이나 캐논 같은 일본 회사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라이카 고유의 정체성은 변함이 없습니다. 제 뒤태를 보시겠어요? 오른쪽 위를 보세요. ‘LEICA’라고 박혀있는 모습 정말 매력적이지 않나요? 그 왼쪽으로 시선을 옮겨보세요. 눈이 2개 달려 있습니다. 1200만화소인데 하나는 컬러, 하나는 흑백 카메라입니다. ‘라이카’ 하면 감성적인 흑백 아니겠습니까? 저는 컬러 필름과 흑백 모드를 지원합니다. 컬러 모드에서는 라이카 특유의 생생한 색감을 구현해냅니다. 마치 DSLR처럼 정교한 수동 조작도 가능하고요. 어두운 밤에 장노출 사진을 찍어보는 건 어떠세요? 그리고 귀 기울여보세요. 셔터음 소리가 다르지 않나요? 라이카 카메라에 적용된 셔터음을 그대로 따왔습니다. 라이카 감성 그대로입니다. 요즘 폰 카메라 스펙이 상향됐다고는 하지만 이런 감성은 아직 따라오기 힘들지 않을까요.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 조: 라이카는 빨간 딱지 아니겠습니까? 당신 몸에서는 빨간 딱지가 보이지 않네요. 매력이 반감되네요. 라이카라고 하면 비싸기로 유명한 카메라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하기도 하죠. 빨간 딱지 하나 붙었다고 너무 비싼 거 아니냐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당신도 라이카 DNA를 받아들이면서 괜히 엄청 비싸게 팔리는 것 아닌가요?

P: 오해입니다. 일단 가격부터 확인하세요. 한국 출고가는 59만9500원입니다. 라이카 카메라가 수백만 원, 많게는 수천만 원을 호가한다는 점 아시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라이카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폰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제가 프리미엄폰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주세요. 대개 이런 제품은 100만원 내외에 팔리곤 합니다. 50만원대 프리미엄 제품이라고 하면 루나S 정도? 루나S에는 라이카 카메라가 달려있지 않죠. 그리고 제가 해외에서 원래 얼마에 팔렸는지 아십니까? 799달러였어요. 환율을 계산해보면 원화로 93만2000원 정도네요. 그런데 59만9500원이라니 대단하지 않습니까? 물론 제가 올해 중순에 태어났으니 시간차가 있기는 하지만요. 어쨌든 저는 무려 라이카 프리미엄까지 누릴 수 있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가 특출난 프리미엄폰입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 조: 저는 라이카를 더 저렴하게 만나는 법을 알고 있습니다. 라이카 소포트라고 들어는 보셨는지요? 최근 라이카에서 출시한 즉석 카메라입니다. 그런데 라이카 얘기밖에 안 하시는군요. 카메라 말고는 내세울 점이 없는 것은 아닌지요?

P: 라이카 소포트에 대해선 잘 알고 있습니다. 후지필름 인스탁스 시리즈와 유사한 즉석 카메라 아닙니까? 저와는 기능부터 다릅니다. 전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이죠. 물론 카메라만 프리미엄급인 건 아니에요. 일단 저는 충분히 똑똑합니다.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하이엔드 칩셋 기린955를 두뇌로 탑재하고 있죠. 화웨이는 스마트폰 핵심 부품인 AP까지도 스스로 만들어낼 줄 아는 회사입니다. 그리고 제 겉모습을 보세요. 귀티가 흐르지 않습니까? 견고한 항공기 등급 알루미늄 소재입니다. 고급스럽죠? 저를 손에 쥐어보세요. 정말 슬림하죠? 두께가 6.95mm에 불과합니다. 무게도 144g으로 가벼운 편이고요. 제 피부색은 메탈릭 그레이지만 미스틱 실버나 로즈 골드인 친구들도 있습니다. 아이폰 부럽지 않은 발색이죠. 강도를 인식할 수 있는 프레스터치 기능도 지원합니다. 듀얼 IC 급속 충전 기술을 통해 10분만 충전하면 최대 6시간을 통화할 수 있고요. 여기에 생체 지문 인식 기술을 탑재했습니다. 보안 철저!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 조: 지금 통신사 공시 지원금을 뒤져봤습니다. 일단 LG유플러스를 통해 출시됐군요. 그런데 지원금이 너무 짠 것 아닙니까? 월 6만5890원짜리 요금제 기준으로 17만원을 책정했네요. 물론 아이폰 시리즈보단 높지만 후하게 느껴지지는 않네요. 더군다나 다른 프리미엄폰에 비해 출고가가 상당히 저렴하다는 점을 생각하고 지원금 규모를 보면 ‘그럼 그렇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P: 지원금 규모요? 그건 LG유플러스에 말해보세요. 그리고 요즘에 누가 지원금만 받고 폰 사나요? 페이백 같은 불법 지원금 받으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20% 요금할인 프로그램으로 눈을 돌려보세요. 어떤 폰이든 지원금 받기를 포기하면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죠. 6만5890원짜리 데이터스페셜A 요금제 얘기하는 거죠? 요금할인을 택하면 이 요금제 기준으로 매월 1만3200원을 아낄 수 있습니다. 24개월에 총 31만6800원을 할인받을 수 있는 셈이죠. 데이터스페셜A 요금제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하겠습니다. LG유플러스의 데이터 요금제입니다. 통신3사는 정부의 지적으로 데이터 요금제 명칭을 바꿨습니다. 이 요금제는 기존 ‘데이터 59.9’입니다. 데이터 요금제는 음성과 문자를 무제한 제공해 데이터 사용량에 맞춰 월정액을 택하면 되는 요금제죠. 이 요금제의 월정액은 부가세를 포함해 6만5890원입니다. 데이터는 기본적으로 월 11GB를 제공합니다. 이를 다 쓰면 매일 2GB 데이터를 추가로 제공하죠. 이마저도 다 쓰면 추가요금이 발생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속도 제한이 걸려 3Mbps의 비교적 느린 속도로 데이터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습니다.

▲ 출처=화웨이

# 조: 당신을 비롯해 화웨이 친구들이 한국에서 자꾸 얼굴을 비추는 이유는 뭡니까? 자꾸만 눈에 들어오네요. 한국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있는 스마트폰 강국 아닙니까? 당신, 그리고 화웨이가 한국 시장에서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요?

P: 저 이전에도 형제들이 한국에 먼저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X3, Y6, H폰, U폰, 비와이폰 등이 있습니다. 구글과 협업한 넥서스6P도 있고요. 한국 시장은 기회의 땅입니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사태도 있었고 LG전자는 V20을 내놨지만 다소 부진한 모습이다. 한국 소비자는 조금씩 화웨이라는 브랜드를 알아가고 있고요. 중국 업체 중엔 샤오미도 이름을 알리긴 했지만 스마트폰이 한국에 정식 출시되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애플 제외하고는 이른바 ‘외산폰’ 중엔 우리가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블랙베리요? 스마트폰 사업을 접을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시행 이후에 시장 침체가 일어났다고 하지만 이 역시 화웨이에겐 기회로 여겨집니다. 가성비 트렌드가 급부상했기 때문이죠. 한국 소비자들은 ‘중국폰=가성비폰’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중국폰=싸구려’라는 인식도 있지만 우린 프리미엄 라인업도 탄탄하니까 해소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커다란 시장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다만 세계 최고 얼리어답터들의 나라죠. ICT 인프라도 막강하고요. 여기서 인정받는다는 것을 우린 중요 과제로 여길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시장에서 귀중한 피드백을 얻어 앞으로 가야할 길을 찾을 수도 있겠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