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스타’라는 게임이 있었다. 아득한 피처폰 시절 얘기다. 그 당시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이 게임은 조종남 퍼플랩 대표 첫 작품이다. 시리즈화에 성공하면서 누적 매출 600억원을 달성했다.

시간이 흘렀다. 조 대표는 2012년 퍼플랩을 창업해 스마트폰 게임을 만들고 있다. 참신한 시도로 업계 주목을 받으면서 사세를 키워나가는 중이다. 현재 50여명의 직원과 함께하고 있다.

퍼플랩 게임은 독특하다. 같은 RPG(역할수행 게임)라고 해도 다른 모습이다. ‘무한돌파 삼국지’가 대표적이다. 누가 삼국지 소재로 슈팅 액션 RPG를 만들 생각이나 하겠나. 이는 조 대표가 유독 아끼는 게임이기도 하다.

퍼플랩은 지난달 열린 지스타 2016에서 ‘엑소스피어’를 공개해 호응을 얻었다. 2018년 출시로 준비 중인 야심찬 신작이다. ‘드래곤빌리지’ IP(지식재산권)를 기반으로 모바일게임을 만들어 내년에 출시할 계획도 세웠다.

병신년이 끝나가고 있다. 조 대표가 게임업계에 발을 들였을 때와는 시장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국내 게임산업은 지난해 1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다만 질적으로는 나빠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2017년 정유년에는 게임시장이 어디로 흘러갈까. 지난 14일 조 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그의 18가지 게임생각이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1 게임산업 질적 역성장 모바일게임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생존을 위한 수익성이 최우선 되면서 2015년부터 RPG장르에 편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모바일게임 시장이 특정 다수의 입맛에 맞춘 장르만 고집하면서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여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장르의 게임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면 아래 있는 불특정 다수를 끌어안지 못한다면 역성장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2 질적 역성장의 다른 측면 최근 출시한 대형 IP 게임들은 단순히 그래픽만 놓고 따지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중국 게임 개발 수준이 상당히 높은 수준에 오른 것은 인정하지만 아직까지는 국내 개발력이 앞서고 있다는 게 제 의견입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아직 언리얼 엔진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개발진을 찾기 힘든 상황이죠.

#3 올해 하반기 시장 분위기 올해 하반기에는 수익성만을 노린 신작들의 출시가 주춤하면서 시장의 혼탁함이 조금은 정리가 됐다고 봅니다. 내년 상반기에는 다양한 성향과 연령층을 타깃으로 독특한 게임성을 지닌 여러 게임들이 출시되면서 현재의 역성장 우려가 다소 해소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4 내년 모바일 장르 트렌드 액션 RPG가 2014~2015년도를 점령했다면 2016년부턴 MMORPG 등장할 것이라 모두가 예측했습니다. 최근 ‘리니지2 레볼루션’과 같이 MMORPG의 정점을 찍는 게임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하반기엔 독특한 게임들도 선전했어요. ‘데스티니차일드’, ‘아이러브니키’, ‘해전1942’ 등이죠.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은 게임들입니다. 내년에는 MMORPG가 시장의 큰 축을 담당하겠지만 다른 축에는 다양한 게임성을 지신 게임들도 계속 나올 것으로 생각됩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5 장르 편중과 그 해법 모바일게임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습니다. 유저층 또한 다양하고요. 신작이 특정 장르에 치중되는 순간 모든 유저를 끌어들일 수는 없겠죠. 사실 이미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제작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내년 하반기쯤 되면 침체기를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6 RPG, 내수용이라는 오명 국내 시장이 아무래도 RPG 장르에 치중되어 있는 편이긴 하지만 빅 마켓으로 분류되는 중국에서도 RPG 장르가 강세를 띠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북미, 유럽,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도 모바일 RPG에 대한 니즈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습니다. 다만 현지화와 문화적 차이로 인해 흥행 결과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이 또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준비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써머너즈 워'가 북미 시장에서 대박을 거둔 사례가 이를 방증하고 있죠. 온라인게임 역시 십 수년간의 준비 끝에 종주국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것처럼 국내 모바일게임도 내년 또는 내후년부터 본격적인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입니다.

#7 위기 극복, 생각의 전환 과거 모바일게임에 단 기간, 적은 자금을 투자해서 크게 돈을 벌었던 기억들이 있죠. 지금은 그런 시도들에 투자가 이뤄졌는데 성과가 없는 상황이라 위축된 모습인 겁니다.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봐요. 이제는 장기적인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큰 비용을 투자해서, 시간을 들이면 좋은 게임이 나오는 건 명확하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게임업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투자 부문에서부터 해결돼야 하지 않을까요?

#8 IP 트렌드의 미래 유저 모객 효과나 마케팅 측면에서 IP 활용은 큰 장점이 있습니다. 앞으로 IP 활용 범위는 훨씬 커질 겁니다. 오히려 IP 활용이 단순히 게임 개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최근 ‘세븐나이츠’ 스토어처럼 오프라인으로 이어져야지 IP 수명도 훨씬 길어질 것이라고 봅니다. 모바일에서 새로운 IP를 만들고, 그걸 오프라인으로 퍼트리려는 시도가 이어진다면 IP 활용 기조가 점점 더 커지지 않을까요.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9 퍼플랩의 정체성 RPG 개발 노하우를 가지고 게임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시장에 잘 없는 게임들을 만들고 복합 장르를 개발하는 걸 추구하는 편이죠.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게임들을 만드는 것이 목표고요. 그렇다고 해서 나만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려고 하진 않습니다. 시장성까지 갖춘 최고 퀄리티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10 새로운 시도와 인사이트 우리가 남들이 안 하는 시도를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도 시장의 미래를 예측하는 인사이트라고 말하는 게 더 맞을 것 같습니다. 내년과 내후년을 생각해서 게임을 만드는 거죠. 왜냐하면 게임 만드는 게 오래 걸리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지금은 독특해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조금 더 미래에 대한 인사이트를 가지고 접근하는 겁니다.

#11 갓겜의 조건 경험을 비춰보면 같이 만났을 때 그 게임에 대해 다양한 얘기들이 오가고, 토론이 가능하고, 계속 얘기할 거리가 있는, 그런 게임이 갓겜인 것 같아요. 단순히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다, 이런 건 갓겜 아닌 것 같습니다.

#12 엑소스피어와 지스타 전시용 빌드를 미리 준비한 게 아니라서 걱정 많았습니다. 지스타 이후 국내를 비롯한 북미 퍼블리셔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에겐 중요한 게임이기 때문에 서비스를 가장 잘할 수 있는 업체와 계약할 예정입니다. 개발 단계는 20% 내외로 보고 있습니다. 내년에 개발을 완료하고 2018년 1분기에 출시할 계획입니다.

▲ 출처=퍼플랩

#13 엑소스피어 핵심 콘텐츠 언리얼 엔진4를 사용한 하이 퀄리티 비주얼이 핵심인 신개념 슈팅 RPG입니다. 메카닉을 좋아하는 유저를 타깃으로 삼았습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나만의 메카닉을 만들어가는 것이 핵심 요소입니다. 파츠를 모아 조합해서 다양한 종류의 외형을 가진 고유의 메카닉을 만들 수 있습니다. 휴대폰에 저장된 이미지를 문양으로 적용해 메카닉을 꾸밀 수 있게도 할 예정입니다.

#14 SF 메카닉 콘셉트 저는 어렸을 때 정말 많은 프라모델을 만든 사람입니다. 프라모델을 만들었던 기억이 녹아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최근에 나온 메카닉 게임들은 대부분 퀄리티가 극도로 높진 않았습니다. 우린 20~40대 남성들 근간의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수준의 고퀄리티 메카닉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은 겁니다.

#15 퍼플랩의 가상현실 당장 공개할 건 없습니다. ‘엑소스피어’ 리소스들이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상당히 고퀄리티로 만들고 있기 때문에 굳이 가상현실 리소스를 따로 만들 필요는 없는 상황입니다. PC로 돌려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16 가상현실 선점 전략 가상현실 기기 성능은 평준화될 게 분명합니다. 결국엔 가상현실 게임도 게임을 잘 만드는 플레이어들이 점령할 시장이라고 생각해요. 우린 게임성 위주로 지속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게임을 잘 만드는 회사에 기회가 더 올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17 글로벌 흥행 노하우 콘셉트의 허들을 넘어야 합니다. 글로벌 무대에서 다 통할 수 있는 콘셉트를 찾아내야 합니다. ‘무한돌파삼국지’는 삼국지 콘셉트이니 해외에서 흥행하기엔 한정적일 겁니다. 반면 ‘드래곤히어로즈’의 경우 드래곤이라는 콘셉트는 어딜 가도 모든 사람이 친숙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해외 성과를 많이 봤다고 생각합니다.

#18 퍼플랩의 미래 일단 내년에 드래곤빌리지를 런칭하기 때문에 이 게임으로 좋은 성과를 내는 게 목표입니다. 이를 계기로 퍼플랩이 개발도 잘하고 서비스도 잘하는 회사가 되면 좋겠네요. 우리 비전은 훌륭한 게임 개발사가 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