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봐도 키보드다. 무광 블랙에다가 유독 튼튼하게 생겼다. 들어보면 제법 묵직하다. 격렬한 타이핑에도 미동하나 없을 것 같다. 케이블도 상당히 두껍다. 게임이든 문서 작성이든 든든하게 수행해낼 것만 같은 키보드다. 제품 왼쪽 상단에는 ‘CORSAIR’라는 글자가 보인다. 그 앞에 범선을 본 뜬 로고가 자리한다. 커세어 스트레이프 MX 사일런트다. 미국 브랜드 커세어의 기계식 키보드다. 지난 23일 그 키보드가 이코노믹리뷰를 찾아왔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몸을 붉혔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조재성 기자(조): 안녕하세요. 사물인터뷰로 키보드를 만나보는 건 처음이네요. 기계식 키보드라고요? 잘 알고 있습니다. 요즘에 한국에서도 그런 키보드 사용하는 사람들 많더라고요. 사실 당신 프로필을 봤을 때 뭔가 이상했어요. ‘저소음 기계식 키보드’라니요. 무알콜 소주나 무탄산 사이다 느낌이네요. 모순 아니냐는 겁니다. 기계식 키보드라면 타자기 못지않은 경쾌한 타건 소리가 먼저 생각나는데요?

커세어 스트레이프 MX 사일런트(커): 반갑네요. 일단 얘기하고 싶은 건 기계식 키보드라고 다 똑같지 않다는 겁니다. 기계식 키보드는 소리가 크다? 편견입니다. 전에 기계식 키보드 써보셨어요?(기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주변 사람들이 시끄럽다고 뭐라 했죠?(다시 끄덕인다.) 보세요. 절 사용한다면 그럴 염려가 없습니다. 조용한 사무실에서 마음껏 두드려도 눈살 찌푸리는 사람 하나 없을 겁니다. 지금 저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타건해보세요. 직접 두드려봐야 테크놀로지를 느낄 수 있죠.

조: 정말 조용하네요. 보통의 일반 키보드보다도 조용한 것 같아요. 물론 아예 소리가 안 나는 건 아니지만 이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요. 신기하네요. 저는 사실 사무실에서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가장 시끄럽기로 악명이 높은 청축 스위치를 탑재한 제품을 사용하고 있죠. 그래서 가끔 민원이 들어오기도 해요. 동료 기자들이 “너만 기사 쓰냐?”고 말합니다. 키보드 소리로 일한다는 생색을 내고 있는 느낌이죠. 조용한 기계식 키보드라니 매력 있네요. 기계식 키보드 특유의 치는 맛은 그대로고요.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거죠? 시중에 비슷한 제품이 없는 것 같던데.

커: 독일에 체리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수많은 기계식 키보드에는 거기서 만든 스위치가 들어있어요. 키캡을 벗겨보면 스위치를 확인할 수가 있죠. 저는 체리의 독점 기술이 담긴 ‘MX 사일런트 스위치’를 탑재했습니다. 이 스위치를 내장한 키보드는 제가 유일하죠. 각 키에는 정교한 소음 방지 댐프닝 시스템이 장착됐습니다. 따라서 기존 기계식 키보드보다 30% 이상 조용합니다. 강력한 타건감은 그대로고요. 원리요? 인위적인 고무 O-링을 사용하거나 키 외부에 다른 퀵-픽스피팅 장칙를 장착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모든 키가 눌렀다가 튀어 올라올 때 발생하는 소음을 크게 줄여주는 특허 받은 소음방지 장치를 사용했습니다. 적축과 흑축 2가지 버전이 있고요. 저는 적축입니다. 흑축보다는 가벼운 타건감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조: 음, 커세어라는 회사에 대한 설명도 좀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사실 한국에서는 키보드나 마우스라고 하면 커세어를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특별히 관심 있는 게 아니라면 아마 로지텍 정도를 알겠죠. 커세어는 어떤 회사인가요? 일부 게이밍 기어 커뮤니티에서는 ‘허세어’라고 불리기도 하던데.

커: 허세어라는 말 잘 알고 있어요. 비교적 비싼 가격대 때문에 그런 말이 생긴 것 아닌가 싶네요. 그래도 그 말이 비하의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품질에 만족한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인정하시죠? 커세어는 1994년에 세워진 회사입니다. 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어요. 게이밍 기어도 유명하지만 원래는 PC 부품으로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습니다. 유저들 사이에서 명성도 얻었고요. PC 메모리, USB 드라이브, 전원 공급 장치, PC 케이스, 쿨러 등등. CPU(중앙처리장치)나 그래픽카드 등 일부 부품을 빼고는 다 만들죠. 게이밍 키보드와 마우스를 출시한 건 비교적 최근인 2011년입니다. 고퀄리티 제품으로 금방 브랜드를 알릴 수 있었죠. 현재 60여개국에 커세어 제품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조: 다시 당신에 대해 이야기합시다. 앞서 조용하다는 점을 주로 언급하셨잖아요. 그렇다면 다른 특징을 없나요? 아까부터 몸을 붉히고 있는데 혹시 숨기고 있는 부분이 있는 건 아닙니까?

커: 무광 블랙과 붉은색 LED 조명의 조화가 멋지지 않나요? 변화무쌍한 색으로 설정 가능한 RGB 모델도 있지만 저만의 매력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온보드 콘트롤러와 체리 MX 라이트닝 기술을 적용해서 전용 소프트웨어로 사용자 마음대로 조명 설정이 가능합니다. 기본 패키지에 소프트 터치 손목 받침대도 기본 제공해줘요. 게임이나 업무할 때 편안함을 유지할 수 있죠. 프로그래밍 가능한 매크로 기능은 기본입니다. 풀사이즈 104키 타입으로 무한 동시 입력도 지원합니다. 아무리 빠른 입력도 하나 놓치질 않죠. 또 질감 있고 굴곡진 회색 키캡을 추가로 줍니다. 게임에 자주 사용하는 키에 끼우면 유용할 겁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조: 마지막으로 최근 한국에 기계식 키보드 구매를 고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격이 비싸서 망설이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또 키보드 종류가 너무 다양해서 뭘 사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도 상당수인 걸로 압니다. 기계식 키보드로서 기계식 키보드를 잘 고르는 방법을 소개해주신다면?

커: 기계식 키보드를 잘 고르기 위해서는 역시 공부가 필요합니다. 일단은 일반 멤브레인 키보드와의 차이를 알아보고 정말로 기계식 키보드가 필요한지를 검토해봐야겠죠. 그 다음에는 어떤 스위치를 탑재한 모델을 고를지 선택해야 합니다. 크게 청축, 적축, 갈축, 흑축으로 나뉩니다. 각각 소리라든지 키압이 다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타건해보는 겁니다. 용산 전자상가에 가면 키보드 전문 매장이 있는데 타건해볼 수 있죠. 아니면 인터넷에서 타건 영상을 찾아보세요. 자신에게 맞는 스위치를 찾는 게 중요합니다. LED 라이트닝 효과도 고려 대상입니다. 제품마다 LED 색상이라든지 효과가 다릅니다. 텐키리스인지 풀사이즈인지, 비키 타입인지 등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가격도 중요하죠. 요즘엔 5만원 이하 기계식 키보드도 나옵니다. 이런 요소를 따지다보면 결국에 브랜드와 모델은 추려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