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 쥐가 나타났다. 그것도 3마리씩이나. 로지텍 신상 마우스 셋이다. ‘마우스’ 하면 로지텍 아닌가. 이 스위스 회사는 이미 다들 잘 알고 있는 브랜드다. 로지텍은 정말 다양한 마우스를 만들어낸다. 사무용부터 게이밍 마우스까지. 라인업이 짜임새가 견고하다. 지난 6일 이코노믹리뷰를 찾은 셋은 출시된 지 3개월이 지나지 않은 따끈한 친구들이다. 하나는 빨갛고 아담했다. 이 빨간 마우스가 검은 양복 보디가드 둘을 대동하고 온 것 같은 모습으로 등장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조재성 기자: 안녕하세요. 살다 살다 마우스 분들이랑 좌담회를 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영광입니다. 사실 마우스란 게 흔한 물건 아닌가요? 사무실이든 집이든 하나씩은 꼭 있잖아요. 제품별로 기능이 큰 차이가 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여러분들은 그래도 각각 개성이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자기만의 장기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빨간 분부터 차례대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빨간 마우스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네? 조금 더 우렁차게 말씀해주세요.

M331 사일런트 플러스: 제 특기는 소곤소곤 말하기입니다. 다른 마우스를 떠올려보세요. 클릭하면 ‘딸깍’ 소리를 냅니다. 예민한 분들에겐 그 소리도 곤혹스럽죠. 저는 다릅니다. 90% 이상 소리를 덜 냅니다. 클릭감은 똑같고요. 제가 바로 마우스 최초로 ‘콰이어트 마크’를 받은 제품입니다. 공신력 있는 영국 소음저감협회(NAS)가 주는 국제 인증 마크예요. 케이블 연결이 필요하지 않은 무선 마우스이기도 합니다. 10m 거리에서도 무선 연결이 가능하죠. 무선 마우스는 배터리 교체하는 게 귀찮다고요? 전 AA 배터리 하나로 24개월을 먹고살 수 있습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G102 프로디지: 국내 PC방을 평정한 마우스가 있습니다. 로지텍 G1입니다. 적당한 가격에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마우스죠. 존경합니다. 다만 지금은 단종됐죠. 갖고 싶어도 가질 수가 없습니다. 안타깝다고요? 그렇다면 절 가지세요. 저는 G1의 DNA를 이어받은 마우스니까요. 당신 손으로 저를 감싸보신다면 바로 알 수 있을 겁니다. G1의 느낌 그대로죠. G1보다 발전된 부분도 있습니다. 1680만 컬러 RGB 라이팅을 지원하죠. 버튼 수도 6개로 늘어났고요. 가격은 2만원대입니다. 게이밍 마우스 치고는 저렴합니다. “이 친구 탁월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갖췄네”라고들 말씀하시더라고요. 사실 G1 신화를 뛰어넘고 싶은 마음입니다. PC방 사장님들 저를 주목하세요.

G403 프로디지: 저 역시 게이밍 마우스입니다. 솔직히 실력으로는 G102보다 낫죠. 프로게이머들이 저를 아주 좋아하더군요. 현존 최상위 마우스센서인 픽스아트 PMW3366이 달려있습니다. 다른 마우스랑은 정밀도라든지 신속함이 다르죠. 로지텍 게이밍 라인업 최상위 모델인 G900과 견줘도 손색없다고 자부합니다. 직물 소재 케이블이 제공되지만 무선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특이하지 않나요? 대개 게이머들은 무선 마우스를 싫어합니다. 유선에 비해 안정적이지 않고 응답률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 탓이죠. 전 달라요. 2.4GHz 무선 연결로 보통의 유선 마우스를 뛰어넘는 응답률을 자랑합니다. 저를 쥐어보면 ‘인체 공학적 설계’라는 게 뭔지 체감할 수 있을 겁니다. 10g의 무게추로 취향에 맞게 무게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주세요. 우리가 말로만 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하나하나 직접 쥐어보세요.

▲ 왼쪽부터 G102, M331, G403.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조재성 기자: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한 번 쥐어보겠습니다. 먼저 M331부터. 가장 궁금했거든요. 무소음 마우스라니. 뭐, 소리가 아예 안 들리는 건 아니네요. 마치 벽시계 소리처럼 귀를 기울이면 어느 순간 들리는 정도입니다. 고무 재질이라서 그런지 부드럽네요. 그런데 제 손에는 조금 작은 것 같습니다. 손이 큰 편이기는 합니다. 길게 펼쳤을 때 키보드 ‘F1’ 키에서부터 ‘F12’ 키 절반을 가리는 길이입니다. G102는 G1의 느낌 그대로네요. 표면의 질감이 유광 코팅이 된 G1보다는 거친 느낌입니다. 오히려 게임을 할 때 손이 덜 미끄러지겠네요. 키압은 상당히 가볍습니다. 경쾌하게 다가오네요. G403의 경우 G102과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묵직합니다. 무게추를 빼버려도 묵직함이 남아있죠. 또 등이 솟아있네요. 그래서인지 손에 밀착되는 느낌입니다. 팜그립을 선호하는 유저에게 적당할 것 같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G102이랑 G403의 경우 라이팅 효과가 너무 현란한 것 같아요. 빨강, 파랑, 노랑 등등. 색깔이 계속 바뀌네요. 눈이 아플 지경이에요. 이런 걸 좋아하는 분도 있겠지만 어떻게 조절이 안 될까요?

M331: 두 친구가 너무 현란하긴 하죠. 방법이 있습니다. 로지텍 게이밍 소프트웨어(LGS)를 사용하세요. 조명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합니다. 취향에 맞게 색상과 스타일을 세밀하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 1680만개 색상 중에 고를 수가 있죠. 원래 이런 RGB 라이팅은 고가 제품에 주로 적용됩니다. 10만원이 넘는 G403의 경우는 몰라도 G102는 의외죠. 사람들이 G102를 ‘가성비 마우스’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LGS에서 조명 효과만 바꿀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마우스 민감도라든지 버튼 설정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 G403과 G102의 라이팅 효과.

조재성 기자: 각자 색깔이 확실하네요. 아쉽지만 마지막 질문입니다. 당신들은 누군가의 ‘인생 마우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가능성은 충분해보입니다. 우린 반대로 생각해보죠. 어떤 유저를 만나고 싶습니까?

M331: 아무래도 저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유저가 좋겠죠. 독서실에서 노트북으로 자주 과제를 하는 대학생이라든지 고요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회사원을 만나고 싶습니다. 조용한 제가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죠. 이왕이면 손이 작은 분이 저랑 더 밀착될 것 같네요. 정유년은 붉은 닭의 해입니다. 공교롭게도 전 붉은 마우스입니다. 올해는 M331의 해가 되지 않을까요?

G102: G1을 그리워하는 분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원래 가질 수 없으면 더 간절해지는 법이죠. 그런 분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G1의 대체품 인생을 살고 싶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저를 통해 그들이 G1을 잊을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합니다. 또 저를 게이밍 마우스로만 봐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게임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심플한 디자인이죠. 저와 함께 게임에서도 승리하고 일 처리도 정밀하고 신속하게 진행해보는 건 어떨까요?

G403: 요즘 대세 게임 ‘오버워치’ 고수 유저와 함께하고 싶습니다. FPS(1인칭 슈팅게임)에서 마우스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눈앞에 나타난 적을 재빨리 조준해서 제압하지 않으면 자신이 죽어버리기 때문이죠. 저와 함께한다면 적어도 마우스 때문에 게임에서 지는 경우는 없을 겁니다. 지금 ‘오버워치’는 경쟁전 시즌3가 한창이죠. 저와 함께 평점 4000점 이상 초고수의 길을 걸어보는 건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