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의 가치는 그를 소비하는 이들이 만든다. 그래서 콘텐츠를 생산하는 이들은 이용자들에게 친숙한 소재들을 끊임없이 찾아내려고 노력하며, 가능한 수요가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매력적인’ 이야기들을 이어가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처음에 이야기가 시작된 의도와 달리 배경이 추가되고 이야기가 확장된다. 이른바 ‘설정의 추가’다. 이러한 스토리 확장은 결국 하나의 ‘세계관’을 이루고, 콘텐츠가 다양한 표현법으로 활용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이번 시간에는 웹툰계의 전국노래자랑 격인 ‘마음의 소리’와 개그 소재로까지 활용되는 ‘그리스 신화’의 세계관을 소개하고자 한다.      

▲ 출처= 마음의소리 웹드라마 공식 홈페이지

마음의 소리 “일상만화에서 시작해 평행세계관 까지?” 

2006년 9월 8일 제 1화 <진실> 편으로 연재를 시작한 네이버 웹툰 마음의 소리는 올해로 연재 11년째를 맞는 ‘보기 드문’ 장수 콘텐츠다. 조석 작가 자신이 곧 주인공인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일상개그 만화 마음의 소리는 누적 조회수 50억, 누적 댓글 수 1천만 건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약 10년이 넘는 연재기간 동안 단 한 번도 마감일자와 시간을 어긴 적이 없는 작가의 성실성도 인기 유지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조금은 우스운 접근일 수 있지만 마음의 소리도 초반의 배경 설정에 주요 등장인물들을 추가하거나 새로운 구성을 소개하면서 만화를 전개하는 등으로 세계관을 확장한 케이스다. 

마음의 소리 초기의 주된 소재는 조석 작가의 의경 군생활, 학창시절, 편의점 아르바이트 에피소드 등이었다. 주변의 다른 인물들을 망가뜨리는 것 보다는 주인공 자신이 이리저리 ‘치이고’, ‘망가지고’, ‘소외당하는’ 등의 웃픈 이야기들을 통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여기에 조 작가는 자신들의 가족들을 하나 둘씩 주요 등장인물로 추가하기 시작한다. 

▲ 출처= 네이버 웹툰 마음의 소리.

처음에는 자신의 형인 ‘조준’ 씨를 캐릭터로 출연시켜 형제의 어린 시절 에피소드를 그려내는가 하면, 이후 아버지, 어머니. 애완동물, 여자친구(현재의 아내), 여자친구의 부모님들을 만화에 등장시키며 본인 위주의 에피소드에서 가족 이야기로 세계관을 확장했다. 이렇듯 유기적인 배경의 확장으로 인해 마음의 소리에는 다양한 성격을 지닌 캐릭터들로 완성됐고, 웹툰이라는 고유 영역을 벗어나 게임,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으로 활용되는 원동력이 된다. 

처음에는 주요 에피소드를 모은 단행본 출간으로 활용되던 콘텐츠는 디펜스(방어) 형식의 모바일 RPG(롤 플레잉 게임) ‘마음의 소리’로 재탄생됐다. 등장 인물들의 재미있는 특징을 잘 살린 본 게임은 수많은 마음의 소리 고정 팬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이후, 마음의 소리는 TV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됐으며 지난해에는 온라인을 통해 선 공개되는 웹 드라마로도 제작됐다. 웹 드라마 마음의 소리는 역대 웹드라마 조회수 1위에 오르며, 원작 콘텐츠의 인기를 성공적으로 이어갔고 공중파 방송으로도 편성된다. 

재미있는 것은 조석 작가는 마치 마블이나 DC의 작품들처럼 드라마로 방영되는 마음의 소리와 자신의 만화를 하나의 평행 세계관으로 설정한 에피소드를 그려내기도 했다.

일상만화에서 시작해 점점 확장된 세계관으로 콘텐츠 활용의 가치도 함께 키워나간 마음의 소리는 국내 콘텐츠 역사에 길이 남을 전설로 그 입지를 점점 굳히고 있다. 

그리스 신화 “개그 소재로도 활용되는 신(神)들의 이야기”

현존하는 거의 모든 국가는 자신들의 시작을 ‘대단하다’고 강조하는 신화(神話)를 보유하고 있다. 대개 각 나라의 신화는 국가에 대한 국민들의 소속감을 높임과 동시에 구성원들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용도로 활용되곤 한다. 이러한 신화에 절대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사람들에게 계속 전승되기 위해 첨가되는 극적인 요소와 매력적인 주인공, 그리고 창조주를 언급하는 등의 세계관이다. 수많은 나라의 신화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드라마틱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전해지는 것이 바로 그리스 신화다. 그리스 신화가 생성된 시기는 대략 B.C 3000년 혹은 그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약 500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며 수많은 콘텐츠의 원 소스가 되고 있다.

▲ 출처= CJ E&M

그리스 신화의 주된 배경은 신들의 공유지(共有地)인 올림포스 산이다. 천둥, 번개를 다스리는 신들의 왕 제우스를 포함해 그의 형제, 가족들로 구성된 12명의 신들이 서로 사랑하고 오해하고 갈등을 겪는 과정에서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탄생한다. 

이야기의 면면을 살펴보면 사실 전지전능한 신들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인간의 특정 속성이 극대화된 캐릭터들의 이야기다. 

인간 여자의 미모에 반해 그를 납치해 감금하고 자신의 여자로 만드는 신들이 있는가 하면, 복잡한 여자관계 문제를 아내인 헤라 몰라 수습하기 위해 쩔쩔매는 제우스의 모습은 영락없는 찌질이 불륜남이다.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는 비겁함도 서슴지 않는다. 

이러한 방식의 스토리텔링은 드라마틱한 구성을 만들었고, 다양한 표현법을 통해 재해석되기에 이른다. 모 케이블 방송의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는 그리스 신화 애니메이션을 소재로 많은 이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신들의 이야기를 가장한 사람들의 천태만상을 그려낸 그리스 신화는 앞으로도 몇 백년, 아니 그 이상을 ‘우려먹을’ 수 있는 콘텐츠로 여겨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