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사물과 대화를 나눴다. 사물인터뷰 열 번째 이야기.

카메라 손님이 또 찾아왔다. 올림푸스 펜 F(관련 기사 링크)보다는 작고 아담한 사이즈. 미러리스가 아닌 하이엔드 컴팩트 카메라다. 다른 말로 하면 ‘똑딱이’다. 펜 F와 닮은 구석도 있다. 디자인만 보면 필름카메라(필카)가 생각난다는 점이다. 겉보기와는 달리 최신 기능으로 무장했다는 점도 닮았다. 그의 이름은 후지필름 X70이다.

▲ 출처=후지필름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필카를 가장한 똑딱이군요.

후지필름 X70: 그렇다고 할 수 있죠. 대개들 렌즈를 바꿀 수 없는 카메라를 두고 똑딱이라고 하더군요. 똑딱이라고 다 같은 똑딱이는 아닙니다. 제 입으로 말하긴 부끄럽지만 전 특별해요. 바디에 단렌즈가 달린 똑딱이죠. 28mm(환산) 화각에 조리개 값이 F2.8인 밝은 광각 단렌즈가 달려있습니다. 다른 똑딱이에 달린 어두운 디지털 줌렌즈와는 차원이 다르죠.

똑딱이 성능이 다 거기서 거기 아닌지.

후지필름 X70: 아닙니다. 요즘 똑딱이는 무시할 수 없어요. 폰카메라보다는 훨씬 뛰어난, 렌즈 교환식 카메라에 버금가는 성능을 자랑하는 제품들이 많죠. 저도 마찬가지고요. 괜히 하는 말이 아닙니다. 제 몸엔 후지필름의 플래그십 카메라 X-T1과 같은 APS-C 센서가 달려있어요. 비슷한 수준의 고화질 이미지를 얻을 수 있죠.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후지필름’이라고 하면 특유의 색감이 떠오르네요.

후지필름 X70: 뭘 좀 아시는군요. 후지필름이 사실 필름으로 유명한 회사죠. 80년 넘게 쌓아온 필름 노하우를 디지털 카메라에서도 발휘하고 있죠. 필름 특유의 색상과 색조를 디지털 이미지에서도 확인 가능합니다. 저 역시도 필름 느낌 충만하고요. 필름 시뮬레이션 옵션도 제공하니 참고하세요.

단렌즈라니, 줌이 안 되면 불편할 수도 있겠네요.

후지필름 X70: 그럴까봐 디지털 텔레컨버터 기능을 준비했죠. 광학식 줌은 아니지만 이 기능을 통해 35mm와 50mm 화각으로도 세상을 볼 수 있어요. 렌즈를 자동초점(AF) 모드로 놓고 포커스 링을 돌려보세요. 줌이 되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필카풍 디자인은 취향 저격이네요.

후지필름 X70: 예쁘죠? 요즘 유행하는 클래식 레트로 디자인입니다. 권위 있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2016에서 수상하기도 했다고요! 디자인만 아날로그인 건 아니에요. 상단에 달린 각종 다이얼이 수동 조작의 맛을 살려주죠. 이걸로 셔터스피드나 노출보정이 가능합니다. 조리개는 3분의 1 또는 1스탑 단위로 정밀 제어 가능하죠.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다이얼이 많아 조작이 어려워 보입니다.

후지필름 X70: 걱정 마세요. 상단 자동 모드 레버를 오토(AUTO)로 설정해보세요. 찍는 대상을 인식해 미리 세팅된 값에 따라 최상의 이미지를 얻게 해주죠. 셔터만 누르세요.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할 테니. 뒷면 LCD 모니터도 조작이 쉬워요. 일반 스마트폰처럼 화면을 쓸어넘기는 등의 다양한 터치 조작이 가능해요. 모니터를 180도 회전시켜 로우앵글이든 하이앵글이든 셀프카메라든 모두 손쉽게 찍을 수 있고요.

다른 기능은 뭐 없나요?

후지필름 X70: 당연히 있죠. 일단 파노라마 촬영이 가능해요. 180도와 120도 파노라마 사진을 찍어낼 수 있죠. 다중 노출도 가능합니다. 한 장의 이미지를 찍은 뒤 또 한 장을 그 위에 겹쳐 찍을 수 있어요. 필카 시절에 애용되던 기법이죠. 예술성이 묻어나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어요. 8가지 매력적인 아트필터도 꼭 활용해보세요. 그리고 풀 HD 동영상 촬영도 지원한답니다.

스마트폰 앱도 있다면서요?

후지필름 X70: ‘후지필름 카메라 리모트(FUJIFILM Camera Remote)’ 말이죠? 앱마켓에서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이 앱을 이용하면 폰으로 저를 원격 조종할 수 있어요. 셔터를 누르는 건 물론이고 셔터스피드나 조리개 값 등을 바꿀 수도 있죠. 버튼 하나만 누르면 메모리카드에 저장된 사진을 폰으로 전송하는 것도 가능하고요. 전송한 사진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다음은 후지필름 X70으로 촬영한 무보정 원본 사진입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조재성 기자

POINT 짧은 첫 만남 이후 일주일 남짓을 함께했다. 어딜 가든 야외에 나갈 땐 X70 데리고 갔다. 외투 주머니에 넣을 수 있을 만큼 몸체가 작았다. X70은 어둠에 강한 카메라였다. 오토 모드로 생각 없이 셔터를 눌러도 사진이 쉽게 흔들리는 법이 없었다.

해가 넘어간 시간이든 어두운 실내에서든 내색하지 않았다. F2.8이라는 조리개 값 덕분일 수도 있겠다. 비밀은 ISO 감도 설정에 있다. ISO를 최대 5만1200까지 올릴 수 있다. ISO을 올려도 노이즈를 쉽게 발견할 수 없었다. 이미지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건 초보자도 쉽게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근접 촬영에서도 빛을 발했다. 피사체와 10cm만 띄우면 초점이 잡혔다. 탁월한 접사 능력이다. 근접 촬영을 통해 배경 심도가 낮은 아웃포커싱 사진을 얻기도 쉬웠다. 기계식 셔터의 경우 너무나도 조용해서 찍는 재미가 덜하긴 했지만 덕분에 거부감 없이 인물에 다가가 셔터를 누를 수 있었다.

가격은 다소 부담스럽다. 인터넷 최저가 기준 80만원대. 괜찮은 미러리스 카메라를 구할 수도 있는 가격대다. 디지털 텔레컨버터 기능이 있긴 하지만 단렌즈가 조금 불편한 건 사실이다. 35mm와 50mm 화각으로 전환이 가능할 뿐이지 세밀한 확대와 축소는 할 수 없다.

X70이 똑딱이 그 이상인 것은 분명하다. 물론 다른 카메라 브랜드에서도 매력적인 똑딱이를 선보이긴 했다. 파나소닉 루믹스 LX10나 소니 RX100 V 같은 제품 말이다. X70과는 달리 요즘 물건 같은 디자인이다.

그렇다고 X70이 디자인 측면에서 이 카메라들에 뒤진다고 말하긴 어렵다. 조금 투박하지만 멋스러운 디자인이다. 오래 볼수록 예쁘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어떤 환경에서든 손쉽게 후지필름 특유의 색감이 느껴지는 사진을 얻고 싶다면 이 카메라를 선택해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