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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터놓고 얘기합시다] "차라리 파산자로 살아도 좋다"파산선고 받고 면책못받는 경우 많아..파산자로 살 수도

전화기 넘어 힘없는 목소리다. “길가에서 통닭집을 하면서 가게 운영할 때 돈을 많이 빌렸어요” K씨(여)는 현재 2억원이 넘는 빚이 있다고 했다. 이중 절반가량은 주변의 지인들에게 빌렸다. 올해 그 녀의 나이는 65세다.

“가게 운영할 때 운영비와 재료비가 부족해서 급한 대로 일수를 찍기도 했어요. 금융기관 보다는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는 것이 수월했어요.”

가게는 매달 적자였다. 월세와 재료비를 충당하면 남는 게 없었다. 빌린 돈의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매달 손해를 보는 상황이었지만 `언젠가는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버텨왔다.

“제가 빌린 돈의 이자도 못 주는 상황이 되니까 주변 사람들이 심하게 독촉을 했어요. 일상적인 생활이 되지 않았어요” 이런 상황이 되자 사위가 나섰다. 장모의 채무를 갚아주기로 한 것.

그 녀는 “제가 돈을 빌린 사람들로부터 심한 말을 듣고 안절부절 못하니까, 사위가 저에게 돈을 주면서 갚으라고 했어요. 혹시라도 돈을 딴 곳에 쓸까봐 나중에는 사위가 직접 채권자들에게 돈을 갚아 주었습니다” 라고 말했다. K씨는 딸과 사위에게 미안할 뿐이었다.

빚이 계속 늘어나고 사위에게도 면목이 없게 되자 K씨는 당시 소유하고 있던 아파트를 팔기로 했다. 아파트를 팔고 나니 약 7천만원 정도 돈이 남았다고 했다. 이 중에서 5천만원은 그 동안 자신의 채무를 갚아 준 사위에게 줬다. 이제 남아 있는 빚은 2억 5천만원이고 채권자는 지인들과 일수업자 포함 20명이 됐다.

그녀는 이런 상태에서 개인파산을 신청하는게 좋을지 전화를 걸어왔던 것이다.

지인 채권자 많으면 파산신청에서도 불리하다

금융기관 채권자와 달리, 개인채권자는 채무자가 파산절차를 밟을때 입게될 피해를 감당하기 쉽지 않다. 채무자의 파산으로 그에게 돈을 빌려 준 채권자가 파산할 수도 있다. 연쇄도산의 전형이다.

영세자영업자는 금융기관에서 대출받기 쉽지 않다. 때문에 주변의 친한 지인에게 돈을 빌리는 경우가 흔하다. 신용이 필요 없는 일수 돈을 쓴다. 돈을 쉽게 빌릴수 있는 만큼 이자는 높고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은 커진다. 이렇게 되면 파산의 위험성은 커진다.

채무규모가 한계에 이른 채무자가 법원에서 파산과 같은 채무조정을 할 때, 법원이나 전문가가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채권자의 구성이다. 아무래도 채권자의 구성이 금융기관보다 개인들로 많이 이루어졌다면 채무조정과정에서 그 개인채권자가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하며 저항할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으로 대손충당이 가능한 금융기관은 채권의 회수를 단념할 수 있지만 개인채권자는 채무자의 도산절차에서 감정적으로 대응한다. 형사고소하는 경우가 많아 채무자의 파산절차는 더 어려워진다.

위의 사례에서도 개인 채권자가 채무자 K씨를 상대로 사기죄로 고소할 가능성이 있다. 사기죄가 성립되는 것은 별도 문제다.

친족에게 빌린 돈 갚으면 소송당할 수 있어

채권자의 구성에 있어서 개인채권자가 많더라도, 한계상황에 직면한다면 법원에 파산신청을 해야 한다. 다만 이렇게 개인채권자가 많은데 법원에 파산을 고려하는 상황이라면 주의해야 하는 것이 바로 자기 재산을 함부로 처분하는 일이다.

자신의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하는 것이 문제될 리 없겠다 싶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중요한 것은 빚이 많은 한계상황에서 파산을 염두했다면, 재산을 함부로 처분하면 안된다.

박범진 변호사(현 서울회생법원 파산관재인, 법무법인 백상)는 “빚을 더 이상 갚을 수도 없는 상태에서 채무자의 재산은 채권자들이 공동을 나누어 가져야할 대상”이라며 “채무가 초과된 상태에서 채무자가 처분한 재산은 파산절차에서 파산관재인이 다시 찾아와서 채권자들에게 나누어 준다”고 설명했다.

채무자가 처분한 행위를 부인한다고 해서 부인청구라고 그는 설명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는 `내 것은 내 것이 아닌 것`이다.

K씨의 사례에서 만일 그녀가 파산신청을 한다면 파산관재인이 K씨가 이미 사위에게 준 돈을 소송을 통해 찾아온다는 얘기다. 사위 입장에서는 받을 돈을 받는 것인데 도로 내놓아야 되는 일이 생긴다. 채무에서 해방하려고 파산신청을 했는데, 뜬금없이 사위가 소송을 당한다면 딸과 사위를 볼 면목이 없을 것이다.

박 변호사는 “가끔은 파산신청을 해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생긴다. 그 위험성을 명확히 알고 파산신청을 해야 한다”며 “일부 파산절차에 정통하지 못한 법률인에게 잘못 안내받고 파산신청를 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위의 사례에 있는 K씨는 ‘파산신청을 하지 말라’는 조언이 바람직하다.

파산신청을 하지 않는다면 채무는 정리되지 않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극심한 추심은 잦아들게 된다. 파산전문 변호사들은 경제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노령층일 경우 이처럼 파산신청을 해서 받는 불이익보다는 시간을 두고 채권자들에게 자신의 처한 사정에 대해 이해를 구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최근 출범한 서울회생법원은 파산신청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사례에 대해 신청 전에 파산관재인에게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법원 내에 뉴스타트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파산선고’만으로도 빚에서 해방 될 수 있다

그런데 만일 K씨가 파산신청을 했다면 어떻게 될까.

파산신청은 분명 채무자에게 많은 이익을 준다. 파산신청은 그 어감에서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최종적으로는 법원의 면책결정을 받아 새출발하기 위한 것이다.

파산선고를 맞으면 면책결정도 받을 수 있다. 면책은 채무를 갚을 의무를 면제해 준다는 의미다. 아무리 빚이 많아도 법원에서 면책결정을 내려오면 갚을 의무가 없어진다.

법원이 채권자들의 재산 희생을 통해 채무자를 면책해주는 것은 다시금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통해 사회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하라는 취지다.

다만 여기에는 단서가 있다. 법원에 숨기는 것이 없어야 면책결정을 받기가 쉽다. 재산상황이든 이 과정에 대한 어떤 설명이든 솔직하게 다 털어놔야한다.

법원에 파산신청을 하고 면책결정을 받지 못하면 ‘파산선고’만 받은 채 파산자로 살아야 된다. K씨가 파산신청을 했다면, 집을 팔아 사위에게만 돈을 갚은 것이 문제가 돼 면책결정을 받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파산선고 받아도 면책 못받는 경우도 많다

어떤 경우에 면책을 받지 못할까. 채무자회생법에는 파산신청전에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 규정돼 있다.

대표적인 몇가지를 들면, 채무자가 채무상황이 한계에 이르렀을 때, △가까운 사람에게 먼저 빚을 갚은 행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집을 친,인척에게 돈을 빌렸다는 이유로 그냥 넘겨주는 행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산(집, 고가품 등)을 정상적인 가격보다 아주 싸게 팔아버리는 행위 등을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또 파산절차에서 채무를 면제받을 것을 염두에 두고 빚을 일부러 더 늘리는 행위도 해선 안된다.

이런 사실이 드러나면 파산절차 마지막단계에서 면책을 받지 못한채 파산자로 살게 된다. 그러나 그 역시 모든 것을 포기할 이유는 안된다.

법률에는 파산자가 되면 못하는 직업들을 나열해 놓았다. 공무원,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등이 그 예이다. 이들 직업은 면책을 받지 못한 파산자를 결격사유로 규정했다. 다만 이미 이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파산자가 된다하더라도 자격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이런 직업을 가지려 하지 않는다면 사는 데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문제는 여전히 채무가 남게 된다는 것이다. 채무가 남아 있으니까 독촉을 받게 되고 통장 거래가 힘들 수 있다.

하지만 파산선고라도 받으면 효과는 있다.

김관기 변호사(김, 박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파산선고는 법원으로부터 받는 `재산이 없다`는 공식적인 선언이다. 채권자들에게도 모두 알려준다"며 "이런 선언문이 있으면, 채권자가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채권을 회수하는 것이 효율적인 것인가라는 생각아래 독촉을 단념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채권자를 포기하게 만드는 효과다. 또한 본인 스스로 더이상 채무를 일으키지 않는 것도 효과라면 효과다.

파산자의 금융거래와 관련해서 한 구조조정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채권자가 국내에 있는 모든 채무자 은행 계좌를 압류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다. 채권자는 채무자가 사용하는 은행을 알지 못하면 계좌 압류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은행 거래를 할수 있는 방법도 있다"며 "최소한의 경제활동을 위해서는 가족의 통장이라도 사용해서 생활하면 된다"고 말했다.

면책을 받지 못하더라도 생활을 위해서는, 파산선고 상태에서 변칙적인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금은 불편하지만, 불안한 것보다는 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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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인정 기자  |  lawyang@econovill.com  |  승인 2017.03.07  09:2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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