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진 사람이 직접 와서 얘기하는 걸 좋다 여기잖아요. 그러니 한국에 직접 왔는데요.  화상회의로도 정말 앞에 있는 것 같은 경험을 만드는 게 우리 목표입니다. 아, 오늘 저녁에 노래방 가보기로 했어요. 화상회의론 노래방에 갈 수 없잖아요? 강남스타일!”

다짜고짜 왜 화상회의 참여가 아니라 실제로 한국에 왔냐고 물었더니 내놓은 답이다. 그는 스콧 월튼 로지텍 부사장이다. 로지텍 화상회의시스템 사업을 총괄한다. 클라우드 기반 화상회의 서비스 스타트업 CEO였던 그는 2015년 8월 로지텍에 합류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자기 회사를 대기업에 넘기고 가족과 세계여행을 즐기던 도중 로지텍으로부터 입사제안을 받았다. 그땐 아프리카였다. 클라우드 기업으로서 하드웨어 벤더들이 제대로 된 제품을 못 만들어줘서 낙담했던 차였다. 로지텍엘 가면 그 반대입장이 되는 것 아닌가. 불평만 늘어놓는데 머무르지 않고 로지텍에 들어가 제대로 된 화상회의 하드웨어를 만들어보겠단 생각으로 입사했다고 전했다.

그가 스위스본사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이유는 단순히 노래방을 가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로지텍은 마우스나 키보드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 기업이다. 그런 로지텍이 사실은 화상회의시스템 사업에도 경쟁력을 지니고 있으며, 엄청난 야심을 품고 있다는 걸 알리러 지난 22일 방한했다. 이런 의도를 품고 한국은 물론 세계 주요시장을 돌고 있는 그다. 어쩌면 여전히 세계여행 중이다.

출장비 아끼고, 직원 참여도 높이고

화상회의가 사실 새로울 건 없다. 다만 아직 일부 기업 전유물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화상회의 대중화 시대는 오지 않았다. 일반 기업이 고비용 시스템을 감당하기 어려울뿐더러 품질이 충분히 뛰어나지 않은 탓이다. 그럼에도 월튼 부사장은 가까운 미래에 음성·오프라인 회의가 100% 화상회의로 전환되는 극적 변화가 생길 거라고 자신했다.

왜 화상회의인가. 많이들 얘기하는 건 출장비 절약 측면이다. 월튼 부사장이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곁들였다. “지금은 사무실에 직원이 물리적으로 위치하고 있다는 게 의미를 지닙니다. 만약 화상회의로 직원들이 연결되면 다른 나라에서 근무한다거나,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쉽게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습니다. 업무상 이동하며 일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고요. 결국 직원들 참여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죠.”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그는 기업이 일하는 풍경이 극적으로 변할 거라고 예고했다. “기업내 소통방식이 화상회의 일부, 음성·전화 일부가 아니라 100% 화상회의로의 극적 변화가 있을 겁니다.” 원격회의에 8명이 참석한다고 치면 이중 다수가 영상으로 접속할 경우 그들이 나머지에게 “너넨 왜 화상회의가 안 돼? 너네도 해야지!”라는 식으로 분위기가 흘러갈 거란 얘기다.

기존 화상회의시스템 형편없는 이유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존에 화상회의시스템이 없던 건 아니다. 왜 그렇다면 여전히 기업들은 화상회의를 멀리하는 걸까. 일단 가격이 문제다. 회의실 하나에 화상회의시스템을 갖추려면 최소 2만달러에서 많게는 5만달러까지 든다. 유지보수를 위해 IT엔지니어도 고용해야 한다.

사용경험도 기대치에 못미친다. “현재 화상회의시스템이요? 너무 형편없어요. 화면으로 모든 참석자를 보기 어려워요. 모든 참석자가 활발하게 회의에 참여하도록 하는 환경도 제공 못하고 있죠.” 월튼 부사장이 힘주어 말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그는 로지텍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시장을 점유해나갈 걸로 확신했다. 로지텍 시스템은 일단 가격 측면에서 이점을 보인다. 회의실 하나에 로지텍 화상회의시스템을 갖출 경우 모든 비용을 고려해도 2000~3000달러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기존 시스템 대비 10배 이상 저렴하다.

설치도 쉽다. 마치 로지텍 마우스처럼 ‘연결’만 하면 되는 플러그-앤-플레이를 지향한다. 그러니 별도 설치기사는 물론 유지보수를 위해 IT엔지니어를 고용할 필요도 없다. “로지텍은 사용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의 미션은 마우스처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화상회의용 제품을 만드는 겁니다.” 월튼 부사장이 그랬다.

‘형편없는 품질’도 대폭 개선하기 위해 애썼다. 이날 공개한 신규 라인업만 봐도 문제해결 의지가 분명해보인다. 스마트독(SmartDock)은 복잡한 절차 없이 신속한 화상회의를 돕는 원터치 화상회의 솔루션이다. ‘브리오(BRIO)’는 업계 최초로 HDR, 4K UHD 품질 비디오와 5배율 줌, 적외선 기반 얼굴 인식 기능을 지원하는 고사양 웹캠이다.

▲ 스마트독. 출처=로지텍
▲ 스마트독 활용 장면. 출처=로지텍
▲ 브리오. 출처=로지텍
▲ 브리오 활용 장면. 출처=로지텍

실리콘밸리 사업가, 로지텍서 새 비전 품다

로지텍은 본래 소비자용 웹캠에 강한 회사다. 20년 이상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70%가 넘는다. 이런 강점을 살려 화상회의시스템 시장에 진출한 거다. 그 결과 화상회의캠 시장점유율 글로벌 1위도 달성했다.

지난해 화상회의시스템 사업 매출은 8700만달러 수준이다. 전년대비 47% 성장한 수치다. 2년 전과 비교하면 약 2.5배 성장했다. 로지텍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 내외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성장잠재력은 여전히 무궁무진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4~6인 규모 회의실(허들룸) 수요를 적극 공략할 방침이다. 전세계 4000만개 허들룸 97.5%에 화상회의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월튼 부사장은 기존에 다른 화상회의시스템을 도입한 기업들의 전환수요도 있을 걸로 판단했다. “유지보수 관점에서 기존 장비를 다 버리고 로지텍 시스템을 도입하는 게 오히려 더 저렴할 겁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그는 로지텍이 화상회의 하드웨어 사업을 넘어 소프트웨어 분야까지 진출하는 것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기존 스카이프와 같은 클라우드 기반 협력사에 경쟁사로 비치고 싶지 않다는 뜻에서다. 그들과 로지텍 사업영역을 철저히 구분짓고 싶다고 설명했다.

사실 월튼 부사장이 대기업에 입사한 건 로지텍이 처음이다. 그는 잔뼈 굵은 실리콘밸리 사업가였다.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다는 것이 항상 화려한 건 아닙니다. 로지텍 같은 대기업에서 일하면 전세계 수십억명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전 우리가 하는 일이 전세계 사람들이 소통하는 방식이 영향을 미칠 걸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큰 비전을 품고 일하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