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사물과 대화를 나눴다. 사물인터뷰 열네 번째 이야기.

저건 누가 보기에도 DSLR 카메라다. 기자 인생을 걸고 확신할 수 있다. ‘프로페셔널한 대화를 나눠야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뒤에 숨어있던 작은 카메라가 수줍게 모습을 드러냈다. 딱 봐도 체급 차이가 나는 둘이었다. 둘다 ‘LUMIX(루믹스)’라는 브랜드를 달고 있었다. 루믹스는 파나소닉의 카메라 브랜드다.

▲ FZ2500(좌)과 GF9(우).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당신 DSLR 맞죠?

루믹스 FZ2500: 아닌데요. 몸집이 이렇게 크지만 컴팩트카메라입니다. ‘하이엔드’ 컴팩트카메라예요. 렌즈랑 바디가 일체형이니까 추가렌즈를 살 필요가 없죠. 예전에는 렌즈를 바꿔 끼울 수 있는 DSLR이나 미러리스 카메라 인기가 많았죠? 요즘엔 저 같은 컴팩트카메라가 대세입니다.

렌즈에 ‘LEICA(라이카)’라고 적혀있네요?

FZ2500: 당신이 기억하는 그 라이카가 맞습니다. 독일 명품 카메라 브랜드 말입니다. 사진가들은 라이카를 두고 ‘로망의 카메라’라고들 해요. 그러니 저를 사용하면서 렌즈를 바꿔 끼우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들지 않을 겁니다. 참고로 라이카랑 파나소닉은 긴밀한 협력관계이죠.

라이카 렌즈, 특별해요?

FZ2500: 척 보기에도 어마어마하지 않나요? 광학 20배 줌이 가능합니다. 여기에 디지털줌까지 더하면 초점거리 1920mm까지 확보 가능합니다. 감이 안 잡힌다고요? 그렇다면 이 사진들을 보세요. 이 정도면 망원경으로 써도 손색없을 겁니다. 조리개 값이 F2.8인 밝은 렌즈라서 어두운 환경에서도 강합니다.

▲ 초점거리 25mm. 사진=이코노믹리뷰 조재성 기자
▲ 초점거리 104mm. 사진=이코노믹리뷰 조재성 기자
▲ 초점거리 313mm. 사진=이코노믹리뷰 조재성 기자
▲ 초점거리 1404mm. 사진=이코노믹리뷰 조재성 기자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옆에 분을 신경 못 썼네요

루믹스 GF9: 제가 더 신상인데 대접이 좋지 못하네요. 저랑 FZ2500은 정말 다른 카메라입니다. FZ2500이 덩치 큰 컴팩트 카메라라면, 전 초소형 미러리스 카메라죠. 무게가 239g밖에 안 되는 저는 미러리스 중에서도 가장 작은 축에 속합니다. 매일 들고 다녀도 전혀 부담되지 않아요.

작다는 것, 이게 전부인가요?

GF9: 저는 셀카(셀프카메라) 촬영에 특화된 제품이에요. 하나하나 설명하도록 하죠. 일단 뒤쪽에 있는 LCD 모니터가 180도 회전됩니다. 모니터를 앞으로 돌려 얼굴을 확인하며 셀카를 찍을 수 있죠. 이제 그만 폰카로 셀카 찍으세요. 500만화소 남짓 초미니 폰카메라로 당신의 아름다움을 담아내긴 벅차죠.

틸트 모니터, 흔하지 않나요?

GF9: 인정합니다. 요즘 나오는 몇몇 카메라가 저랑 비슷하긴 해요. 그런데 이 정도로 셀카 특화 카메라라고 자부하는 건 아닙니다. 일단 다양하고 편리한 셔터모드를 지원하죠. 회전시킨 모니터 화면을 터치만 하면 촬영되는 ‘터치 셔터 모드’가 대표적입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음, 편리할 수 있겠네요

GF9: 끝이 아닙니다. ‘버디 셔터 모드’란 것도 있죠. 두 사람 거리가 가까워지면 자동 촬영되는 모드입니다. ‘페이스 셔터 모드’라는 것도 있어요.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손을 떼면 촬영됩니다. 신기하죠? 이거 말고도 여러 핸즈프리 셀카 촬영이 가능해요.

사실 요즘엔 촬영보다 보정이 관건이잖아요

GF9: 그렇죠. 온갖 필터를 먹여 예쁜 사진을 얻어낼 수 있죠. 그러니 무보정 원본사진을 보면 심심하다고들 얘기합니다. 저는 자체에 포토샵 기능을 탑재하고 있어요. 피부톤을 화사하게 만들어준다든지, 배경을 흐리게 만들어 인물을 돋보이게 해줍니다. 여러 필터효과도 제공하고요.

‘L.모노크롬’이라는 게 눈에 들어오네요

GF9: 아, 새로 추가된 거예요. 흑백 필름카메라로 찍은 것 같은 인상적인 흑백사진을 얻을 수 있죠. 어떤 분은 라이카 카메라와 비슷한 스타일로 찍힌다고 하더라고요. 이밖에도 ‘크리에이티브 컨트롤’ 기능을 활용해 22가지 필터 효과를 경험해볼 수 있습니다. 후보정 없이도 예쁜 사진 찍으세요.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이번엔 당신을 잊고 있었네요.

FZ2500: 뭐 괜찮습니다만. 중요한 걸 설명 못했네요. 저는 단순히 망원경 같은 카메라가 아니에요. 전문적으로 영상 촬영하는 분들이 눈독들일 정도로 강력한 동영상 촬영 기능을 제공합니다. 4K 초고화질 촬영을 지원하고요, 녹음시간은 무제한입니다. 외부 모니터와 동시 모니터링이 가능한 라이브 HDMI를 지원해 전문영역에서 활용도가 높죠.

카메라로 영상 찍으면 흔들림이 그대로 화면에 담기던데

FZ2500: 그래서 보통은 삼각대를 이용하죠. 저라면 삼각대가 없어도 어느 정도는 괜찮아요. ‘5축 하이브리드 광학식 손떨림 보정 O.I.S.’라는 걸 지원하기 때문이죠.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할 때 나타날 수 있는 5가지 방향의 흔들림을 보정해주는 기능입니다. 흔들림 없는 고품질 영상을 얻어내는 데 유리합니다.

GF9님은 영상 촬영 가능해요?

GF9: 당연하죠. 저도 4K 촬영이 가능하답니다. 영상 말고 4K 이미지를 저장할 수도 있죠. 4K 기술을 이용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연사 촬영을 할 수 있는 기능이죠. 이걸 이용하면 결정적 순간을 놓치지 않고 촬영할 수 있습니다. 또 우린 ‘포스트 포커스’와 ‘포스트 스태킹’ 기능도 제공합니다. 사진을 찍은 뒤에 초점, 초점 범위 등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죠. 초점을 못 맞춰 사진을 삭제하는 일을 막아줍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마지막으로 서로의 단점을 꼽자면?

GF9: 제가 먼저 얘기할까요? 매도 먼저 맞는 게 낫잖아요. 일단 FZ2500은 덩치는 크지만 이미지센서 크기가 저보다도 작죠. 센서가 클수록 품질 좋은 사진 얻는 데 도움된다는 거 아시죠? 렌즈교환을 못한다는 것도 단점일 테고요. 저 코끼리 코 같은 렌즈를 분리할 수가 없죠. 색상도 블랙 하나인데 좀 칙칙하지 않나요? 전 블랙은 기본이고 실버, 오렌지, 핑크 총 4가지예요.

FZ2500: 저는 GF9이 훌륭한 카메라라고 생각해요. 단점을 찾아볼 수 없는 루믹스의 아이콘이 될 카메라랄까. 굳이 흠잡으려고 해도 제 눈엔 보이지가 않네요.

GF9: 그렇게 이야기하면 제가 뭐가 됩니까?

▲ GF9으로 찍은 사진. 사진=이코노믹리뷰 조재성 기자
▲ GF9 L.모노크롬 모드로 찍은 사진. 사진=이코노믹리뷰 조재성 기자

POINT 색깔이 정말 다른 두 제품이다. 정말 가벼운 GF9과 보기보다 가벼운 FZ2500. 휴대성을 생각하면 고개가 GF9으로 돌아가게 된다. FZ2500은 일단 크기가 DSLR급이다. 엄청난 줌 기능만큼이나 길게 뻗어나온 렌즈는 사람을 겁먹게 만든다. 바주카포 같기도 하고. 이에 비하면 GF9는 권총 수준이다.

FZ2500은 줌 성능만큼은 정말 만족스럽다. 광학에서 디지털줌으로 넘어가도 화질 저하가 크지 않다. 덕분에 다양한 용도로 활용 가능할 것 같다. 스포츠선수나 아이돌스타를 찍는다든지, 저 하늘의 달을 프레임에 담아본다든지. 정말로 망원경으로 사용한다든지.

4K 영상 기능도 만족스럽다. 대충 찍어도 뮤직비디오처럼 나온다. 영상 흔들림도 눈에 띄게 적은 수준이다. 가격대가 140만원 정도이지 그다지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쓸모를 생각하면 말이다. 뛰어난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비)를 갖춘 셈이다.

길게 뻗은 렌즈와 엄청난 확대 능력이 필요한 유저가 아니라면 GF9이 제격이다. 셀카에만 초점을 맞춘 제품이라기엔 여러모로 유용하다. 흠잡을 데 없는 초소형 신상 미러리스 카메라가 출시된 거다. 데일리 카메라로 매일 들고 다니기에 전혀 부담이 없다.

마이크로포서드 마운트를 채용해 여러 브랜드의 다양한 렌즈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GF9 역시 준수한 가성비를 갖췄다. 번들렌즈 키트가 60만원 정도다. L.모노크롬 모드로 감성 충만 흑백사진을 찍는 재미도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