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사물과 대화를 나눴다. 사물인터뷰 스무 번째 이야기.

큰 녀석이 작은 녀석을 목마 태우고 나타났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어쩌라는 거지?’ 의례적인 말이 튀어나왔다. “외투 벗고 얘길 나누죠.” 둘은 각진 외투를 벗어던지고 자태를 드러냈다. 자기들을 게이밍 헤드셋과 게이밍 오디오 앰프라고 소개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 GSP300.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 GSX1000.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플레이G: 젠하이저? 많이 들어봤는데.

젠하이저 GSP300: 안녕하세요. 젠하이저는 독일 유명 오디오 브랜드예요. 알 만한 사람들 다 알고 있습니다. 창립 70주년이 넘은 전통 있는 회사이기도 하고요. 유럽 헤드폰 시장 점유율 1위입니다. 한국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걸로 알고 있어요. 기술력의 정수를 과시하는 하이엔드 영역에 있어서는 젠하이저를 따라올 브랜드가 없다고 자부합니다.

플레이G: 이제야 기억나네요. 그런데 당신은 생김새가 특이하군요.

GSP300: 게이밍 헤드셋이라서 그럽니다. 최상의 게이밍을 지원하기 위해 태어났죠. 작년 연말에 형제들과 함께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게이밍 헤드셋 GSP350, PC373D와 게이밍 오디오 앰프 GSX1000, GSX1200 프로가 함께 온 형제들입니다. 여담입니다만 이중에선 제가 가장 저렴하죠.

▲ GSP300.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 GSP300.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 GSP300.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 GSP300 이어컵 내부 모습.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플레이G: 게임할 때 굳이 게이밍 헤드셋을 써야 하나요?

GSP300: 무조건이란 건 없습니다. 더 높은 퀄리티의 게이밍 경험을 원한다며 저와 같은 게이밍 기어를 사용하는 게 하나의 방법이죠. 또 게임은 승부의 세계 아니겠습니까? 품질 좋은 게이밍 기어를 쓰면 장비에 발목잡혀 게임에서 지는 경우가 줄어들게 됩니다. 우린 스포츠 장비와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한계에 도전할 때 빛을 발하죠.

플레이G: 구체적으로 어떻게 게이밍에 도움이 된다는 거죠?

GSP300: ‘사플’이란 말 들어봤나요? 사운드 플레이의 줄임말입니다. 게이머들 사이에서 흔히 쓰는 말이죠. 이는 소리 정보를 활용하는 게임 플레이를 의미합니다. 승리를 위해선 사플이 절대적으로 중요하죠. 전 완벽한 사플이 가능하도록 게이머를 지원해주는 역할입니다.

플레이G: 사플? 잘 이해되지 않네요.

GSP300: 예컨대 오버워치나 배틀필드 같은 FPS(1인칭 슈팅게임)를 즐긴다고 가정해봅시다. 적군 발자국 소리라든지 총성의 방향을 또렷하게 듣는 게 중요합니다. 이를 파악해야 대응 방안을 생각해낼 수가 있죠. 실제 전투랑 똑같은 셈입니다. 팀원들과 음성 대화를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긴박한 상황에 키보드를 두드리며 채팅할 여유가 없죠. 팀워크는 소통에서 나오는 겁니다.

▲ GSP300 마이크.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플레이G: 당신에게 달린 마이크, 특별해요?

GSP300: 원래 젠하이저는 마이크로도 유명해요. 뮤지션들의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죠. 전 방송장비 수준의 소음방지 마이크를 탑재했습니다. 주변소음이 입력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노이즈 캔슬링 마이크죠. 소음은 물론 숨소리도 줄여줍니다. 말소리만 정확히 전달되도록 해주죠. 마이크로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기 싫다고요? 붐암을 들어 올려보세요. 그러면 자동으로 마이크가 꺼집니다.

플레이G: 혹시 게임기나 폰에선 사용할 수 없나요?

GSP300: 사용할 수 있죠. 맥(Mac)이나 콘솔은 물론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서도 사용 가능합니다. 패키지에 포함된 PCV 05 케이블을 이용하면 됩니다. 그리고 게임할 때만 절 사용해야 하는 건 아니죠. 음악 감상할 때나 영상을 볼 때도 유용하다고요!

▲ GSX1000.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 GSX1000.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 GSX1000 다이얼 조작. 제작=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플레이G: 그런데 옆에 계신 분은 말수가 없군요?

GSX1000: 졸고 있었네요. 어디까지 얘기했죠? 아, 제 소개를 할게요. 게이밍 오디오 앰프예요. 저와 헤드셋을 함께 사용하면 더 고차원의 사운드를 들을 수가 있죠. 가상 7.1 서라운드 채널로 소릴 들려줘 더 완벽한 사플을 지원하죠. 별도 소프트웨어 설치 없이 터치만으로 EQ 설정도 가능하고요. 음량 조절이라든지 기본 컨트롤을 직관적으로 빠르게 할 수도 있죠. 케이블 분리 없이 터치만으로 헤드셋과 스피커 사이의 빠른 변환도 가능하고요.

플레이G: 그래서 얼마입니까?

GSP300: 제가 먼저 말씀드리죠. 가격 경쟁력은 자신 있으니까요!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12만원대입니다. 당신의 완벽한 게이밍을 위해 투자해보세요. PC방에 있는 저렴한 헤드셋과는 다른 차원의 게이밍을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GSX1000: 저는… 노코멘트 할게요.

▲ 출처=젠하이저
▲ 출처=젠하이저

POINT 그들을 검증하러 함께 PC방엘 갔다. 아, 앰프 가격은 30만원에 달한다. 차분히 PC방 컴퓨터에 둘을 연결했다. GSP300을 착용했다. ‘음 편안하군. 일단 합격.’ 오버워치에 접속하고 경쟁전에 임했다. 감상은 이렇다. 메르시가 진짜로 내 옆에서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게이밍 앰프란 걸 처음 만져봤는데 사용이 어렵진 않았다. 굳이 설명서를 찾아보지 않고도 활용이 가능했다. 알루미늄 휠을 돌린다든지 터치만으로 모든 조작이 가능했다. 목소리도 팀원들에게 깨끗하게 전달됐다.

▲ GSP300 착용 모습.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앰프 없이 헤프셋만 사용해보기도 했다. 앰프의 진가가 더욱 빛을 발했다. 헤드셋을 앰프와 함께 사용해야 더욱 정밀한 사운드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 PC방에 설치된 저가형 헤드셋을 사용해봤다. 그 격차가 어마어마하다는 걸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다시 젠하이저 제품들과 몇 시간 동안 게이밍을 이어갔다. 메모리 폼 이어패드가 편안한 착용감을 보장해줬다. 제법 오랜 시간을 착용했는데도 귀가 아프지 않았다. 일반 헤드셋을 사용했을 땐 귀가 빨갛게 물들었던 경험이 있다.

사플을 통해 오버워치 경쟁전 평점을 올리는 데는 실패했다. 역시 장비로만 부족한 실력을 커버할 순 없었다. 집에 가서 제품들로 음악을 들어보기도 했다. 역시 젠하이저는 젠하이저였다. 물론 출퇴근길에 이걸로 음악을 듣기엔 디자인이 부담스러울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