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킹 파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1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34라운드 경기에서 손흥민의 2골 1도움을 기록했다. 종전에 박지성과 차범근이 세운 기록을 새로 갈아치우며 한국인 선수 유럽리그 단일시즌 최다 골 기록을 새로 썼다.

손흥민 선수는 이날 2골을 포함하여 정규리그 14골, FA컵 6골, 유럽대항전 1골을 기록하며 총 21골을 넣었다. 차범근 2017년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이 1985~1986시즌 레버쿠젠에서 뛰며 기록했던 19골을 넘어섰다. 동시에 잉글랜드 무대 한국인 통산 최다 골 기록도 28골로 새로 수립했다. 종전에는 손흥민과 함께 박지성이 27골로 최다를 기록하고 있었다.

손흥민의 신기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손흥민이 오는 21일 오후 11시 헐 시티와 토트넘의 원정경기에 출전한다면 시즌 22호 골 이상도 기대할 만 하다.

이날 토트넘의 감독 포체티노는 3-4-1-2 전형의 투톱 전략을 사용했고, 손흥민은 포체티노의 전략 안에서 경기 초반부터 불타올랐다. 전반 25분 첫 골은 손흥민의 발끝에서 시작했다. 손흥민은 골키퍼와 마주했지만, 욕심을 내지 않고 팀 동료 해리케인에게 패스했다. 케인은 골을 만들어내고 손흥민은 리그 5호 도움을 기록했다.

전반 36분, 결국 손흥민은 시즌 20호 골을 뽑아냈다. 델리 알리가 아크서클 바로 앞에서 볼을 잡았다. 손흥민이 수비 뒷공간으로 치고 들어갔다. 알리는 볼을 찍어 찼다. 손흥민은 이 볼을 바로 발리슛으로 연결했다. 골이었다. 이것으로 손흥민은 이번 시즌 20번째 골을 기록했다. 차범근을 뛰어넘는 새 기록을 세운 순간이었다.

후반전 14분에는 레스터시티 벤 칠웰이 만회 골을 넣으며 반격했다. 이 과정에서 토트넘 수비진은 작은 실수가 있었다.

이후 레스터시티는 토트넘을 추격하나 싶었지만 여기까지였다. 레스터시티의 골은 토트넘의 공격에 오히려 불을 붙였다. 후반 18분 토트넘은 다시 골을 만들어냈다. 승부사는 역시 케인이었다.

토트넘은 계속해서 달렸다. 이번 주인공은 손흥민이었다. 후반 26분 다시 한 골을 만들었다. 손흥민은 드래그백(Drag-back) 개인기로 레스터시티 수비망을 순식간에 벗겼다. 바로 오른발 슈팅을 때렸다. 레스터시티 골키퍼 슈마이켈 골키퍼도 손쓸 수 없었다. 볼은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고, 손흥민은 21호 골을 기록했다. 21호 골까지 터뜨리며 불과 몇 분 전에 자신이 쓴 역사를 또다시 새로 썼다.

경기 종료시간이 다가왔다. 토트넘은 팀 컨디션 관리에 들어갔다. 후반 32분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을 빼고 얀센을 넣었다.

이후에도 토트넘은 경기를 잘 통제했다. 후반 43분에는 케인이 한 골을 더 넣었다. 해트트릭이다. 케인은 추가시간 한 골을 더 넣으며 총 4골을 넣었다. 케인은 16-17시즌 26골을 넣으며 아스널의 알렉시스 산체스(23골), 에버튼에 로멜루 루카쿠(24골)를 제치고 리그 최다 득점 선두에 올랐다.

해리 케인은 지난 시즌 25골을 몰아쳐 생애 첫 득점왕을 차지하며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피니셔에 오른 바 있다. 케인은 또한 이날 기록으로 전설적인 영국 축구선수 앨런 시어러와 로비파울러, 아스날의 레전드 띠에리 앙리와 로빈 반페르시에 이어 두 시즌 연속 25개 이상 골을 몰아넣었다.

캐인의 추가시간 골을 마무리로, 토트넘은 6대1 대승을 거둔 채 경기를 마쳤다.

▲ 영국 축구 통계전문매체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평점 8.7점을 부여했다. 해트트릭을 기록한 케인이 양 팀 최고 평점인 10점을 받았다. 사진=후스코어드닷컴 캡처

이번 시합에서 손흥민은 한국 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그러나 아직 손흥민이 갈 길은 멀다. 이날 손흥민은 90분당 슈팅 수가 총 5개로 같은 팀 알리 선수보다 1개 많음에 불구하고 알리 선수보다 유효슈팅수가 2골이나 떨어졌다. 강팀에도 약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7위 이상 강팀에게 1골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축구 해설위원 한준희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차범근 부위원장이 유럽진출 당시 열악했던 상황, 환경 등을 고려해 봐야 한다"며 "박지성은 당시 긱스, 호날두, 나니 등과 포지션 경쟁을 해야 했다. 얼마나 힘든 과정을 잘 버텨내며 뛰었는가를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손흥민은 고정주전도 아닌 상황에서 19호 골까지 터뜨렸다. 아시아 공격수가 보여줄 수 있는 최상급의 임팩트를 보여줬다"고 손 선수를 칭찬했다.

손흥민의 활약은 이미 예상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이영표 KBS 축구 해설위원이 인터뷰를 통해 “손흥민은 독일에서 아주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이를 인지한 토트넘이 손흥민을 영입했다”며 “개인적으로 2~3년 후에는 유럽에서 최고로 꼽히는 공격수가 될 것이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당시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위치선정이나 수비가담력 등에서 다소 부진했다. 그럼에도 이 위원은 이러한 발언을 했다. 실제로 2015년 8월 토트넘에 입단한 손흥민은 첫 시즌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2016-2017 시즌부터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이 위원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위원이 예상한지 1년만에 손흥민은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썼다. 

한편 토트넘은 이번 시즌 모든 경기를 통틀어 20골 이상 득점한 선수를 3명(케인, 알리, 손흥민)을 보유하게 되며 겹경사를 이뤘다. 이는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및 챔피언십에 나선 다른 팀들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다. 특히 이 세 선수가 합친 골 개수(57골)이 같은 리그 명문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총 득점(52골)보다 높다.

현재 토트넘은 승점 83점으로 2위에 올라섰고, 레스터는 11위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