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게임을 60분 남짓 해봤다. 빠져들지, 접을지를 판단하는 최소시간이다.

게임명: 마이리틀셰프 for Kakao / 서비스: 조이맥스 / 개발: 그램퍼스 / 플랫폼: 모바일 / 장르: 시뮬레이션

▲ 출처=조이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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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지만 집에서 뭘 해먹진 않는다. 사먹거나 시켜먹거나 아님 굶거나. 자취 초기엔 이것저것 해먹기도 했지만 사는 게 바쁘다보니 굳이 일을 벌이지 않으려 한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맛있는 음식 먹는 걸 좋아한다. 요리에 취미가 없을 뿐.

음식이나 요리 방송은 자주 본다. TV를 켜면 여기저기에 미각을 자극하는 프로그램이 나오기 때문이기도 하다. 연예인이나 다름없는 유명 요리사가 나오거나 전국 맛집을 찾아다니거나 집밥을 해먹는 방송을 군침 흘리며 본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음식을 직접 만들거나 먹지 않고 보는 사람이 늘었다. 음식 잔뜩 시켜놓고 카메라 앞에서 먹으며 수다 떠는 ‘먹방’의 인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한편 먹고 요리하는 방송 말고 게임도 있다.

▲ 출처=게임캡처

 

스테이크하우스에 요리사로 취직하다

조이맥스에서 ‘마이리틀셰프’라는 게임을 출시했다. 모바일 요리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무의식적으로 먹방을 보는 것처럼 앱마켓에서 나도 모르게 다운로드 버튼을 눌렀다. 맛이나 향이 없는 가짜 음식만 나오겠지만.

한 마을이 나온다. 음식점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자물쇠 표시가 없는 첫 번째 가게를 터치해본다. 스테이크하우스란 가게다. 지금부터 내가 이 가게 주인이자 요리사다. 스테이지를 하나하나 클리어해야 한다. 정해진 시간에 레시피에 맞게 요리를 만들어 손님들에게 내줘야 한다.

▲ 출처=게임캡처
▲ 출처=게임캡처
▲ 출처=게임캡처

주방이 보인다. 그릴, 생고기, 접시, 와인머신 등이 있다. 손님이 와서 주문한다. 레어인지 미디엄인지 웰던인지 잘 봐야 한다. 생고기를 그릴에 올리니 지글지글 고기 굽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사실적이라 침이 고인다. 조금 기다리니 고기가 익는다. 주문대로 익혀 손님한테 내주면 돈을 받을 수 있다.

초반에는 쉽지만 스테이지를 거듭할수록 난이도가 올라간다. 고기 굽는 정도는 물론 어떤 야채를 곁들이고 소스를 뿌려야 할지가 복잡해진다. 와인이나 양파튀김을 주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바빠 죽겠는데 손님이 몰려온다. 직원을 충원할 수는 없다. 혼자 다 상대해야만 한다.

손님마다 성향이 다르다. 장사 잘하려면 단골을 파악하는 게 우선 아닌가. 대식가 도날드는 올 때마다 같은 메뉴를 3개씩 주문한다. 환경운동가 샘 앞에서 식자재를 버리면 화내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린다. 비서 니콜은 너무 바쁜 탓에 음식 빨리 안 주면 그냥 나간다.

▲ 출처=게임캡처
▲ 출처=게임캡처
▲ 출처=게임캡처

손이 점점 빨라진다. 스테이크를 여러개씩 능숙하게 구워내게 된다. 단순히 실력만 느는 건 아니다. 번 돈으로 주방이나 인테리어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그릴머신을 업그레이드하면 생산수량이 늘어나는 식이다. 인테리어를 바꾸니 손님 대기시간이 증가한다. 소스를 바꾸니 음식 판매가가 올라간다.

스테이크하우스에서 실력을 쌓았다면 그다음 음식점으로 넘어갈 수 있다. 초밥집, 파스타집, 카레집, 중식집 등이 기다린다. 새로운 음식과 새로운 손님이 기다리는 것은 물론이다. 이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실제론 요리 알지도 못하는 사람일지 몰라도 게임에선 셰프로 거듭날 수 있다.

 

먹방을 넘어 먹겜이 대세 되나

어딘지 익숙한 게임이긴 하다. 기존 음식점 경영 타이쿤 게임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탓이다. 대신 그 게임들이 초밥이면 초밥, 붕어빵이면 붕어빵 등 특정 테마에 쏠린 데 반해 마이리틀셰프에선 분야를 막론한 300종류 넘는 요리를 만나볼 수 있다. 메뉴 다양성 측면에선 모바일 타이쿤계 끝판왕 아닌가 싶다. 음식 비주얼도 뛰어나다. 먹음직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해봤다면 알겠지만 요리는 순발력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타이밍을 잘 맞춰야 맛있는 요리가 완성된다. 마이리틀셰프도 마찬가지다. 주문이 밀려들 때면 순발력이 필요한 리듬게임 혹은 퍼즐게임을 플레이하는 느낌을 준다. 실수 없이 미션을 완수했을 때 느껴지는 성취감 역시 닮았다. 이는 요리에 별 관심 없는 게이머로부터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는 요소이기도 하다.

▲ 출처=게임캡처
▲ 출처=게임캡처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게임’이란 점 때문에 독창성에 있어선 아쉬움이 남는다. 장르 유사성이라고도 할 순 있지만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전에 없던 게임으로 보긴 어렵단 얘기다. 다양한 메뉴와 손님을 등장시키면서 식상한 느낌을 지우려고 한 노력이 엿보이긴 한다. 모바일게임이 RPG(역할수행게임)와 같은 특정 장르 쏠림 현상을 겪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마이리틀셰프의 존재는 오히려 신선하다.

게임이 아기자기한 맛에 틈틈이 즐기긴 좋지만 계속 붙들고 있으면 지겨워지는 감이 없지 않다. 음식을 만들어 팔아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것이 어쩌면 게임의 전부인 탓이다. 문제는 반복이다. 뒤로 갈수록 난이도가 어려워지면서 생기는 문제도 있다. 여유가 사라지고 실력만 늘어나면서 요리라는 소재보단 미션 성공과 기록에만 집중하게 된다는 거다. 고기가 굽는 소리와 장면을 구경하면서 한가하게 침 흘리던 게임 초기가 그리워진다.

일로서의 요리가 아니라 요리 본연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모드가 추가되면 어떨까 싶다. 패션 대결 게임 ‘아이러브니키’에서 스토리 모드 말고 유저들끼리 패션 대회를 벌이는 오디션 모드 같은 것 말이다. 유저의 창의성이 개입할 여지를 주자는 거다.

정리하다면 마이리틀셰프는 요리를 하는 것, 먹는 것, 보는 것을 넘어선 욕구를 채워줄 아기자기하고 맛있는 게임이다. 먹방에 이어 먹겜이 대세가 될지 누가 알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