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파크님(자꾸 차가 생각나요). 5월30일에 반가웠습니다. 벌써 잊으신 건 아니죠? 그때 용인 DJI아레나에서 만났잖아요. 신제품 발표회! 뉴욕에서 공개된 지 며칠 만에 한국에도 오다니 믿겨지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먼발치에서 지켜만 본 게 아니라 스킨십도 할 수 있어 좋았죠. 스파크님도 무지 떨렸겠죠? 행사 끝나고 피드백은 좀 받으셨나 궁금하네요. 제가 편지를 쓰는 이유도 다르지 않아요. 처음 만났을 때 솔직한 느낌이랄까. 이런 걸 괜히 말하고 싶어서. ‘사족인가?’ 생각도 들지만 일단은 질러봅니다.

플레이G Vol.6: 드론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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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I아레나. 여기 꼭 가보고 싶었어요. 오픈할 때 일이 있어 못 갔더니 갈 기회가 안 생기더라고요. 외국인들도 종종 온다면서요? 이탈리아 여행사는 한국 관광명소로 여길 지정했다는 소리까지 들었네요. 중국인 학생들이 이번 방학 때 견학올 거란 소문도 들리고. 덕분에 한국 찾는 관광객 늘겠어요. 하긴 실내 드론 비행장이 세계 최초잖아요? 이 유니크함이란! 30일 서울에서 버스 타고 용인에 들어서서 한참을 가니 DJI아레나가 보이더군요. ‘웬 공장?’ 첫인상은 그랬어요. 분명 전에 공장 건물이었던 것 같더라고요. 스파크님도 한국이든 DJI아레나든 처음이었겠군요. 어땠어요?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사실 한국에선 드론에 대한 인식이 썩 좋진 않아요. 만감이 교차하네요. 미국 한 테크 칼럼니스트가 이런 말도 했다면서요? “조만간 드론이 떨어져 맞아죽는 사람이 나올 거다.” 어마어마하네요. 콘서트엘 갔는데 관객들 머리 위로 드론이 왔다갔다 하더라고요? 주최측 드론이었을 겁니다. 공중에서 멋진 앵글로 공연을 찍어두려 했던 거겠죠. 맞아죽을지 모른단 소릴 들어서인지 아찔하더라고요. 해외에선 드론으로 교도소 재소자한테 마약을 전해주는 일까지 있었다면서요? 이런 소식이 퍼지니 인식이 나빠질 수밖에. 드론을 규제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기도 쉬워집니다. 실제로 규제가 있으니 ‘드론은 뭔가 위험한 물건이야!’ 같은 생각이 역으로 강화되기도 하고요.

제 생각이요? 개인적으론 가지고 싶다, 날려보고 싶다? 음. 비싸다, 조종하기 어려울 것 같다. 제가 좀 기계치거든요. 비싸단 말은 추가 설명이 필요하겠네요. 장난감 같은 드론이야 10만원 이하로도 살 수 있잖아요? 이런 건 빼고 말한 겁니다. 자동 호버링은 되는 드론다운 드론을 날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스파크님이 나오기 전에 DJI 드론은 거의 다 100만원이 넘었잖아요? 선뜻 사기 무섭더라고요. 기계치스러운 제가 조작 실수로 하늘에서 떨궈서 돈 날려먹는 건 아닌가 생각했죠. 남을 다치게 할 수도 있고요.

▲ 출처=DJI
▲ 출처=DJI
▲ 출처=DJI

사족이 길었습니다. 이제 당신 얘기 좀 해야겠군요. 뉴욕에서 처음 공개됐을 때 사진으로 스파크님을 먼저 접했습니다. 일단 컬러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종류가 5가지나 되다니. 알파인 화이트, 스카이 블루, 메두우 그린, 라바 레드, 선라이즈 옐로 등. 원래 DJI 제품은 무채색이 대부분이었잖아요. 아이폰5C가 떠오른 건 안 비밀입니다. 훨씬 젊고 대중적인 이미지랄까.

DJI아레나에서 실물을 봤습니다. 문태현 DJI코리아 법인장이 당신을 소개했죠. 분명 작긴 하지만 사진에서 본 모습보단 커보였습니다. 사진에서는 없던 프로펠러 가드를 장착해서 그렇게 느껴졌나 봅니다. 장난감 드론들과 비교하면 그렇게 작은 크기는 아니지만 DJI 제품들보단 훨씬 작더라고요. 접을 수 있는 매빅 프로보다 휴대성이 좋을진 모르겠지만. 무게는? 문 법인장 소개대로 음료캔 무게! 인정합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뉴욕 공개 소식을 듣고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이 분명했습니다. 손짓으로 조종 가능하다는 부분 말입니다. 상상이 안 되더군요. ‘손짓으로 어떻게 조종한다는 거지?’ 기술은 체험해봐야 실감할 수 있는 거니까요. 문태현 법인장 설명이 끝나고 당신을 날려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죠. 차례를 기다릴 때 꽤나 떨리더군요. 드디어 첫 스킨십. 제 손바닥을 인식하고서 손을 움직이는 방향으로 따라서 날아다니더군요. 드론 날리기가 연 날리기보다 쉬웠습니다. 손짓으로 드론 조종하는 시대가 오다니.

‘안녕~’ 손을 흔드니까 저 높이 공중에 떠버리는 스파크님. 해프닝 있었던 것도 기억하세요? 양팔을 Y자로 들면 다시 돌아와야 정상이라더니 당신은 올 생각을 하지 않았죠. 당황스러웠습니다. DJI 관계자분이 서둘러 스마트폰 컨트롤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해 직접 조작했죠. “주변 빛이나 전파 때문”이라고 설명해주셨어요. 처음부터 다시 시도해보니 문제 없이 돌아오시더군요.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손짓 컨트롤이 스파크님의 핵심은 아니란 생각이 들더군요. 이거 말고도 다재다능하시니까요. 자동 호버링이나 장애물 회피 기능은 물론 사람들이 많이 찍는 패턴을 분석해 준비한 4가지 촬영모드가 신기하더군요. 카메라를 아래로 향한 채 수직 상승하는 '로켓', 피사체로부터 멀어지며 위로 상승하는 '드로니', 피사체 주변을 선회하는 '서클', 점점 넓은 원을 그리며 상승하는 '헬릭스' 등등. 사용자가 지정한 위치로 날아가 촬영한 뒤에 돌아오는 탭플라이, 주인을 따라오며 촬영하는 액티브트랙, 한번의 탭으로 드론이 수직으로 날아오르게 하는 로켓모드 등도 멋지고요.

스파크님에 익숙해질수록 손짓 컨트롤을 많이 사용할 것 같지 않더군요. 할 수 있는 동작이 아직은 한정적이니까요. 스마트폰 앱으론 높이 50m, 거리 100m 범위까지 조작할 수 있다면서요? 전용 컨트롤러로는 최대 2km 거리고요. 그렇다고 손짓 컨트롤 기능이 불필요하다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정말 의미있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드론은 조종하기 어려울 거야’라는 인식의 문턱을 낮춰주니까요. 사람들은 “어라, 간단한 손짓으로도 드론을 날릴 수 있다고? 나도 한번 날려볼까?” 이러겠죠. 드론 입문으로 손짓하는 셈입니다. 저도 그 손짓에 당장이라도 따라가고 싶더군요.

가격도 참 파격적! 이건 뭐 반값 드론도 아니고. DJI 드론을 날리려면 100만원 이상을 써야 하니까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에요. 몇 번 날리고 장롱에 넣어둔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스파크님은 기본 패키지가 60만원대더군요. 물론 장난감 드론보다야 비싸죠. 그런데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이 기능에 이 가격이면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비)가 엄청나다는 것을. 물론 지극히 소비자적인 관점에선 50만원 이하라면 더 좋겠지만. 이젠 확실해졌습니다. 생애 첫 드론, 즉 입문용으로도 DJI 드론을 택할 수 있다는게.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었어요. 일단 배터리 지속시간이요. 16분을 비행할 수 있다고 하셨죠? 막상 날려보면 짧지 않은 시간이란 걸 잘 압니다. 동급 드론 중에 상대적으로 긴 시간을 버틴다는 점도 잘 알고요. 다만 절대적인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아쉬워요. 추가 배터리를 사면 된다지만 그것도 돈이잖아요. 기술이란 게 본래 한계를 극복하는 거잖아요? DJI가 배터리 부문에서도 계속 한계를 극복해내길 기대하게 되더군요.

‘왜애애애애애앵’ 굉음을 내던 스파크님. 소리도 여전히 크더군요. 어디 나가서 날릴 때 주목받기 딱 좋겠어요. 저처럼 수줍음이 많은 사람들한텐 부담스러워요. 손짓도 더 다양한 걸 인식하면 좋겠더라고요. 이왕이면 스파크님 모든 기능을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죠. 사용자가 직접 이 손짓을 하면 이 기능이 활성화될 수 있게 설정 가능하다면 더 좋겠고요. 펌웨어 업그레이드로 기능이 추가되는 만큼 손짓 컨트롤도 진화하면 좋겠네요. DJI SDK(개발자 제작도구)를 활용한 기능 확장도 기대가 됩니다.

제가 글이 너무 길었죠? 스파크님 배터리 0% 되기 전에 끝마치려 했는데. 분명 한국 소비자 인식엔 문턱이 남아있긴 해요. ‘드론은 규제 때문에 날릴 데가 없다던데.’ 이렇게들 흔히 생각한다니까요? 규제 상황이 달라지고 있긴 하죠. 풀리는 쪽으로요. 비행제한구역에서 허가를 받는 절차도 간편해졌고, 드론을 마음껏 날릴 수 있는 장소를 알려주는 앱도 나왔고요. 앞으로 상황은 더 나아질 거라고 확신합니다.

1인 1드론 시대? 가능할지도 몰라요. 스파크님 역할도 중요할 거예요. 그때면 드론으로 할 수 있는 것들도 더 많아지겠죠. 증강현실(AR) 기술을 접목한 드론 게임이 나왔다던데요? 그런 게 많아지면 드론 날리기가 더 재미있어질 것 같아요. 어쨌든 태어날 걸 축하합니다. 한국에 온 걸 환영합니다. 조만간 또 만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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