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DJI아레나엘 가서 스파크를 봤다. DJI 신상 드론이다. 직접 날려보기도 했다. 생전 날려본 적도 없는데 어렵지 않았다. 스파크는 손짓만으로도 조종 가능한 드론이니까. 크기도 정말 작다. 이런 드론 또 없다.

매빅 프로가 나왔을 때 조금 흔들렸다. 접이식 드론이라니. 100만원이 조금 넘는 가격 때문에 포기했다. 스파크는 더 저렴하다. 60만원대에 살 수 있다. 세상에나. 이대로 생애 첫 드론이 생기는 건가. 당장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예약주문을 하면 6월 중순부터 제품을 받게 된다.

집으로 돌아와 냉수 한잔을 들이킨다. 정신 차리려고. ‘60만원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 돈이면 이것저것 엄청 지를 수 있을 텐데.’ 그래도 자꾸만 스파크가 생각난다. 이를 어째야 하나. 스스로 처방을 내렸다. 간접체험이라도 하려고 드론게임을 찾기 시작했다.

플레이G Vol.6: 드론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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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DJI

 

드론게임을 찾아라!

앱마켓을 뒤졌다. ‘drone’이란 키워드를 넣어 검색했더니 게임이 잔뜩 나왔다. ‘Drone Shadow Strike’, ‘RC 무인 비행 시뮬레이터 3D’, ‘Drone2 Air Assault’, ‘Quadcopter FX Simulator’ 등등. 시뮬레이션 장르가 많았다. 진짜 드론 날리는 기분 느끼기 딱이겠군.

고심 끝에 3개를 골랐다. 일단 다운로드가 100만건이 넘는 게임 2가지. ‘RC 무인 비행 시뮬레이터 3D’와 ‘멀티로터 심(Multirotor Sim)’이다. 왠지 사람들 많이 했으니까 검증된 거겠지란 생각으로 골랐다. 편견이겠지만.

마지막 하나는 ‘RC 드론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3D’다. 앞서 언급한 게임이랑 이름이 비슷하지만 분명 개발사가 다르다. 다운로드는 1만건 정도에 불과하지만 스크린샷을 보고 드론이 제법 사실적으로 묘사됐다는 인상을 받아서 선택했다.

3개 다 용량이 그리 크지 않았다. 하나하나 해보기 시작했다. 먼저 ‘RC 무인 비행 시뮬레이터 3D’. 실행하자 허접한 3D 도심 배경이 나타났다. 그 안에 작게 DJI 팬텀 시리즈와 닮은 검정 드론이 눈에 들어왔다. 정중앙 재생버튼 같은 걸 누르면 게임이 시작된다.

▲ RC 무인 비행 시뮬레이터 3D. 출처=게임캡처
▲ RC 무인 비행 시뮬레이터 3D. 출처=게임캡처
▲ RC 무인 비행 시뮬레이터 3D. 출처=게임캡처

일단 드론을 골라야 한다. 하나 빼고 나머진 돈(별)을 모아 사야 한다. 별은 미션을 클리어하거나 광고영상을 보면 벌 수 있다. 문제는 나머지 드론들이 그다지 가지고 싶지 않게 생겼다는 거다. 소유욕을 자극해야 목표의식이 생겨 게임을 떠나지 않을 텐데.

본격 게임 시작! 드론을 공중에 띄워 도심을 비행하면서 정해진 곳을 항공촬영하는 게 미션이다. 조작이 어렵지 않다. 앞으로 뒤로, 오른쪽 왼쪽, 위 아래로 이동할 수 있다. 갑작스런 돌풍에 맞선다든가 하는 변수가 없다. 진공 상태에서의 비행 같다. 자연 하늘 느낌 제로.

단조로워서 심술난다. 괜히 도로 한가운데에 드론을 착륙시켜본다. 이럴 수가. 드론이 자동차 크기다. 다시 띄워 건물로 돌진해본다. 데미지를 입었다는 안내만 뜰 뿐 파손 그래픽 효과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박아도 프로펠러는 무심하게 빙글빙글 돈다. 시시하고 따분하고 가짜 같다. 다음 게임으로 넘어갈 차례인 듯하다.

 

기대감 무너지는 소리 들리네

다음 타자 ‘RC 드론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기대해도 될지 모르겠다. 실행하니 첫 화면 구성은 방금 한 게임이랑 크게 다르지 않다. 전반적인 그래픽 톤만 다를 뿐. 기본 드론은 역시나 DJI 팬텀을 닮았다. 별을 모아 다른 드론을 구매하는 방식도 똑같다. 드론이 종류는 많지 않지만 제법 개성 있다.

맵 구성이 완전 다르다. 도심이 아니라 실내다. 사무실이나 슈퍼마켓 같은. 처음엔 사무실만 날아다닐 수 있는데 별을 모아 추가 맵을 잠금 해제하는 방식이다. 사무실 곳곳엔 별이 있는데 제한시간 안에 그걸 먹어야 한다.

▲ RC 드론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출처=게임캡처
▲ RC 드론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출처=게임캡처
▲ RC 드론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출처=게임캡처
▲ RC 드론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출처=게임캡처

그래픽 톤이 화사하다. 드론 움직임도 이전 게임보단 좀더 현실적이다. 다만 초당 프레임이 적은 건지 비행 속도를 높이면 화면이 끊기는 느낌이다. 어디에 기체를 조금이라도 부딪치면 게임시작 첫 장면으로 돌아간다. 몇번 별 먹으러 다니다가 단순함에 지친다.

‘멀티로터 심’만 남았다. 뭔가 다른 인상이다. 켜자마자 디테일하게 묘사된 조립식 드론이 반긴다. 여기서부터 차별화된다. 심지어 각 부품을 교체해 드론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부품이 많진 않지만 이전 게임들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주는 포인트다.

눈에 밟히는 부분도 있다. 메뉴 글씨 크기가 지나치게 작다. ‘실화냐’란 생각이 들 정도다. 비행 시작. 그래픽 묘사가 이전 게임들보다 뛰어나다. 빌딩에 박으면 드론이 부서지면서 추락하기까지 한다. 조종도 상대적으로 어려워 현실감이 느껴진다. 그런데 비행하기 전에 매번 광고를 봐야 하는 점이 걸린다. 조종에 따른 시점 전환도 너무 어지럽다.

▲ 멀티로터 심. 출처=게임캡처
▲ 멀티로터 심. 출처=게임캡처
▲ 멀티로터 심. 출처=게임캡처
▲ 멀티로터 심. 출처=게임캡처

 

카테고리 킬러의 부재?

결론은 이렇다. 뭔가 날리고 싶다면 차라리 비행기가 등장하는 다른 검증된 모바일게임을 즐기는 게 낫지 않나 싶다. 헬리콥터라든지. 드론은 아직 아닌 듯하다. 이번 데스매치(▶[비행게임 데스매치] 모던에어컴뱃 팀매치 vs 에어로스트라이크)를 참고하시길.

그래도 나름 다운로드 수가 많거나 만듦새가 있어 보이는 게임들로 고른 건데도 결과는 이렇다. 어쩌면 드론게임 카테고리가 잠재력이 있단 얘기이기도 하다. 카테고리 킬러가 없으니까. 물론 내가 숨은 진주를 못 찾아낸 것일 수 있겠지만.

3가지 게임을 했더니 아이러니하게도 스파크 지름신이 자취를 감췄다. 드론게임에 대한 실망이 드론 그 자체로 전이되기라도 한 걸까. 드론 사고픈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다면 이 방법도 나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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