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G Vol.7: 서민 오디오파일

▶“음질 좋으면 꼭 비싸야 하나요?”

▶[가성비이어폰 데스매치] 젠하이저 CX 1.00 vs 애플 이어팟

▶'흙귀'가 번들 이어폰에 질렸을 때

▶[일상가젯] “잘땐 자더라도 음악감상 정돈 괜찮잖아?”

▶[사물인터뷰] 노래방 갈 돈 아껴주는 스피커

▶겜알못&기계치도 꿀잼! [플레이G 페이스북 페이지]

 

기자 인생 명예를 건 리뷰배틀이 시작된다. 가성비이어폰 데스매치 승자는?

김태환 기자의 '젠하이저 CX 1.00' vs 조재성 기자의 '애플 이어팟'

 

젠하이저 CX 1.00 “깊이있는 중저음…가성비 최강” - 김태환 기자

이어폰 선택에 있어 가장 중요한건 무엇일까요. 웅장한 사운드를 원한다면 앰프달린 스피커를 구매하는게 맞습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강력한 출력을 원한다면 헤드폰을 사야죠. 이어폰은 결국 이동하기 편하게 가볍고 튼튼하면서도 적절히 좋은 소리를 내면 됩니다.

이어폰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데 있어 젠하이저 CX 1.00은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합니다. 5만원대 가격임에도 단단한 저음과 날카로운 고음을 구현해 강렬한 사운드를 선보입니다. 음향기기의 명가 젠하이저의 막내 도련님같은 느낌입니다.

CX시리즈는 젠하이저 제품군 중에서 커널형 라인업입니다. 이어폰은 이어어댑터(earadapter)를 귓구멍에 삽입하게 되는 제품을 ‘커널형’, 유닛을 귓구멍 앞에 놓는 ‘오픈형’으로 나뉩니다. 현재는 90% 넘는 이어폰이 커널형으로 나오고 있죠.

▲ 출처=젠하이저

CX 1.00의 외관을 살펴보면 불필요한 요소를 배제한 ‘미니멀 디자인’입니다. 이어어댑터와 동그란 본체 유닛이 전부입니다. 정품인증 홀로그램은 이어폰 선 중간에 작게 위치해 있습니다. ㄱ자로 꺾인 3.5mm 플러그를 적용했습니다. 상대적으로 단선 위험이 덜하죠. 착용감 역시 무난합니다. 이어어댑터는 총 4개를 제공하네요. 자신에게 맞는 크기를 선택하면 됩니다.

음색을 살펴봅니다. 커널형 특성상 저음이 강합니다. 베이스 사운드를 놓치지 않고 잡아주네요. 상대적으로 묻힐 수 있는 고음역대도 신경 쓴 티가 납니다. 드럼 하이햇 소리가 세심하게 표현됩니다. 덕분에 공간감 역시 준수하게 느껴지네요. 다만 약간 아쉬운 점은, 저음과 고음이 워낙 강하다보니 강렬한 사운드가 나오지만 반대로 섬세한 표현이 필요한 음악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강렬한 락 사운드나 클럽음악에 잘 어울릴 듯 합니다. 하지만 5만원대 저렴한 가격으로 이정도 소리가 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정말 젠하이저 명성 그대로 가성비 갑(甲)입니다.

애플의 이어팟을 살펴봅니다. 개인적으로도 오래 사용해봤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성능도 인정받은 이어폰입니다. 오픈형임에도 불구하고 귓구멍 안쪽으로 깊게 들어가는 형태죠. ‘반오픈형’ 혹은 ‘하이브리드형’이죠. 오픈형과 커널형의 장점을 동시에 추구, 깊고 강한 저음과 오픈형 특유의 탁 트인 해상도를 동시에 잡았죠.

하지만 결국 이도저도 아닌 ‘사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사운드 역시 애매하게 들리네요. 오픈형 치고 저음이 강하지만, 때때로 강한 저음에 다른 중고음 소리가 파묻히는 결과가 나타나죠. 차음성이 완벽한 것도 아닌데, 소리는 오픈형보다 커서 야외에서 사고위험도 크죠. 모든걸 가지려 하면 이도저도 아닌게 됩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죠. 전통 커널형 이어폰의 장점을 그대로 흡수한 가성비 끝판왕 CX 1.00이 더 나아 보입니다.

 

애플 이어팟 “흙귀 위한 최선의 선택” -조재성 기자

한동안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을 사용했어요. 정말 편했습니다. 끈이 없는 편안함이란. “야, 블루투스 이어폰은 음질 별로잖아?” 이런 소리에 굴하지 않았죠. 하루는 집에 이어폰을 놓고 왔습니다. 일하는 데 필요해서 직장동료한테 빌렸어요. 아이폰을 사면 주는 번들 이어폰 이어팟이었습니다. ‘오랜만이군.’

무선 이어폰을 쓰기 전에 이어팟 유저였어요. 중고 아이폰5S에 딸려왔던. 워낙에 흙귀 내지는 막귀라서 음질엔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다시 써보니 차이가 느껴지더군요. ‘와! 이어팟 저음이 이렇게 빵빵했나?’ 게다가 해상력까지 뛰어났습니다. 이어팟과 재회하니 수십만원대 블루투스 이어폰 소리가 시시하게 들리더라고요.

▲ 출처=애플

오늘의 매치업은 이어팟과 젠하이저 엔트리급 이어폰. 제 선택은 당연히 이어팟입니다. 이어팟은 아이폰 유저라면 공짜로 받을 수 있는 제품이잖아요? 젠하이저 CX 1.00은 5만원 돈 주고 굳이 사야 하죠. 문제는 이 제품이 번들 이어폰이 있는 이들한테 ‘왜 꼭 추가로 이어폰을 사야 하는가?’란 질문에 뚜렷한 답을 주지 못한다는 겁니다.

이어팟부터 살펴보도록 하죠. 커널형보단 오픈형에 가까운데, 완전한 오픈형이라고는 할 수 없는 형태입니다. 다른 애플 제품처럼 완성도가 뛰어나요. 오픈형인데도 중저음이 강력하고, 적절한 해상력으로 중고음도 빠지지 않아요. 전반적으로 밸런스가 뛰어나다는 인상입니다. 황금귀가 아니고서야 값 좀 나가는 이어폰이랑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하면 구분 못할 것 같네요. 번들 이어폰이라는 이유로 품질이 저평가받는 경향도 있을 테고요.

CX 1.00도 가격 대비 좋은 소리를 냅니다. 음질이 특색 있게 다가오진 않더군요. 엔트리 라인업이라서 그런지 독일 명가 젠하이저만의 노하우가 녹아든 소리는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이어팟과는 달리 마이크와 리모컨이 달려있지 않더군요.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다가 전화가 오면 당황하게 됩니다.

번들 이어폰을 사용하다가 ‘좋은 이어폰 하나 사볼까?’란 생각이 들 때 추천하고 싶은 선택지는 아닙니다. 충분한 변별력을 느끼기 어려울 테니까요. 그래도 CX 1.00은 커널형이니 차음성 측면에선 이어팟보다 뛰어나더군요. 이걸 무조건 장점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길을 가는데 주변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면 위험에 빠질 수 있잖아요. 그래서 굳이 주변소리가 자연스럽게 들려오는 제품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죠.

아이폰 유저가 아니어서 이어팟이 없다고요? 따로 사더라도 CX 1.00보다 저렴합니다. 3만원대에 구할 수 있죠. 주변에 아이폰 새 버전이 나올 때마다 폰을 교체하는 친구가 있다면 하나 얻기도 쉽습니다. 애플 제품이 대체로 경쟁 제품에 비해 비싸다는 인식과는 달리 이어팟은 저렴합니다. 애플 제품 중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가 가장 뛰어나단 얘기도 있더군요. 

차라리 비교대상이 더 급이 높은 젠하이저 제품이라면 고민이 깊어졌을 거예요. 번들 이어폰을 압도할 포스를 뿜어내는 제품이었다면 말이죠. 이어팟 앞에서 “젠하이저 제품 치고 저렴하며 그럭저럭 좋은 소리를 낸다”는 장점을 내세운다면 그다지 설득력이 없어 보입니다. 정리하자면 저와 같은 흙귀들에게 이어팟은 최선의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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