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G Vol.7: 서민 오디오파일

▶“음질 좋으면 꼭 비싸야 하나요?”

▶[가성비이어폰 데스매치] 젠하이저 CX 1.00 vs 애플 이어팟

▶'흙귀'가 번들 이어폰에 질렸을 때

▶[일상가젯] “잘땐 자더라도 음악감상 정돈 괜찮잖아?”

▶[사물인터뷰] 노래방 갈 돈 아껴주는 스피커

▶겜알못&기계치도 꿀잼! [플레이G 페이스북 페이지]

 

잔잔한 음악이 울려퍼지는 용산 어느 카페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1997년부터 줄곧 스피커 업계를 지켜온 한종민 캔스톤어쿠스틱스 대표입니다. 국내 스피커 시장 흐름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인물이죠. 그가 2010년 창업한 캔스톤은 뛰어난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비)로 인정받는 브랜드예요. 국내 2위 스피커 회사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그를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어요. 캔스톤과 국내 스피커 시장 이야기는 물론 그가 지키려고 하는 가치와 튜닝 노하우에 대해서도 들어봤습니다. 한종민 대표는 좋은 소리를 내는 스피커를 저렴하게 보급하겠다는 의지가 대단합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캔스톤 #시작 #1인기업

한종민(한): 39살이던 2010년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면서 캔스톤을 차렸을 땐 1인 기업이었어요. 혼자서 헝그리 정신으로 키워보자는 생각이었죠. 상품 배송부터 기획까지 모든 일은 혼자 다했죠. 첫 제품이었던 스피커 LX350이 성공하면서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후 중국 F&D와 에이전시 계약을 맺으면서 짧은 시간에 국내 시장 ‘넘버투’가 됐어요. 2년 동안 혼자 일했는데 지금은 직원이 11명입니다. 모델을 5가지까지 늘리니 혼자 하긴 벅차더라고요.

#LX350 #장인정신 #성공적

한: LX350이 첫 제품인데 개발비가 정말 많이 들어갔어요. 금형까지 제가 판 제품이거든요. 이거 안 되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임했죠. 출시 한달 뒤에 국내 최대 가격비교사이트 스피커·헤드셋 부문에서 1등을 찍었죠. 1등을 하니 광고 없이도 판매에 속도가 붙더라고요. 매달 3000개씩 팔리기 시작했어요. 이 제품 기획할 때 경쟁제품 수십가지를 모두 사서 집으로 가지고 왔어요. 개발 중인 LX350과 경쟁제품을 틀어놓고 하루에 10시간은 심취해서 소리를 들었죠. 오래 듣다보니 차이점이 느껴지더라고요. 경쟁제품 소리가 더 좋게 느껴지면 그 제품과 LX350을 엔지니어에게 가지고 가서 튜닝을 다시 했어요. 이 과정을 반복해 모든 경쟁제품과 일일이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쳐 우리 제품이 낫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 출시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같은 가격대 어떤 제품과 붙어도 이길 자신이 있었습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AS정책 #차별화 #감동

한: 처음 출시했을 땐 광고비도 없으니 당연히 사람들이 캔스톤과 LX350을 모를 수밖에 없었죠. 그때 AS 정책을 차별화하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회사에 저밖에 없으니까 고객 문의가 오면 전화를 직접 받아야 하잖아요? 그럴 때마다 진심을 다하려고 노력했어요. 대화를 마치면 10명 중 9명은 고맙다며 감동했다고 그러더라고요. 한번은 밤 12시가 넘어 전화가 걸려온 적도 있는데 그때도 상담을 진행했죠. 1인 기업이면서 출장 AS도 했고요. 이랬더니 몇몇 분들이 알아주기 시작했어요. 인터넷에 “이 회사 못 들어봤는데 물건 사도 되냐”는 질문이 올라오면 그 밑에 “캔스톤이니까 걱정 마세요”라는 답이 달리더라고요. 어떤 분은 본인이 국내 최고 대기업 AS센터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데 캔스톤을 보고 자신이 부끄러워졌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일이 헛된 건 아니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캔스톤 #전문가집단 #깐깐함

한: 캔스톤이 급성장한 비결이요? 우리 회사 11명 중 7명이 저보다 이 분야에서 경력이 많습니다. 실력자들을 영입했어요. 덕분에 누구보다 빨리 갈 수밖에 없는 전문가 집단이 됐죠. 전문가들이니까 제품을 막 내놓기도 민망하더라고요. 한번은 깐깐한 한국 소비자 입맛을 맞추는 비결이 무엇이냐는 얘길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답했죠. “우리 팀원들이 더 깐깐해서 죽겠어요.” 제가 제품을 내고 싶어도 팀원들이 반대해 내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캔스톤이란 이름 달고 제품이 출시되려면 깐깐한 팀원들 입맛에 맞춰야 하는 거죠. 제품에 대해 어느 회사보다 깐깐하게 보니까 출시 속도는 느려지더라고요. 이순신 장군 명언 중에 이런 말이 있죠. “이겨놓고 나가서 싸운다.” 이기는 제품을 만들어 출시하면 승률이 더 높아지겠죠. 저는 100전 100승을 원합니다.

#스피커트렌드 #커뮤니티도태 #안타까움

한: 2000년대 초반엔 인터넷 스피커 커뮤니티가 정말 활성화돼 있었죠. 그런데 갑자기 사람들 관심이 디지털 카메라로 옮겨가더라고요. 그 시대 젊은층이 집중하는 장비가 바뀌다보니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것이 생기더군요. 지금의 30~40대는 스피커 소리를 두고 치열하게 싸웠던 경험이 있지만 지금 젊은층은 아닙니다. 스피커 음질에 대해 중시하는 분들이 적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피커를 구입할 때 판매사이트에서 검색해서 디자인이 좋거나 상단에 위치한 제품을 고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젠 소리 좋은 스피커가 아니라 광고 잘한 제품이 잘 팔리는 시대가 된 것 같더라고요. 때문에 가성비가 좋은 제품이 묻히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봅니다. 그게 좀 안타까워요.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블루투스스피커 #패러다임변화 #오너의착각

한: 4년 전부터 트렌드가 모바일로 바뀌고 있었죠. 트렌드가 2.1채널 PC스피커에서 무선 블루투스 스피커로 옮겨가면서 전체 스피커 시장이 조금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블루투스 스피커라는 없던 물건이 생겼으니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게 되잖아요? 다들 새로 구매를 하는 단계이니 시장 자체가 커지는 거죠. 사실 저 같이 음질을 논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블루투스 스피커가 턱없이 부족하게 생각됩니다. 스피커는 물리적인 제품인데 휴대성이 강조된 블루투스 제품은 힘이 떨어집니다. 그러니 음질이 저하되고요. 그래서 처음 포터블 블루투스 스피커가 나왔을 땐 ‘저걸 누가 사겠어?’ 이런 생각을 했죠. 같은 가격이어도 소리가 훨씬 떨어지니까요. 그런데 사더라고요. 오너로선 착각한 거죠.

#블루투스시장 #대응전략 #작은차이의힘

한: 모바일 스피커 시장은 계속 커질 겁니다. 우리도 결국 모바일 부문을 강화하려고 전담 직원을 두게 됐죠. 답은 정해져 있더라고요. 캔스톤답게 좋은 소리를 내는 스피커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죠. 작은 블루투스 스피커는 사실 차별화가 어렵습니다. 재료가 20가지가 되면 몰라도 2~3가지로 음식을 만들면 차별화가 어려워지는 것과 같은 이치죠. 처음엔 경쟁제품과 조금만 차이가 나면 만족 못했습니다. 그때 ‘작은 차이가 큰 차이입니다’라는 카피라이트를 떠올렸죠. 작은 차이도 만들기 쉬운 게 아닌데 스스로 너무 자책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며 용기를 얻었죠. 어쨌든 노력하자, 작은 차이라도 만들자, 조금이라도 낫게 만들자고 다짐했습니다.

#노하우 #고음 #노이즈제거

한: 예전엔 사람들이 저음을 선호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트렌드가 중고음으로 바뀌더라고요. 맑고 청아한 느낌이 나는 해상력이 좋은 스피커가 대세로 자리잡은 거죠. 스피커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고음을 강조하려면 노이즈 잡는 게 까다롭습니다. 노이즈를 줄이면서도 고음을 강화하는 게 노하우죠. 이 작업은 경험이 없으면 쉽게 할 수가 없어요. 업계에서 흔히들 이런 말을 하죠.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스피커이지만, 누구나 할 수 없는 게 스피커다.” 그들만이 아는 부비트랩이 있는 셈인데 이런 노하우는 누구한테 쉽게 알려주지 않는 부분입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튜닝 #뽕짝 #박보람 #스피커의매력

한: 예전에 다른 회사에 있을 때 상품기획실엘 처음 갔는데 신제품 테스트하려고 뽕짝을 틀어놓고 있더라고요. 뽕짝에 저음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었죠. 당시엔 저음이 강조된 튜닝을 중시했으니까요. 지금은 트렌드가 중고음이니 저는 제품 테스트할 때 여성 보컬에 포커스를 맞춥니다. 특히 템포가 불규칙하기보단 선을 그으며 전개되는 가요로요. 박보람의 ‘언제까지나’라는 곡을 선호합니다. 스피커의 가장 큰 매력은 다른 하드웨어처럼 객관적 데이터가 없다는 점 아닐까요? 결국은 사람 귀에 의존해야 하죠. 그러니 10만원짜리 재료로도 1000만원의 가치를 만들 수 있는 거죠. 결국 어떤 사람이 튜닝했는가가 브랜드가 되는 겁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 한땀한땀 튜닝을 한단 말이에요. 그 가치를 인정해주는 거죠. 공장에서 스피커를 딱 만들면 간이 안 된 설렁탕처럼 밋밋한 상태입니다. 이걸 사람들 입맛에 맞게 양념을 치는 게 튜닝입니다. 그 시대 트렌드를 캐치해 알맞은 양념을 치는 게 노하우고요.

#캔스톤 #추천제품 #블루투스

한: R25BT와 R30BT를 추천합니다. 두 제품 모두 블루투스 기반 2.1채널 스피커죠. 플라스틱이 아닌 MDF 재질로, 중고음뿐만 아니라 적절한 중저음을 내는 밸런스 좋은 제품입니다. 인터넷에서 사용기나 평점이 대부분 좋은 제품이에요. 제 생각에도 두 제품은 아쉬운 점이 거의 없습니다. 고장률도 현저히 적고, 소리가 좋으며, 가격도 저렴합니다. 두 제품은 특별히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꾸준히 사랑받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캔스톤 R25BT. 출처=캔스톤어쿠스틱스

#하이파이 #가성비 #신제품계획

한: 마진 구조를 보면 우린 원가가 10만원이면 소비자가를 10만원대에 팝니다. 하이파이 쪽에선 10만원이면 100만원대에 팔기도 한다고 그러더군요. 결국은 원가가 비슷한 겁니다. 물론 좋은 하이파이 제품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다수죠. 몇천만원대 제품이야 체감적으로 다르겠지만 몇백만원대 하이파이 제품은 앞으로 나올 우리 제품이랑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구분 못하도록 만들 겁니다. 좋은 제품에 뛰어난 가성비를 접목해 하이파이 음질을 많은 분들한테 저렴하게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캔스톤이 지금은 10만~20만원대 제품군에선 인지도가 확실합니다.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중엔 50만원급에서 영향력을 보이고 싶습니다. 우리가 출시할 제품은 분명 100만원 이상의 가치를 지니도록 만들 거고요.

#캔스톤 #어쿠스틱스 #비전

한: 우리 회사 풀네임은 캔스톤 어쿠스틱스입니다. 이건 처음과 끝을 음향쪽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거예요. 우리 상품 데이터베이스(DB) 첫머리에 회사 신념이 적혀 있습니다. “되도록 저렴한 가격에 되도록 많은 사람한테 제품을 유통하고 싶다”고. 이 약속 계속 지켜나갈 생각입니다. 사람들이 좋은 소리를 판단하는 기준을 끌어올리는 일을 이젠 누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가 이 계통 리더가 되고 있더군요. 그러니 직접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우리나라 5000만명이 블루투스 스피커를 사는 순간 다시 시장 패러다임이 바뀔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 귀는 좋은 소리를 들으면 그 밑으로 못 내려가는 법이거든요. 그런데 그걸 겪지 못하면 소리가 좋지 않은 제품을 살 수밖에 없죠. 많은 분들한테 좋은 소리를 들려주면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겁니다. 그 투자액을 현실성 있게 만들기 위해 우린 거품을 뺄 거고요. 들려주고, 알려주고, 계몽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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