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마찬가지로 가젯(Gadget)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언제 시장에서 퇴출당할지 모를 일이니. MP3 플레이어, 카세트 테이프, 필름카메라 등이 그런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어느 날 그들이 모였다. 회동이라 하기엔 거창하고, 잡담을 나눴다. 모인 이유? 제법 무게감 있다. 미래 걱정 때문이다. 생존 문제인 셈이다. 카메라, 음향기기, 스마트폰 등 이미 사람들 일상에 파고든 가젯은 물론 가상현실(VR) 헤드셋이나 드론 같은 새로운 물건들도 모여 고민을 나눴다.

‘우리 미래는?’ 익명의 가젯들이 한마디씩 했다. 같은 제품군이라고 해도 고민의 결이 달랐다. 각기 다른 현실인식으로 다른 미래를 꿈꿨다. 아, 물론 이 기획은 현실에 기반해 가상으로 지어낸 얘기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 충분히 똑똑한 기계들은 많지 않다.

카메라 ▶ 드론 ▶ 스피커 ▶ VR 헤드셋 ▶ 노트북 ▶ 스마트폰 ▶ 키보드&마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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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이밍 마우스 에이수스 ROG SPATHA. 출처=에이수스

Keyboard & Mouse: 흔하디 흔하다. 영원히 대체되지 않으리?

#익명의 사무용 키보드: 세상에 영원한 건 영원이란 단어밖에 없다는 말이 있어요. 우리 마우스나 키보드 형제도 그런 운명이란 점은 분명하죠. 이미 주변에 조짐이 다분합니다. 터치 방식 인터페이스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만 봐도 그래요.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환경에서 우리가 할 역할이 남아있긴 할까요?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음성 명령 인터페이스가 급부상하고 있고요. 어느새 전통 PC 주변기기가 돼버린 우리는 거대한 물결을 오직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닐지. 우리가 기기로서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 슬프게 다가옵니다. 누구라도 좋으니까 제발 좋은 의견 좀 내보세요.

#익명의 무선 게이밍 마우스: 마우스와 키보드 시장은 사실 성장하고 있어요. 게이밍 기어 덕분이죠. 시장 지표를 보면 일반 마우스와 키보드 장비는 판매가 시원스럽지 않지만 게이밍 기기들은 상승세죠. 과거엔 ‘프로게이머나 게이밍 기어 쓰는 거지’와 같은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달라요. 게임을 더 즐겁게, 잘하고 싶은 일반 유저들이 게이밍 기어를 삽니다. 실제로 시장에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옵니다. 게임과 e스포츠 산업은 계속 커질 겁니다. 그러면서 게이밍 기어 시장도 따라갈 거고요. 게이밍 기어라는 틈새를 공략한다면 우리 처지가 조금은 풍요로워지지 않을지요.

▲ 게이밍 한손 키보드 스카이디지탈 NKEY K29. 출처=스카이디지탈

#익명의 청축 기계식 키보드: 키보드가 다 거기서 거기라고요? 제품들이 변별력이 없어 매력을 잃은 시장 같다고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저 같은 기계식 키보드를 보세요. 힘든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죠. 기계식 키보드의 핵심은 커스터마이징과 취향 아닐까 합니다. 스위치를 골라 치는 느낌이나 소리를 선택할 수 있어요. 키캡을 갈아 끼워서 디자인을 커스터마이징할 수도 있고. ‘나만의 키보드’를 가지게 되는 거죠. 당연히 유저 만족도도 높겠죠? 이런 식으로 마우스든 키보드 등 취향의 영역으로 파고들어 고도화한다면 살 길이 보이지 않을까요?

#익명의 폴더블 블루투스 키보드: 살아남으려면 혁신이 필수적이라고요? 사실 혁신은 대단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분야에서도 혁신은 현재진행형이죠. 돌돌 말아서 휴대할 수 있는 키보드라든지, 소음이 없는 기계식 키보드라든지. 키보드와 마우스가 한 몸으로 합쳐진 형태의 디바이스도 등장했고요. 무선 기계식 키보드와 방수 기계식 키보드도 이런 작은 혁신 사례죠. 혁신은 디테일에서 시작한다고 봅니다. 갑자기 판이 뒤집힐 수야 있겠지만 드문 경우겠죠.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 혁신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작업을 먼저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 기계식 키보드 커세어 K95 RGB 플래티넘. 출처=커세어

#익명의 블루투스 무소음 마우스: 사람들은 ‘익숙함’이란 걸 쉽게 대체하지 못합니다. 우린 이미 그들에게 익숙한 존재예요. ‘표준’으로 자리 잡았죠. 우리가 쉽게 없어지고 말 거란 전망을 과대망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표준은 쉽게 사라지지 않아요. 과연 가까운 미래에 회사원들이 문서작성할 때 우리를 거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기술 발전이 빨라도 상용화는 느릴 수 있죠. 우린 대체되기보단 점진적으로 진화하지 않을까요? 볼마우스가 옵티컬로 진화한 것처럼. 우린 새로운 장치의 등장과 함께 사라진다기보단 유산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어떤 형태로든 존재할 겁니다. 너무 걱정 마세요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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