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마찬가지로 가젯(Gadget)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언제 시장에서 퇴출당할지 모를 일이니. MP3 플레이어, 카세트 테이프, 필름카메라 등이 그런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어느 날 그들이 모였다. 회동이라 하기엔 거창하고, 잡담을 나눴다. 모인 이유? 제법 무게감 있다. 미래 걱정 때문이다. 생존 문제인 셈이다. 카메라, 음향기기, 스마트폰 등 이미 사람들 일상에 파고든 가젯은 물론 가상현실(VR) 헤드셋이나 드론 같은 새로운 물건들도 모여 고민을 나눴다.

‘우리 미래는?’ 익명의 가젯들이 한마디씩 했다. 같은 제품군이라고 해도 고민의 결이 달랐다. 각기 다른 현실인식으로 다른 미래를 꿈꿨다. 아, 물론 이 기획은 현실에 기반해 가상으로 지어낸 얘기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 충분히 똑똑한 기계들은 많지 않다.

카메라 ▶ 드론 ▶ 스피커 ▶ VR 헤드셋 ▶ 노트북 ▶ 스마트폰 ▶ 키보드&마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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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0만원대 게이밍 노트북 에이서 프레데터 21X. 출처=에이서

NoteBook: 모바일 컴퓨팅 시대를 열었다. 더 이상 진화는 어렵다?

#익명의 구형 사무용 노트북: 위기가 계속되고 있어요. 모바일 컴퓨팅, 그러니까 휴대하는 컴퓨터 세상을 우리가 열었다지만 사람들이 이 사실을 잊어가고 있죠. 스마트폰이라든지 태블릿PC 같은 휴대성이 더 뛰어난 모바일 디바이스가 등장했으니까. 그들이 우리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모바일 컴퓨터라는 섹터를 장악해나가고 있죠. 자연스레 우리 역할이 줄어들 것 같네요. 그들보다 고사양을 요구하는 작업에만 투입되는 식으로요. 덩치가 큰 만큼은 성능이 좋을 수밖에 없는 게 컴퓨터 세계 현실원칙 아니겠습니까. 범용적이라기보단 특수한 용도의 가젯으로 전락할지도. 뭐 이렇게라도 살아남으면 나쁘진 않겠지만.

#익명의 2008년형 넷북: 우린 아직 성장이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노트북의 생명은 휴대성이죠. 우리의 휴대성은 점점 더 좋아지고 있어요. 무게나 두께가 계속 줄어들고 있으니까요. 1㎏ 이하 제품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1㎏이 가볍다곤 하지만 상대적인 거죠. 이건 우리가 계속 성장할 수 있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누가 500g 벽을 깰지 또 모르죠. 노트처럼 가벼운 노트북이 나올지 누가 알겠어요? 지금보다 더 줄어들 여지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한계에 도전하는 거죠. 얇고 작게, 그러면서도 퍼포먼스는 최대로! 이게 노트북의 본질을 보강하는 방식 아닐지.

▲ 투인원 노트북 레노버 믹스720. 출처=레노버

#익명의 보급형 게이밍 노트북: 휴대성 강화가 전부는 아닙니다. 우리 같은 게이밍 노트북을 보세요. 다른 방식으로 한계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예전엔 사람들이 노트북으로 게임을 거의 하지 않았어요. 집에서 PC로 게임을 즐기거나 PC방엘 갔죠. 하드웨어 성능이 받쳐주지 않으니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어요. 올해 에이서는 1000만원대 게이밍 노트북까지 발표했습니다. 엔비디아 최신 그래픽카드가 2개나 달린 괴물이죠. 100만원 이하 엔트리급도 계속 나오고 있고요. 게이밍 노트북의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겁니다. 고사양을 요구하는 가상현실(VR) 콘텐츠가 널리 퍼질수록 게이밍 노트북이 더욱 각광받을 거고요.

#익명의 최신형 비즈니스 노트북: 전 게이밍 노트북이 오히려 우리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게이밍 노트북을 보고 놀라기부터 합니다. 크고, 무겁고, 소음이 크고, 발열이 심하고, 배터리 지속시간이 짧으며, 전원 어댑터는 벽돌 크기잖아요. 옛날 골동품 노트북이 떠오릅니다. 물론 기술이 발전해야 해결될 문제들이죠. 이게 가능성이라면 가능성입니다. 진화의 목적지가 분명하니까요. 옛날 노트북들이 지금의 슬림한 인상으로 변신하는 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 1kg 미만 초경량 노트북 LG 그램15. 출처=LG전자

#익명의 투인원 노트북: 정통성만 주장하며 고집만 피울 필요는 없습니다.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어요. 우리 같은 투인원(2-in-1)은 그런 고민의 산물이죠. 태블릿의 등장과 함께 위기설이 나돌 때 우린 거리를 두기보단 한 몸이 되는 전략을 택했죠. 다른 모바일 컴퓨터와 기술이 등장하면 우린 다시 유연하게 대응할 겁니다. 이게 노트북의 유산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는 일 아닐까요? 미래의 우리는 지금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이 사실을 받아들여야 해요. '노트북'이란 명칭에도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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