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마찬가지로 가젯(Gadget)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언제 시장에서 퇴출당할지 모를 일이니. MP3 플레이어, 카세트 테이프, 필름카메라 등이 그런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어느 날 그들이 모였다. 회동이라 하기엔 거창하고, 잡담을 나눴다. 모인 이유? 제법 무게감 있다. 미래 걱정 때문이다. 생존 문제인 셈이다. 카메라, 음향기기, 스마트폰 등 이미 사람들 일상에 파고든 가젯은 물론 가상현실(VR) 헤드셋이나 드론 같은 새로운 물건들도 모여 고민을 나눴다.

‘우리 미래는?’ 익명의 가젯들이 한마디씩 했다. 같은 제품군이라고 해도 고민의 결이 달랐다. 각기 다른 현실인식으로 다른 미래를 꿈꿨다. 아, 물론 이 기획은 현실에 기반해 가상으로 지어낸 얘기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 충분히 똑똑한 기계들은 많지 않다.

카메라 ▶ 드론 ▶ 스피커 ▶ VR 헤드셋 ▶ 노트북 ▶ 스마트폰 ▶ 키보드&마우스

▶겜알못&기계치도 꿀잼! [플레이G 페이스북 페이지]

 

▲ 모바일 VR 헤드셋 기어VR 2017. 출처=삼성전자

VR Headset: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관건은 대중화 전략?

#익명의 게임기용 VR 헤드셋: 우리가 뜨기 위해선 결국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콘텐츠 중에서도 게임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화면 밖에서 게임을 즐기는 거랑, 아예 그 세상으로 들어간 느낌을 받는 거랑은 몰입에 있어 엄청난 차이가 있겠죠. 가상현실 게임 속에 사는 폐인을 양상할지도. 가상현실 게임 콘텐츠를 소화할 수 있는 컴퓨터와 게임기가 속속 등장하고 있어요. 뛰어난 퀄리티의 VR 게이밍 경험을 제공하는 환경을 만들려면 아직은 돈이 많이 들지만요. 가격이야 기술이 발전하면서 싸지겠죠. 이제 시작입니다. 벌써 위기를 얘기하긴 이른 타이밍 아닌가요? 우리가 기대만큼 관심을 받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익명의 모바일 VR 헤드셋: 먼 미래를 얘기하기보단 당장의 대중화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죠. 가상현실 헤드셋은 크게 2가지로 나뉩니다. 저 같은 모바일 헤드셋과 고가의 하이엔드 헤드셋으로요. 사람들은 하이엔드가 ‘진짜’라고 하죠. 그런데 아직은 너무 비싸요. 그 앞에 있는 문턱이 너무 높습니다. 차라리 모바일 헤드셋과 콘텐츠의 퀄리티를 높이는 일이 대중화에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울러 일체형 헤드셋이라든지 가상현실 체험존도 대중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해요. 콘텐츠로는 360도 영상이 제격입니다. 그중에서도 성인물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 하이엔드 VR 헤드셋 HTC 바이브. 출처=HTC

#익명의 VR 헤드셋 초창기 모델: 가능성을 얘기하기에 앞서 한계를 직시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발전이 있지 않을까요? 지금대로라면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요. 벽돌 크기에다가 무게가 나가니 사용자는 목 디스크 걱정을 해야 하죠. 어지러움이나 구토 유발 문제도 완벽히 해결하지 못했고요. 그래픽 품질도 충분히 뛰어나지 않아 유저를 실망시키는 경우가 많아요. 하드웨어 이슈가 남아 있는 셈입니다. ‘반짝 관심’의 덫을 피하려면 이 부분부터 손봐야 하지 않을까요? 사람들 호기심에 의존하기엔 우리 미래가 너무 불투명합니다.

#비밀리에 개발되고 있는 VR 헤드셋: 지금까지의 가상현실은 폐쇄적입니다. 현실세계를 차단하고 가짜에 몰입하는 거니까요. 사용 중엔 현실과 상호작용하기 어렵죠. 스마트폰을 생각해보세요. 사람들은 스마트폰 속 세계와 현실세계를 수시로 오가는 데 익숙합니다. 우리가 증강현실 부문과 융합하면 어떨까요? 두 기술이 만나서 결국은 하나의 디바이스로 다시 태어나지 않을까 싶네요. 사용자가 가상현실 콘텐츠를 즐기다가 증강현실로 전환할 수도 있겠죠. 기술은 경쟁관계뿐 아니라 통합되는 과정을 거치며 더 강력해지는 것 아닐까요? 

▲ 게임기용 VR 헤드셋 플레이스테이션VR. 출처=소니

#익명의 정통 하이엔드 VR 헤드셋: 우린 아직 활용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신기한데 유용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해요. 어디에 활용해야 유용한지를 더 증명해내야 할 겁니다. 게임이나 360도 영상이 킬러 콘텐츠로 부각되고 있지만 이에 안주할 순 없죠. 의외의 영역에서 더 폭발력 있는 활용가치가 발견될 수 있어요. 열어두고 생각해야 합니다. 교육, 여행, 저널리즘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 방안이 모색되고 있는 상황이죠. 우린 어쨌든 하드웨어적으로는 발전할 겁니다. 대중화를 이뤄낼지 여부는 콘텐츠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린 3D TV가 왜 대중의 물건이 되지 못했는지를 분명히 기억해야 합니다. 

▶겜알못&기계치도 꿀잼! [플레이G 페이스북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