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G Vol.8 세 남자의 물건

▶[그 남자의 물건] 스타벅스에서 사자와 오버워치를 했다

▶[저 남자의 물건] 녀석의 자전거에는 카메라가 달렸다

▶[이 남자의 물건] 캠핑용 전기면도기를 찾았다

▶[사물인터뷰] 그 남자의 마우스 3

▶겜알못&기계치도 꿀잼! [플레이G 페이스북 페이지]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사물과 대화를 나눴다. 사물인터뷰 28화.

그 남자에겐 마우스가 셋이나 있다. 그는 말한다. 마알못(마우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마우스 세계가 깊고 심오하다고. 자기도 그런 말을 할 정도로 마우스에 정통한지는 모르겠지만. 한 남자의 선택을 받은 마우스들이 둘러모였다. 이야길 나누며 서로의 처지에 공감했다. 그러다가 질투라든지 경쟁심리를 노출하며 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누가 그 남자의 인생 마우스로 남게 될까.

▲ 왼쪽부터 G302, B100, 하푼.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다 검은색이라 누가 누군지 모르겠네요. 자기소개나 간단히 해줘요.

로지텍 G302 스위스 회사인 로지텍의 게이밍 마우스입니다. 푸른빛과 독특한 그립감이 특징이죠. 가끔 호불호 갈린다는 소릴 듣지만.

로지텍 B100 저도 같은 로지텍 출신이죠. 세상 사무실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비) 끝판왕 마우스입니다. 군더더기 없이 마우스 본질에 집중해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네요.

커세어 하푼(HARPOON) 미국 게이밍 기어 브랜드 커세어의 엔트리급 게이밍 마우스입니다. 우리 커세어엔 대단한 마우스 형님들이 많아요. 그분들을 새로운 게이머들한테 소개하는 일이 제 역할이죠.

▲ 하푼.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그 남자랑은 어떤 사이인가요? 얼마나 내밀한지들.

G302 셋 중에 제가 가장 오랜 시간을 그 남자와 보냈죠. 그의 글(▶[일상가젯] 게이밍 마우스가 허세라고요?)에도 등장한 적이 있답니다. 애정? 사랑? 그런 게 느껴졌어요. 처음엔 정말 좋았습니다. 한때는 그랬죠. 게이밍 마우스인 저를 굳이 챙겨다니면서 업무에 쓰더라고요. 가끔 PC방에서도 쭈뼛쭈뼛 절 꺼내서 게임을 즐기더라고요. ‘언제 어디서든 함께하고 싶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최근엔 위상이 달라졌습니다. 사무용으로는 B100을 쓰더니 게임용으론 하푼을 이용하더군요. 이럴 줄 알았어요. 실망했어요. 조금 우울하네요.

B100 알파문구 매대에 매달려 있던 저를 구해줬어요. 이 글(▶[그 남자의 물건] 스타벅스에서 사자와 오버워치를 했다)를 보니 그가 왜 그렇게 황급히 절 찾았는지 알겠더군요. 처음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더니 이내 만족하더군요. 그때 전 생각지도 못한 게이밍에 활용됐어요. 처음 해보는 일이었지만 최선을 다했더니 그 남자도 만족하더군요. 그가 하푼을 들이기 전까진 종종 같이 게임을 했습니다. 요즘엔 사무실에 같이 출근해요. 일종의 비서로 활약 중입니다.

▲ G302.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하푼 제가 오기 직전에 그는 게이밍 노트북을 샀어요. 그러면서 게이밍 마우스를 찾더군요. 그때 제가 선택받았습니다. 커세어 M45나 M65를 원했다던데 의외였죠. 그의 오버워치 플레이에 곧장 투입됐습니다. 날 쥐고 열심히 게임을 하더군요. 만족스럽다는 눈빛을 가끔 제게 보내기도 했고요. 제가 온 이후 B100은 가방에, G302는 책상 위에 널브러져 있게 됐습니다.

자기 매력이 뭐라고들 생각하시는지.

G302 바다 같은 푸른 불빛! 매혹적이지 않나요. 전 체형이 독특해요. 사용자 관점에서는 그립감이 다른 거죠. 그 남자는 저를 쥐어보더니 취향 저격이라고 했어요. 제가 개발될 때 프로게이머들도 참여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퍼포먼스는 수준 이상이겠죠? 마우스감도를 최대 4000DPI까지 설정할 수 있고요, 무게가 87g이라서 날렵하게 조작 가능하죠. 버튼, 디자인, 무게 등은 AOS(적진점령게임) 장르에 맞게 설계된 겁니다. 리그오브레전드나 도타 같은 게임이요. 가격도 3만원대이니 합리적이지 않나요?

B100 저 만큼 합리적이고 알뜰한 마우스 또 없습니다.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4000원대에 팔리고 있어요. 비록 그 남자는 알파문구에서 1만원에 샀지만. 2009년에 출시되고서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감도는 800DPI까지 설정할 수 있습니다. 그립감이 무난해서 많은 이들이 선호하고요. 게이밍에 자신이 있진 않습니다. 스펙 측면에서 게이밍 기어들에 밀리니까요. 그래도 사람들이 대개 인생 마우스를 고르는 방식을 떠올려 보면 자신감이 생깁니다. 그립감을 가장 중시하잖아요. 제게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 B100.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하푼 커세어에 대해 아시나요? 앞서 설명한 것처럼 미국 게이밍 브랜드예요. 골수팬이 많은 브랜드이기도 하고요. 가격대가 있어서 일부 유저는 허세어라고 놀리기도 하더군요. 저요? 가격대가 G302이랑 비슷해요. 보급형인데 커세어 상위모델이 주는 게이밍 경험은 그대로 제공합니다. G302는 4000DPI가 끝이죠? 전 6000DPI까지 지원하는 픽스아트3320 옵티컬 게이밍 센서를 장착했어요. 무게도 85g으로 더 가볍죠. LED 라이팅은 1680만가지 풀컬러를 지원합니다. 마음에 드는 불빛을 유저가 고를 수 있죠. 표면이 매트해서 오랜 시간 미끄러짐 없이 게이밍을 즐기는 것이 가능하고요. 그립감도 뛰어나죠. 그 남자가 내게 G302 그립감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더군요!

G302 왜 저를 저격하는지. 그립감은 개인 취향이잖아요. 누군가는 당신 그립감이 최악이라고 할지도 몰라요. RGB 풀컬러? 너무 화려하지 않나요? 그리고 그 남자는 감도를 400~800DPI로 설정하더군요. 6000DPI라는 숫자가 소용없는 셈이죠. 무게 2g 차이를 느끼는 사람이 있기나 할지. 하푼 당신한테 제가 뒤질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남자랑 이제 겨우 허니문이잖아요? 그 남자는 결국 머릿속에 떠올리겠죠. 어쨌든 가장 오래 같이 살았는데.

▲ G302.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하푼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B100 제 얘기도 좀 할게요. 그 남자랑 같이 게임을 하면서 제 잠재력을 발견했어요. 동료인 G1이 생각났습니다. 여러 게이머들이 인생 마우스로 꼽는 제품이죠. 새로운 꿈이 생겼습니다. G1을 이겨보고 싶어요. 겉만 번지르르한 게이밍 마우스를 꺾고 최고의 가성비 게이밍 마우스로 자리매김하고 싶네요. 두분 싸우지 말고 긴장하세요.

다들 격해지는군요. 마지막 질문이나 하고 빨리 끝내야겠어요. 마무리 발언 부탁합니다.

하푼 제가 먼저 할게요. 커세어를 더 많은 분들께 알리는 것이 제게 주어진 특명입니다. 커세어엔 좋은 제품들이 많아요. M65프로, 글레이브, 사브르, 카타르 같은 게이밍 마우스는 물론 기계식 키보드 라인업도 탄탄하죠. 참고로 그 남자는 K63과 스트레이프 사일런트 키보드를 보유하고 있더군요. 커세어는 하이엔드 게이밍 PC 부품으로도 유명합니다. 커세어와 함께 당신의 게이밍을 혁신시키길 바랍니다.

G302 누가 저를 두고 인생 마우스로 불러주면 더 바랄 게 없어요. 아무리 그립감이 독특하더라도 이걸 딱 맞게 느끼는 유저가 분명 있거든요. 그런 사람들 게이밍 라이프에 스며드는 것이 제 꿈입니다. 그 남자가 그런 사람인지는 솔직히 확신 못하겠어요. 함께할 때도 그는 저를 90% 이상 사무용으로 썼거든요. 좀이 쑤시는 느낌이었달까.

B100 사무용 영역은 이미 제가 꽉 잡고 있어요. 이젠 게이밍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비싼 게이밍 기어를 사용해야만 게임을 잘할 수 있다는 인식을 깨버리고 싶습니다. 올해 중에 오버워치나 리그오브레전드 프로게이머가 장비 뭐 쓰냐는 질문을 받을 때 당당히 B100이라고 답하는 장면이 연출되길 원해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 남자의 변 세 마우스와 평생 함께할 거라고 확신은 못하겠어요. 인생 마우스를 찾아 떠나는 여정이 이제 시작이거든요. 더 많은 마우스를 만나보고 싶습니다. 몇가지 마우스 안 써보고 ‘인생 마우스!’라고 외친다면 진정성 없어 보이지 않을까요? 일단 새로 만난 하푼에 만족하고 있긴 합니다. 커세어 특유의 영롱한 LED 불빛이 마음에 들더군요. 거친 질감에 독특한 생김새도 좋고요. 다른 커세어 제품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럼 하푼은 자기 미션 성공한 거 아닌지. B100이요? 같이 오버워치를 했을 때 놀랐어요. 임시방편이었는데, 게이밍 마우스에 크게 뒤진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죠. 명성 자자한 G1과 그립감도 비슷하고요. 가격을 떠올리고는 다시 놀랐습니다. 흙수저를 위한 게이밍 마우스 끝판왕이라 불러도 손색없겠던데요? G302. 애증의 대상입니다.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지냈죠. 게임은 물론 직장에서 일도 같이 했어요. 그런데 점점 불만이 커지더군요. 영 적응되지 않는 그립감을 지닌 친구예요. 오버워치 경쟁전과 같은 이겨야만 하는 경기를 할 땐 왠지 G302를 멀리하게 되더군요. 누군가에겐 그가 최고의 마우스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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