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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진의 기업과 커뮤니케이션] 99% vs. 100%, 1%가 아닌 하늘과 땅 차이

금지 약물 복용으로 처벌을 받는 운동선수들 뉴스를 종종 보게 된다. 아무리 용을 써도 잘 되지 않는 물리적인 한계에서 작은 힘이라도 뒷받침 되면 뛰어넘을 것 같기에 약물의 힘에라도 기대고자 한다. 열심히 하지 않거나 실력이 되지 않는 사람들은 이런 얘기와 거리가 멀다. 열심히 하는데도 성과가 바로 나오지 않아서 힘을 빌리고자 하는 노력가인 경우가 많아 안타까운 마음일 때가 많다.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연장 선상에서 생각해 볼 점이 있다. 펀딩을 받거나 매각을 하거나 증자를 할 때도 99%와 100%의 차이에 대한 팩트는 단 1%뿐이다. 1천억원을 모집하는 경우 99%라면 9백하고도 90억원이다. 사실 1천억원에서 10억원은 더 있거나 모자라도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러나 그 의미는 전혀 다르다. 기사에 나갈 때, 99%라면 미달로 분류되지만 그보다 겨우 1% 많을 뿐이지만 100%는 성공이 된다.

성공과 성공이나 다름 없는 건 엄연히 다르다

보도자료는 미리 내는 경우가 많다. 이미 내용이 드러난 사실에 대해 자료를 낸다면 받는 기자도 불쾌할뿐더러 김빠진 사이다가 되어 버린다. 뉴스는 타이밍이 그 가치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홈쇼핑 채널에서 제법 잘 팔리는 상품의 경우 매진임박이라는 시그널을 계속 띄우는 것 처럼 이런 커뮤니케이션 행위는 굉장한 전략적인 무기가 된다. 없던 관심도 생기게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팩트를 넘어서면 안된다. 99가 100과 거의 차이가 없기 때문에 99%도 거의 100%나 다름 없긴 하지만, 당락을 좌우하는 팩트의 경우 엄연히 갈린다. 일반 대중들이 보는 뉴스임을 감안할 때 우기는 내용의 자료를 낸다면 사고를 넘어선 범죄에 가깝다. 기업 관련이라면 필시 돈과 관련된다. 그것도 수 많은 개인 투자자들의 귀중한 돈이다. 욕심이 화를 자초한다. 어떻게든 언론에 잘 되고 있는 것처럼 속이는 것도 문제다. 말하기 힘든 사안이어서 언급을 회피하는 것과 거짓을 이야기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기업인수 합병이나 계열사 및 자산 매각 등과 관련해서도 경험이 많지만 아마도 국내에서 유상증자도 제일 많이 경험하지 않았나 싶다. 그때나 지금이나 고지식하다는 말을 듣는 입장에서 커뮤니케이션의 대원칙을 무너뜨리는 일에서 고민은 했지만 대부분 저항하고 거절했다. 때문에 눈 밖에 난 적이 많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한해 걸러 한번 꼴은 유상증자를 경험했던 것 같다. 웬만한 커뮤니케이터라면 몇 번 겪기도 힘든 경험일텐데, 나에겐 거의 일상사 중의 하나였다. 일반 공모 방식의 경우 개인 투자자들과 연관 되기에 주가도 주가려니와 언론도 곱지 않은 시선일 때가 많다. 주가의 등락이 무엇보다 결정적이다. 대부분 발행할 주식 수를 정해 놓고 진행하는 방식이라 대상 기간 동안 주가에 의해 전체 금액이 결정된다. 주식 수천만주를 추가로 발행할 때 주가 100원 차이면 수십억원이 왔다갔다 한다. 때문에 이런 대형 프로젝트 기간이면 커뮤니케이터의 흰머리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청약은 구주주의 청약 이틀과 일반인의 공모 이틀로 진행된다. 몇 번째 거듭된 유상증자에 주주들의 반응도 식어 있던 때였다. 청약 둘째 날 오전에 ‘청약 성공’ 자료로 청약분위기를 업시키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그날 오후 3시께는 되어야 마감인데, 그전에 성공했다고 속이라는 것이었다. 홈쇼핑 매진임박 시그널처럼 ‘청약 성공 임박'은 개그 밖에 안되니 ‘청약 성공'으로 하란다. 이해는 됐지만 개인적으로 도저히 용납되지 않았다.

우려되는 문제점을 계속 제기했다. 업무지시 거부로 보였겠지만, 회사를 더욱 곤란한 상황으로 끌고 갈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자료 작성 자체를 거부했다. 결국 윗선에서 자료를 만들어서 후배 과장의 손에 쥐어줬다. 후배도 화들짝 놀라서 ‘이런 자료를 내도 되는지?’ 반문했다. 차마 뭐라고 할 수 없어서 ‘이건 아닌데, 난 못하겠다’며 나가 버렸다.

지시를 무시할 수 없었던 후배가 자료를 배포했다. 대부분의 매체에서 자료를 무시해서 너무 고마웠는데, 몇몇 매체에서 보도가 됐다. 가슴에 커다란 돌덩어리를 올려놓은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다. 오후에 청약결과는 96%였다. 나쁘지 않은 수치에 회사 사람들은 안도했지만 나는 얼굴빛이 흙색이 되었다.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 아냐?” 하는 말이 들렸다. 성공한 거나 다름 없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성공했다고 할 수는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칼럼 하나가 검색됐다. ‘불과 반나절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라는 제목으로 거짓말한 회사의 행태를 꼬집었다. 내용은 뼈 아팠지만 반박할 수 없었다. 거기다 칼럼이었다. 기자의 생각을 쓴 것이기에 따질 수도 없었다. 거짓 자료를 내라고 한 윗전은 숨어버리고 그런 칼럼이 나오도록 방조한 커뮤니케이터인 나에게 불호령이 떨어졌다. 거의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칼럼을 쓴 기자와 대화를 나눴다. 다행이 그런 노력 덕분에 칼럼 손을 좀 보겠다는 약속은 받았다. 수정을 한다고 해도 다음날 오전에 편집자들의 손을 거쳐야 했다.

다음날 아침부터 닦달하는 지시가 이어졌다. 편집을 거쳐야 되어 시간이 조금 걸릴 것이라고 말을 했으나 막무가내였다. 굳이 찾아 갈 필요도 없었지만 앉아 있을 수도 없었기에 차가운 겨울비를 맞으며 신문사를 찾아갔다. 기자들은 반가움 반 측은함 반으로 맞아주었다. 이미 십 년 이상씩 알고 지내왔기에 왜 왔는지 물어보지 않았고 기사 얘기도 꺼내지 않았다. 그냥 차를 마시고 담배도 나눴다. 그 때쯤 칼럼 내용도 살짝 수정됐다.

후배에게 자료 지시가 떨어졌을 때 적극 만류하지 못해 부끄러웠다. 그런 자료가 나가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어찌할 수 없었던 자신이 한 없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겨울비에 눅눅하게 쭈글쭈글해진 양복처럼 구겨진 샐러리맨의 비애였다. 마음 졸였을 후배에겐 너무 미안했다.

맘 고생한 터에 비까지 맞아서인지 그때부터 코가 맹맹한 것이 감기였다. 보통 한 두 주면 괜찮아졌는데, 코감기가 두 달이나 지속됐다. 병원에 가보니 비염 증상이라 했다. 그때부터 비염은 나의 또 다른 삶의 동반자가 되었다.

친분을 무기로 회사를 꼬집어 지적한 기자의 생각을 바꾸게 한 것도 송구했다. 이런 것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샐러리맨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도 사실이다. 그렇게 조용하게 뒷처리 할 수 있는 것도 능력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4만분의 1이 올림픽 2관왕과 국가대표 탈락을 가른다

팩트는 항상 중요하다. 흔히 임계점이라는 것을 예로 든다. 물질의 구조와 성질이 다른 상태로 바뀌는 지점의 온도 또는 압력을 일컫는 물리학 용어다. 물이 100도가 되면 끓으면서 기체로 변한다. 아무리 뜨거운 물이라도 보통의 기압 하에서 99도에서는 끓지 않는다. 끓는 듯 뜨거운 것과 끓는 것은 다르다.

마하경영이라는 말도 있다. 비행기가 음속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설계부터 엔진, 부품, 소재 등 모든 것을 교체해야 가능하듯 기존의 경영행위를 버리고 새롭게 틀을 만들어 한계를 돌파하자는 의미로 한때 엄청나게 유행병처럼 번졌던 경영용어다. 항공기나 미사일이 공기 속에서 움직일 때는 공기 상태에 영향을 받는다. 이동하면서 공기를 밀어 제치고 파장이 형성된다. 속도가 음속보다 느리면 이 파장과 부딪힐 일이 없지만 음속보다 빠른 속도 즉 마하 1, 시속 1,224키로미터 이상으로 비행하면 이 압력파와 충돌한다. 때문에 비행체는 엄청난 충격을 받고 큰 폭발음이 나는 소닉붐(Sonic Boom)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99도의 물도 이미 충분히 뜨겁지만 단 1도의 차이로 끓는점에 이르지 못했기에, 100도의 물과는 전혀 다르다. 마찬가지로 시속 1,000키로미터 이상으로 빠르게 날고 있다 하더라도 마하의 속도에 이르지 못한다면 소닉붐 현상은 발생하지 않는다. 겨우 1만큼의 차이지만 말이다.

2016년 리우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전에서 장혜진 선수가 금메달의 영광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본선보다 더 힘들다는 우리나라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3위로 대표에 겨우 뽑혔다. 장혜진 선수에 이어 4위를 차지한 강채영이라는 선수가 있었다. 여러 차례의 선발전에서 4000발을 이상을 쏘아서 단 1점 차로 아쉽게 4위를 차지했다. 4만점 만점에서 1점이라면 차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런데 그 1점 차이가 한 사람은 리우에서 2관왕의 금메달리스트로 다른 한 사람은 국가대표에 끼이지도 못한 결과로 나타났다. 두 선수의 차이는 1%도 아닌 겨우 0.002%에서 0.003% 사이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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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항상 팩트에 근거한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원칙은 사수하라.

2.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일수록 몇 수 앞을 내다보고 행동한다.

3. 미미한 차이라 하더라도 종국에 가선 큰 차이를 유발한다.

구동진 칼럼니스트·홍보인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7.06.30  07: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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